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스토킹방지법)이 공포 6개월 만인 7월 18일 본격 시행된다. 스토킹방지법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 2021년 10월 시행된 덕분에 스토킹범죄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었지만 피해자 보호 문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세간의 지적에 따라 후속적으로 입법된 것이다.
스토킹방지법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해 9월 이른바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다. 피해자와 같은 서울교통공사 직원이었던 가해자가 2019년부터 3년 가까이 피해자를 따라다니며 만남을 강요하는 등 스토킹을 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피해자가 적절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가해자로부터 살해를 당하면서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그 사이 가해자는 스토킹처벌법으로 기소되어 재판까지 받았지만 피해자를 위한 충분한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한 탓에 줄곧 가해자의 보복 위험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경찰은 스토킹범죄의 예방을 위하여 긴급을 요하는 경우 스토킹행위자에 대하여 최대 1개월 간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화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를 할 수 있다(제4조 제1항, 제5조 제5항). 더 나아가 스토킹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면 경찰은 위 조치 이외에도 서면 경고,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 경찰서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등도 할 수 있는데(제9조 제1항), 이 역시 최대 6개월까지만 가능하다(제9조 제7항). 특히 이들 조치는 민생 치안 전반을 관장해야 하는 까닭에 스토킹범죄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경찰이, 그것도 범죄 발생 후 사후적으로만 개입이 가능한 탓에 범죄 예방적인 측면에서는 분명한 한계점을 드러냈다.
스토킹방지법, 스토킹처벌법과 어떻게 다른가?
이에 반해 시행을 앞둔 스토킹방지법은 스토킹범죄 처벌 그 자체보다는 스토킹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에 방점이 찍혀있다(제1조). 가령, 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만 처벌하는 스토킹처벌법과 달리 이 법은 향후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스토킹행위에 대해서도 보호 조치가 가능하다. 즉,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등에만 긴급 응급조치나 잠정조치가 가능하도록 한 스토킹처벌법과 달리 스토킹방지법 상의 스토킹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규율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제2조 제1호).
한편,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스토킹 예방과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으며 스토킹 방지를 위한 자체 예방 지침 마련, 사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 수립, 시행 등 필요한 대책을 마련할 의무도 갖게 된다(제5조 제1항, 제3항).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고용주 등의 불이익 조치도 금지된다(제6조). 직장 내에서 스토킹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고용주가, 통상 가해자가 대신 피해자를 파면·해임·해고하거나 징계·전근시킴으로써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으로, 이는 직장 내에서 따돌림·성희롱이 문제 되는 경우 고용주가 피해자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제6항).
만약 이를 위반하여 신고자 및 피해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 조치를 하는 경우 해당 고용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해당 법인 역시 양벌규정에 의하여 같은 정도의 벌금형을 부과받게 된다(제16조, 제17조).
그 밖에도 스토킹방지법은 스토킹피해자에게 임시거소 등 주거·의료·법률·구조·취업·취학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두고 있을 뿐 아니라(제7조 내지 제13조),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이 지체 없이 신고된 현장에 출동할 의무까지 부과하고 있어 스토킹처벌법보다 피해자 보호의 측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인다(제14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즉석에서 관계인을 조사하거나 질문을 할 수 있으며 조사·질문을 하는 동안에는 피해자, 신고자, 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스토킹행위자로부터 분리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만약 경찰의 이 같은 현장조사를 거부하는 등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제18조).
스토킹방지법 시행에 따른 앞으로의 기대효과
앞서 언급한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을 돌이켜 보면 이번 입법은 만시지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이 시작되기 전에 이에 대한 충분한 예방교육이 있었다면, 설령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당시 직장이었던 서울교통공사가 업무 연락처 및 근무장소 변경, 배치 전환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해주었더라면 최소한 가해자가 피해자를 노골적으로 스토킹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피해자가 지원시설로부터 임시거소를 제공받아 가해자와 동선을 달리함과 동시에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의 적극적인 현장출동이 있었다면 피해자의 무고한 죽음 또한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비극은 스토킹방지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어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앞으로는 스토킹으로 인한 피해 발생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스토킹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 경찰 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했던 스토킹처벌법과 달리 스토킹방지법은 스토킹을 직장과 학교,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차원의 문제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장 내, 학교 내에서 실시되는 반복적인 스토킹 예방교육은 스토킹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잠재적인 범죄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높여 범죄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반대로 스토킹에 대해 무관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토킹 예방교육을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함으로써 주변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고 감시하는 피해자의 조력자로 거듭날 것이다. 또한 그동안 스토킹 사실을 외부에 알려도 누구로부터도 도움받지 못했던 피해자들은 직장 내 불이익 처분 금지 및 피해자들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 경찰의 현장출동 의무화 등을 통해 가해자의 스토킹에 적극 대응해도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스토킹처벌법을 통해 스토킹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가고 스토킹방지법을 통해 스토킹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워 간다면 제2, 제3의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