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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과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스포츠

2023.11.13 이현서 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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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아주대학교 교수
이현서 아주대학교 교수

지난 2월 통계청은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고 발표하였다. 정부는 <제1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한 2006년부터 합계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2005년(1.08명)보다 감소하고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가입국 평균(1.59명)의 절반에 그치고 말았다. 출산 장려만으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강조하며 단기적으로는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 태스크포스(TF: Task Force)’를 구성해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장기체류비자 쿼터 확대와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취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력 확대 정책은 노동력 확보라는 경제적 측면만 있고, 외국인 증가에 대한 국민의 수용과 사회문화적 변화에 대한 논의는 부족해 보인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에는 이런 시구가 있다.



이는 즉, 국제이주로 외국인의 몸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삶의 방식인 문화까지 함께 들어온다는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외국인 증가로 인해 더욱 다양한 외국 문화와 접촉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외국인 증가가 불러오는 사회 변화가 무엇인지 성찰하고, 긍정적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스포츠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다양한 문화 간의 접촉과 문화접변
행정안전부는 매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외국인주민은 3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본인이나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출생 때나 현재 외국 국적을 가진 이주 배경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내 90일 초과하여 거주한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 둘째,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 셋째, 이들의 자녀이다. 이 통계를 처음 발표한 2006년, 국내에 있는 외국인은 54만 명으로 총인구의 1.1%였으나 이는 2009년 222만 명까지 증가하여 총인구의 4.3%에 이르렀다. 이 중 80.2%인 178만 명은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고, 8.6%인 19만 명은 혼인과 귀화 등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며, 11.3%인 25만 명은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을 가지게 된 외국인주민의 자녀이다. 앞으로 외국인 유입 확대로 인해 외국인주민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문화심리학자인 존 베리(John W. Berry, 2005)는 국제이주로 인하여 문화접변(Acculturation)이 일어날 때, 이주민이 취하는 전략은 4가지라고 밝혔다. ‘문화접변’은 서로 다른 두 사회 구성원들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직접적인 접촉 관계에 들어갈 때 그 결과로 어느 한쪽이나 양쪽 사회의 문화에 변동이 일어나는 현상이다(김광억·한상복·이문웅, 2011). 이주민의 전략 선택에 영향을 주는 첫 번째 차원은 이주민 집단의 문화유산과 정체성 유지이고, 두 번째 차원은 거주국 집단과 관계 추구이다. 먼저, 이주민이 자기 문화유산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거주국 사회와 관계 모색도 중요시한다면 ‘통합(Integration)’ 전략을 취한 것이다. 만약 이주민이 자기 문화유산이나 정체성 유지를 중시하지 않고 거주국 집단과의 관계만 중시한다면 ‘동화(Assimilation)’ 전략을, 자기 문화유산과 정체성을 유지하되 거주국 사회와 관계 모색을 고려하지 않으면 ‘분리(Separation)’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주민이 자기 문화유산이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거주국 사회와 관계 모색도 하지 못하면 ‘주변화(Marginalization)’가 되어버린다.

존 베리는 이주민의 전략 선택에 영향을 주는 세 번째 차원으로 거주국 사회가 취하는 문화접변 전략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주민의 통합 전략은 거주국 사회가 ‘문화다원주의(Multi-culturalism)’ 또는 ‘문화다양성’을 존중할 때 가능해진다. 이주민의 동화 전략은 거주국 사회가 ‘용광로(Melting-pot)’ 전략을 취할 때, 이주민의 분리 전략은 거주국 사회가 ‘격리(Segregation)’ 전략을 보일 때 나타나고, 이주민의 주변화 현상은 거주국 사회의 ‘배제(Exclusion)’ 전략과 상응하게 된다.



존 베리는 전략 유형에 따라서 이주민의 문화접변에 대한 태도와 행동 방식, 그리고 문화접변으로 겪는 스트레스 수준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즉, 이주민이 통합 전략을 취할 때 문화접변으로 겪는 스트레스 수준은 가장 낮아지고 거주국 사회에 가장 잘 적응한다. 그러나 이주민이 동화 전략을 선택하게 되면 문화접변으로 겪는 스트레스 수준은 높아지고, 만약 거주국 사회가 이주민에 대해 배제와 차별이 심해지면 이주민은 어쩔 수 없이 주변화되면서 거주국 적응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외국인이 한국에 잘 적응해서 정부가 기대한 대로 국가 성장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가 취하는 문화접변에 대한 전략이 중요하다. 정부는 2007년에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과 2008년에 「다문화가족지원법(다문화가족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따라 정책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책사업은 한국 사회의 적응을 돕고 한국 문화에 동화하도록 유도한 것으로써 조기 적응을 위한 학습과 교육을 통해 외국인주민과 한국인 집단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협소한 사회통합 정책이었다(법무부, 2021). 그러나 앞으로는 외국인 증가를 고려하여 포괄적 사회통합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포괄적 사회통합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외국인주민을 단순히 대체 노동력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구성원으로 보거나 적어도 친한파 외국인으로 만든다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문화다양성’ 전략을 선택하여 포괄적인 사회통합 정책을 개발할 수 있다.

다문화 이해에서 상호문화 이해로
미국에서 문화다양성을 교육하는 스프링협회(Spring Institute)의 폴라 슈리퍼(Paula Schriefer) 회장은 다문화 이해 방식과 상호문화 이해 방식을 구분한다. ‘다문화(Multi-cultural)’ 이해는 여러 문화 집단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울려 살지만, 각 문화 집단이 활발하게 교류하지는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이웃에 있는 베트남인과 교류하지 않으면서 베트남 식당을 자주 가는 경우는 다문화 이해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다음 <그림 2>와 같이 다문화 이해 상황에서 다른 문화를 가진 개인들이 접촉은 하지만, 활발하게 교류하지 않아 서로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별로 변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상호문화(Intercultural)’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가 2013년에 발표한 <Intercultural Competences: Conceptual and Operational Framework>에 따르면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문화 구성원이 직접 또는 다양한 매개 형식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상호 작용하거나 서로 영향을 미칠 때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래서 상호문화 이해가 가능한 사회는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다음 <그림 3>에서 보듯이 다른 문화 집단 간 소통으로 상대방의 규범이나 아이디어를 서로 교환하여 배우고, 새로운 규범과 아이디어를 개발하며 함께 성장하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이 변화한다.



한국인이 외국인주민과 접촉하는 상황에서 다문화 이해 방식이 아니라 상호문화 이해 방식을 취할 때, 한국 사회가 ‘문화다양성’이라는 문화접변 전략을 실천하게 되고, 외국인주민은 거주국 사회와 통합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게 되어 포괄적 사회통합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다양성 증진과 사회통합을 주도할 스포츠
스포츠의 기본요소 중 하나는 ‘경쟁’이다. 스포츠경기의 승패에 몰입해서 선수나 관람자는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스포츠는 근대 국민국가가 세워지는 19세기와 20세기 초에 국가 공동체를 형성하는 주요 매개체였다. 즉, 스포츠는 일제강점기에 손기정 선수를 민족 영웅으로 세우고, 1960~80년대에 국제경기 성적을 높여 한국인이라는 국민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이현서, 2015). 그러나 앞으로는 스포츠가 한국인과 외국인 간의 상호문화 이해를 도와서 문화다양성을 증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할 필요가 있다.

UNESCO가 2005년에 채택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문화다양성 협약)」에 한국은 2010년에 가입하고 2014년에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문화다양성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 따르면 ‘문화다양성’은 집단과 사회의 문화가 집단과 사회 간 그리고 집단과 사회 내에 전하여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을 말하며, 그 수단과 기법에 관계없이 인류의 문화유산이 표현, 진흥, 전달되는 데에 사용되는 방법의 다양성과 예술적 창작, 생산, 보급, 유통, 향유 방식 등에서의 다양성을 포함한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사업을 추진하며 매년 <문화다양성 정책 연차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2022년도 <문화다양성 정책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10개 중앙부처가 73개 문화다양성 사업을 추진하며 약 9,779억 원의 예산을 지출하였고, 지방자치단체는 698개의 사업을 진행하며 약 6,850억 원을 지출하였다. 이러한 문화다양성 사업의 주제는 7개로 나뉘는데 이는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 국제기구 및 국가 간 문화정체성 보호를 위한 협력 활성화, 다양한 문화 주체의 참여 및 문화권 보장, 문화시설과 미디어 접근성 지원, 문화다양성 가치 반영 교육 활성화, 문화다양성 인식 제고, 마지막으로 차별표현 시정을 통한 문화다양성 가치 확산이다. 현재 추진하는 사업 대부분은 다양한 문화 주체의 참여 및 문화권 보장, 문화시설과 미디어 접근성 지원이라는 주제에 해당한다. 그러나 문화다양성 사업에서 스포츠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복지사업(유·청소년과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만 있고, 외국인주민과의 상호문화 이해를 돕는 스포츠 사업은 없다.

정부의 문화다양성 사업에 스포츠가 부재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UNESCO와 「문화다양성법」이 제시하는 ‘문화’ 개념에 스포츠 의미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UNESCO(2009)의 <UNESCO Framework for Cultural Statistics>에서는 문화를 예술과 문학뿐만 아니라 사회나 집단의 생활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관, 전통과 신념까지 포함하는 독특한 정신적, 물질적, 지적, 감정적 속성의 총체로 정의하였다. 또한 문화를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공연과 축하행사(Celebration), 시각 예술과 공예, 도서와 출판, 시·청각 및 상호작용 미디어, 디자인과 창의서비스 등 6개 영역으로 구분했지만, 여기에 스포츠를 포함하지 않았다. UNESCO는 스포츠 속성에서 문화가 주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스포츠를 문화가 아니라 문화와 관련된 영역(Related domains)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간 국제기구(Intergovermental organization)인 UNESCO의 문화다양성 국제협약에 가입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다양성 사업에도 스포츠가 거의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스포츠 국제조직이 대부분 비정부 기구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련 사업을 벌여야 하는 의무가 없다. 스포츠계 최고 국제조직이라고 볼 수 있는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는 인종, 민족, 종교 등의 구분 없이 누구나 스포츠를 즐기는 스포츠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문화다양성을 지향한다. 하지만 IOC는 비정부 국제기구이기에 회원으로 가입한 대한올림픽위원회(대한체육회)가 문화다양성 사업을 추진할 의무가 없으며, 정부가 그것을 강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외국인과 상호문화 이해를 돕는 문화다양성 사업에서 스포츠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UNESCO와 국내 문화다양성 사업이 스포츠를 포함하지 않는데 굳이 스포츠로 상호문화 이해와 문화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필자는 상호문화 이해와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데에 문화의 다른 영역보다 스포츠가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스포츠가 전 세계 대중문화 콘텐츠로서 만국 공통어이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첫 출발은 의사소통하는 것으로 서로 언어가 다르다면 소통을 시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포츠는 전 세계 표준화된 규칙을 가지고 신체활동으로 소통해서 언어 장애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예로, 필자가 재미한인 연구에서 만난 청년은 중학교 1학년 때 이주하여 처음에 영어도 못 하고 학교에서 늘 외톨이였다. 그런데 그가 길거리에서 혼자 농구 연습하는 것을 본 미국 아이들이 다가와서 같이 하자고 말을 걸고 함께 농구를 하면서 비로소 친구를 사귀고 학교생활도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둘째, 스포츠는 신체가 중심이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를 초월하여 신체 움직임의 성공, 실패, 한계를 느끼면서 우리가 모두 ‘사람(Homo sapiens)’이라는 같은 종(Species)임을 깨닫게 만든다. 즉, 스포츠는 신체에 근거한 유대감을 형성하여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는 한국인과 외국인주민 간의 상호문화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정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이 상호문화 이해를 돕는 스포츠를 문화다양성 사업 차원에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외국인 집단을 취약 집단으로 보고 시혜적인 스포츠복지 사업을 개발하는 것보다 외국인주민과 한국인 간의 상호문화 이해를 돕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 이주민의 축구동호회를 연구한 명왕성과 정경환(2022)은 생활축구 리그에 외국인 쿼터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며 한 팀에서 한국인과 이주민이 교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강조한 바 있다. 스포츠는 오랫동안 국제경기 우승을 통해 국민 공동체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앞으로 외국인 증가에 맞추어 스포츠가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주민까지 포함하여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드는 데 일조하도록 스포츠로 교류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148호에 게재된 기고문 입니다.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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