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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경제정책방향: 민생경제 회복의 길

2024.01.11 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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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월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전세계 교역량이 증가하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남에 따라 수출을 중심으로 작년(1.4%)보다는 더 높은 성장률(2.2%)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장기화되고 있는 고금리·고물가의 영향 등으로 내수 경기가 더디게 회복됨에 따라 민생여건의 개선은 지체될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정부는 ‘거시경제 안정관리’에 중점을 둔 작년의 경제정책방향에 비해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민생경제 회복’에 더 주안점을 두고 마련했다. 

이번 경제정책방향 수립 배경이 된 정부의 거시경제 진단은 국내외 전문기관의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예를 들면, 한국은행이 작년 11월에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에 힘입어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흐름이 개선될 것이나, 내수는 긴축적 통화정책의 영향 등으로 더딘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OECD는 작년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경제는 반도체 수요 회복 등으로 수출이 개선됨에 따라 성장률이 작년에 비해 반등하겠지만 내수는 부채상환 부담 증가 및 고물가의 영향으로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국내외 기관들의 일관된 경제전망을 고려한다면 ‘활력있는 민생경제’를 경제정책방향의 표제로 선정하고 민생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준비한 점은 나름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 가운데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소상공인 응원 3대 패키지’이다. 이 3대 패키지에는 ①전기요금 특별지원 ②이자부담 경감사업 ③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금액 인상이라는 방안이 담겨있다. 코로나19의 여파와 고금리·고물가의 영향 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영세소상공인에게는 단비와 같은 정책이 될 것이라 본다. 

다만,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금액 인상은 앞의 두 가지 지원정책과 달리 한시적인 경기 대응 방안이 아니며, 제도 구조상 항구화될 수밖에 없는 조세지출적 성격을 지닌 정책이라는 특징이 있다. 특히 계좌이체를 통한 현금거래가 손쉽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기준금액 인상은 과표 누락을 통한 부가가치세제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계좌이체를 통한 현금거래를 투명하게 포착할 수 있는 과세망을 마련하는 조치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만일, 세부담 경감을 통한 영세소상공인 지원이 정책 목적이라면 기준금액 인상보다는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해 주는 것이 더 나은 정책이 아니었을까란 의문이 든다. 업종별 부가가치율의 한시적 인하는 기준금액 인상보다 부가가치세제의 왜곡을 덜 야기하고, 더 나아가서 ‘취약계층을 선별하여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더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민간투자의 조기 반등을 위해 정부는 세제·금융·애로해소 등 3대 분야에 대한 특별지원을 마련했다. 특히 세제지원 측면에서는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1년 연장하고, 일반 연구·개발비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10% 포인트(p) 상향할 계획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경제정책방향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경제정책방향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역동경제 구현을 위해 규제완화와 더불어 5대 첨단산업에 대해 3년간 150조 원 이상의 정책금융도 공급할 계획이다. 이런 유형의 세제·금융지원은 기업의 투자 및 연구개발 활동이 낳는 외부경제를 반영하지 못한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정책은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낮춰 경제활력을 제고하려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정책이다.

정책 목적상 투자를 많이 하고 납부할 세금도 많은 기업이 더 큰 혜택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기에 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된다고 하여 비난할 이유가 전혀 없다. 대기업의 세부담을 늘리고 중소기업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소득분배를 개선할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재정건전성 관점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평가되는 조세지출의 과감한 축소·폐지 방안이 함께 제시되지 못한 점은 추후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이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는 단기적인 경기 대응 정책뿐만 아니라 긴 시계에서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 이동성 제고 분야이다. 사회 이동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낮은 사회 이동성은 그 사회의 형평성뿐만 아니라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사회적 지위 변동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것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나라의 출산율 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처럼 사회 이동성 제고나 성장잠재력 강화와 같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대신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며 정책을 실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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