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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10년을 되돌아보며

2024.04.15 배경율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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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율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배경율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단말기 유통법(단통법)은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하고, 일부에게만 집중된 보조금을 누구나 차별 없이 누릴 수 있게 해 이용자 편익을 증진하자는 취지에서 2014년에 제정된 법이다. 이른바 ‘호갱’을 없애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법인데, 어수룩해 이용하기 쉬운 고객을 얕잡아 부르는 표현인 ‘호갱’은 바로 휴대전화 유통 부문에서 최초로 쓰인 용어다.

단통법은 제정 직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는데 최근에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단통법 폐지를 외치는 상황이 됐다. 단통법 제정 10년을 맞이한 현시점에서 단통법의 득과 실을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통법의 출발에는 잦은 단말기 대란이 있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단말기를 구매하더라도 정보력이 차이에 따라서 그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이른바 ‘성지’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최신 단말기가 공짜로 판매되기 일쑤였고 정보력이 떨어지는 고객들은 제값을 주고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극심한 이용자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를 새롭게 담은 법이 단통법이었다.

단통법은 가입하는 요금제 수준과 연계된 합리적인 단말기 지원금 차등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한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은 금지했고 이통사와 유통점은 지원금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게시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특히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은 기존 고객들에게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할인을 제공하도록 해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통신 요금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고 불필요한 단말기 과소비를 억제하고자 했다.

단말기 유통법은 그 시행 초기부터 잡음이 끊기지 않았다. 새로운 규제로 인해 이통사의 마케팅이 위축되고 지원금이 크게 줄면서 불만이 커졌다. 국회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법 개정 요구가 제기됐고 이통사를 단말기 유통에서 완전히 배제하자는 완전자급제 논의도 활발했다. 정부는 단말기 유통법에 대한 다양한 보완책을 제시하면서 시장에서 성과가 나타나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 결과 이통사 유통채널이 아닌 자급제 단말기 유통이 활성화됐고 자급제 단말기와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결합하는 패턴이 등장한 점은 긍정적이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대란의 빈도는 크게 줄었고 이용자 차별이 완화된 측면도 분명히 있다.

문제는 경쟁에 있었다. 단말기 지원금 규제가 딱히 다른 경쟁, 즉 요금 경쟁이나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용자 차별을 완화하려고 하다 보니 이통사 변경에 따르는 지원금 차등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이런 이유로 이통사 간 경쟁은 크게 둔화했다. 이통사를 변경하는 데에는 위약금, 결합 할인, 장기 가입 혜택 등으로 상당한 전환비용이 존재하는데 이를 지원할 방법이 부재했다. 실제로 2013년 1116만 건이던 번호이동 건수는 2022년 453만 건으로 감소하는 등 사업자 경쟁이 많이 위축됐다.

한편 단말기 유통규제는 글로벌 규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과거에 미국, 핀란드, 벨기에 등의 국가들에서는 서비스와 단말기의 결합 판매가 이용자의 선택권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한 바 있으나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폐지했다. 일본이 우리의 단통법의 일부 내용과 유사한 지원금 규제를 도입했는데 시장에서 규제가 잘 작동하지 않아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제 대부분의 국가에서 단말기 지원금의 폐지 여부는 이통사들의 자발적 선택의 문제는 될지언정 법적 강제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영구불변의 법은 없다. 법이란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하고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단통법도 마찬가지다. 단통법 제정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이동통신 시장은 포화되었고 시장의 성장 동력이 부재하며 사업자 간 경쟁은 부족하다. 단말기 유통 부문에 이런 이례적인 강한 규제를 별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글로벌 규제 완화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이제 법 제정 10년이 되는 시점에서 단통법 폐지론은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 물론 단통법 폐지로 인해 이용자 차별이 다시 극심해지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고민할 필요는 있지만, 단말기 유통법의 폐지를 통해서 이통사 간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가계통신비 절감과 소비자 편익 증진을 도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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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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