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수출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상품 수요 감소로 수출이 7.5% 감소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9%대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고금리, 물류비 급등, 지정학적 위기 등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3348억 달러로 상반기 역대 2위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한국 수출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결과이다.
한국 수출의 경쟁력은 주요 수출국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금년 상반기 세계 10대 수출국 중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9.1%로 가장 높았다. 반면 2위를 기록한 멕시코는 4%대 성장에 그쳤고, 미국과 중국은 제자리걸음, 일본과 프랑스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그 결과 한국의 수출 순위는 지난해 8위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7위로 한단계 뛰어 올랐다.
특히 오랜 경쟁 관계였던 일본과의 수출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일 간 수출액 격차는 상반기 기준 1000억 달러를 넘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그 격차가 35억 달러로 대폭 축소되었다. 2011년 이후 지속적인 수출 감소세를 겪고 있는 일본은 최근 엔화 약세라는 유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기계류의 부진으로 수출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주력 품목의 고도화와 함께 신성장 산업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는 한일 간 수출 규모 역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신성장 산업 수출 호조…반도체 등 일부품목 의존 벗어나
한국 수출의 다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의존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신상품이 수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전기차, 화장품, 바이오의약품 등 소비재뿐만 아니라 HBM 반도체, 배터리, 양극재, 계측기, 항공기 등 첨단 제품이 새로운 주력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라면, 김 등 한국 먹거리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AI,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 헬스케어, 푸드테크 등 신산업의 성장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첨단산업의 수출 증가는 한국이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을 통해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국가 다변화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때 대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1/4을 차지했으나, 미국과 아세안(ASEAN)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3대 시장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특정 시장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특히 대미수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금년 상반기 미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4.3%로, 1988년 3저 호황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중동, 중남미, 인도, 멕시코 등 신흥 시장에서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한국 수출의 저변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올해 한국 수출은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루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다양한 산업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 경제의 든든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도 강화되어 국가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성과가 해외 경기와 같은 외부 요인보다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과거 수출 호황기와 비교해도 내실 있는 성장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상반기의 긍정적인 흐름이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면, 한국은 사상 최대 수출액인 7000억 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보다 더 많은 경향을 감안하면,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출은 대외 여건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미국 경기 둔화, 중국의 공급과잉, 이란-이스라엘 전면전, 해상 운임 상승 등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대외 리스크 존재…기술력 향상과 정부의 과감한 지원 필요
수출기업은 이러한 대내외 도전에 대비해 제품 전반의 기술력을 높이고, 가치사슬의 상단으로 이동해 수출 상품의 부가가치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원전, 방산, 플랜트 등 상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복합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도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무역금융, 마케팅, 인증 지원을 강화하고, 품목별 타깃 시장을 세분화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재정건전성 제약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선제적으로 내년도 첨단산업 육성과 수출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키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민관이 협력해 역량을 결집한다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은 물론, 세계 수출 상위 5~6위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다. 수출 확대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민생경제 회복을 견인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