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예산안을 밝혔다.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키워드는 'AI'와 'K-컬처', 그리고 '방위산업'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안'을 통해 향후 국정의 중장기 동력을 말하는 가운데, 새삼 눈에 띄는 것은 '문화(K-컬처)'다.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 문화의 힘을 더 키우기 위해 K-컬처 투자도 아끼지 않겠습니다."…"이제 'K-컬처'는" 등 그동안 대통령이 UN 총회 연설에서, 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린 경주에서 수시로 언급해 온 'K-민주주의'와 함께, 국정을 이끄는 수레의 두 바퀴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K-콘텐츠 펀드를 2000억 원 확대하고, 청년 창작자들이 생계 걱정 없이 창작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 말에는 세 가지 중요한 정책적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문화산업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국가 전략산업'이라는 인식의 전환. 둘째, 청년 세대를 '문화 생태계의 주체'로 격상시키려는 세대 감각. 셋째, 문화 정책을 복지·산업·외교로까지 확장하려는 종합 정책 의지다.

정부는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에 진입하는 문화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K-콘텐츠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재정·세제 지원을 통한 기반 확충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순수 예술 및 기초 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여 문화 강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문화 산업과 예술 지원, 관광 혁신 등 문화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가운데 내년도 문화 예산은 9조 6000억 원으로 책정되어 전년도 8조 8000억 원 대비 8.8% 증가했다.
무릇 예산에는 당해 정부의 미래와 철학이 담긴다고 할 때 이를 통해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향성과 국가의 정체성을 그려볼 수 있다. 특히 "문화는 국격이자 국력의 핵심"이라는 이 대통령의 인식은, 대한민국이 경제대국이나 기술강국을 넘어 문화강국으로 나아가야 할 당위성과 목표의식을 강하게 피력한 것이다. 기실 K-컬처의 골든타임이 도래했음에도 이전 정부에서 문화 정책은 사실상 역주행을 하고 있었다고 본다면 이번 예산의 시의성과 선도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역대 정부는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각 정부의 정치적 기반과 정체성 그리고 국정 철학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우선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 기조 아래 문화를 국가 경쟁력 및 수출 상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쥬라기 공원과 현대차 150만 대"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슬로건으로 지금도 소환된다. 임기 말 IMF 외환위기라는 '치명상'이 있었지만 문민정부는 '민주화'와 '문화 복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주력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이후 김대중 정부의 정책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로 압축할 수 있다. 1999년에 들어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문화 예산이 정부 전체 예산의 1%를 넘어섰다. 이 시기에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문화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 오늘날 '한류' 열풍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서 노무현 정부는 문화 민주주의 확대와 지역 문화 활성화를 도모했다고 할 수 있다. 문화 분야 예산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으며, 지방 분권과 맞물려 지방의 문화 정책 투자도 증대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은 정권에 따라 지체되거나 역진(逆進)했다. 아직도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의 악몽이 선연하다. 문화예산은 연속적으로 삭감됐고, 예술인 생태계의 다양성과 자율성은 위협받았다. 문화예술계는 이제 비로소 전임 정부의 문화적 퇴행이 멈추고 국면 전환의 계기가 실질적으로 도래할 것인지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양적 성장주의를 넘어 질적 검토와 실질적인 정책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 척도는 일관성과 현장성이다.
예산은 액면보다는 내용을 보아야 한다. 수치에 현혹(?)되지 말고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방향성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지난 8월에 발표한 '2025~2029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내용' 중 문화·체육·관광 분야를 보면 '제2의 토니상, 노벨문학상' 등 구호성 업적주의가 눈에 걸린다. 한편으로 우수한 공연·전시의 지방 확산, 예술인 창작 지원 강화와 같은 대목이 보인다. 또한 우수한 공연·전시 기회를 지방에 충분히 제공하고 예술인 창작환경을 개선한다는 항목도 있다. 사실 이것들이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지만 이제 진정성에 기대를 해도 좋을까.
또한 내실도 중요하다. 최근 국감에서 나온 얘기처럼 4년간 결성된 K-콘텐츠 펀드의 절반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유보되고 있다는 것은 예의주시할 지점이다. 실제로 2022~2025년 결성된 K-콘텐츠 펀드 규모는 총 2조 7000억 원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1조 4000억 원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묶여 있다는 것이다. 한 야당 의원은 "예산만 불리고 실적이 없는 K-컬처 300조 원은 구호 행정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정책의 디테일'이다. 예컨대 어떤 장르에서 펀드가 실질적인 효과를 냈는가? 2022년 기준, 드라마와 웹툰 분야는 빠른 회수율과 수익성을 보였지만,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장기적 회수가 필요한 구조여서 여전히 투자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게임은 글로벌화 가능성이 크지만, 콘텐츠의 질적 성장보다는 양적 확대에 치중하면서 고질적인 표절과 규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단순한 자금 공급보다도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정책적 설계와 점검이 필요하다. 문화는 투자 이전에 인식과 감수성의 문제다. 물적 기반만 늘려선 창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가령 청년 창작자 지원의 경우는 단발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로 이어져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생계 걱정 없는 창작 환경"은 이러한 장기적 비전 속에서 구체적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정책은 언제나 '사람'의 얼굴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내건 'K컬처 300조'가 숫자의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현장 중심의 감수성과 실천적 제도의 설계가 필수다. 창작자와 투자자, 정책 입안자 모두가 새로운 신뢰의 연대를 이뤄야 한다. 덧붙이자면, 예산이 곧 철학이라면, 이번 문화 예산 9조 6000억 원은 대한민국이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꿈꾸는가'에 대한 답이 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주 연설에서 나왔듯 '만파식적'의 피리소리처럼 세상의 파란을 잠재우고 조화의 선율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시대는 언제나 예술을 필요로 하고, 정치가 그 예술의 발목을 잡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문화강국'이라는 이름에 가까워질 수 있다. 정치는 '가능성의 기예'라고 했다. "없던 길도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문화정책은 바로 그런 '없던 길'을 만들 수 있는 영역이다. 이는 단지 콘텐츠 산업의 진흥을 넘어, 국민 삶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며, 민주주의의 감성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때마침 유네스코에서는 2026년 세계 기념인물로 백범 김구 선생을 지정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는 것은 백범이 남긴 말이다.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K-컬처의 시대는, 백범의 유산을 계승하는 정신의 프로젝트다. 문화는 자본을 넘어 감성이고, 정치가 품어야 할 최후의 언어다. 국가는 그 언어를 책임져야 한다. 문화가 국격이고, 문화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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