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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일 년간 세계 기술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2026년 CES에서는 반론의 여지 없이 피지컬AI 가 주인공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잘 보이지 않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올해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수십 종이 쏟아져 나와 로봇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특히 대중에 처음으로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전시장의 모든 이슈를 덮을 정도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기업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이미 앞으로의 로봇산업을 이끌 주역이 되었다고 여기면 큰 오산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우리는 2026년 로봇산업의 기류를 읽고 미래 전략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2026년 CES에서 휴머노이드 완제품을 출품한 기업의 국가를 살펴보면 중국 기업이 20개 이상으로 절반을 넘게 차지하며 압도적 숫자를 보여줬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된 제품을 출시한 기업까지 포함하면 수를 세기 힘들 정도이다. 다행히 우리도 시기적절하게 산업통상부 주관 하에 휴머노이드 M.AX 얼라이언스 소속 10개 기업이 연합 부스를 만들어 휴머노이드 완제품을 포함해 센서, 액츄에이터, 인간형 손 등 관련 제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 중국 로봇 제품들로 점령된 CES north hall 전시장에서 중국만이 휴머노이드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도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생태계가 있다는 것을 알렸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라고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은 큰 수확이었다.
중국과 경쟁에 있어서 규모 측면에서는 이기기 어렵다고 할지라도 전략의 방향을 잘 잡는다면 분명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중국 로봇들이 보여준 화려한 퍼포먼스를 멀리서 보면 어디선가 로봇을 조종하는 사람이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은 AI가 아직 완전하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펼쳐질 로봇산업을 볼 때는 로봇의 하드웨어 성능을 반, AI 성능을 나머지 반으로 균형 있게 봐야 한다. 다시 말해서 로봇 하드웨어를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하더라도 로봇에 적용되는 피지컬 AI를 잘 만들지 못한다면 로봇산업 경쟁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지금까지 로봇이 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부분을 AI가 가능한 영역으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로봇 시장의 경쟁력은 로봇에 AI를 얼마나 잘 이식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피지컬 AI는 전 세계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는 극초기 단계이다. 아직 절대적인 승자도 패자도 없이 모두가 도전자인 상황이다.
이번 CES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주목받은 이유 중의 하나는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딥마인드와 협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선언은 리모컨 조종에 의존하는 중국 로봇들의 시연과 대조되며 앞으로 피지컬 AI를 적용하는 측면에서 아틀라스가 중국 로봇들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피지컬 AI는 어떻게 사용되어야 할까? AI는 사용처를 중심으로 발전 방향이 전개된다. 생성형 AI의 발전을 뒤돌아보면, 채팅부터 시작해서 글, 그림, 작곡, 동영상 등 콘텐츠 제작으로 발전하더니 지금은 법률상담, 진료상담, 심리상담 등 인간을 보조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영역으로 발전 중이다. 로봇에 적용될 피지컬 AI 또한 다르지 않다. 피지컬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권투하거나 춤추는 데 사용하려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용처는 제조업이다.
지난 수십 년간 제조용 로봇이 공장을 자동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공장을 완전히 자동화하지는 못했다. 제조용 로봇은 단순 반복 작업을 오차 없이 수행하는 기계라서 상황이나 환경이 조금이라도 변경되면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며 일해야 하는 공정에는 언제나 인간이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피지컬 AI는 상황이 바뀌어도 추론을 통해 로봇의 움직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간이 작업했던 영역을 로봇이 할 수 있게 만든다. 즉 완전 공장 자동화가 가능하게 되어 제품의 제조 원가를 상당히 많이 낮출 수 있다. 또한 공장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고 하루 종일 해야 할 업무의 종류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로봇이 초기에 진입할 사용처로는 제격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을 앞두고 있어서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어 로봇을 공장에 투입해야 하는 절박함이 더 크다. 지금도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데 앞으로 더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우리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고 무너질 위험이 크다. 결국 피지컬 AI를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제조업 현장에 투입되어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 지금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다시 이번 CES를 돌아보면 한국의 휴머노이드 M.AX 얼라이언스에 속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은 피지컬 AI를 사용하여 제조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완전 자율로 작동되는 시연을 보여주어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즉 제조업을 사용처로 피지컬 AI를 적용한 우리 로봇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중국 로봇보다 사업적으로 더 인정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적용하기에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일단 휴머노이드 로봇은 지금까지 어떠한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불법이 될 염려가 있다. 첨단 산업은 언제나 시간 싸움이고 속도전이 생명인데 법의 규정을 하나하나 따지고 있다가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십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를 기존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도전적으로 폭넓게 적용한다면 시간 싸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실증 사업의 규모를 대폭 키워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 넓게 투입해야 한다. AI의 핵심은 데이터이다.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좋은 AI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피지컬 AI에 있어서 가장 좋은 양질의 데이터는 제조업 현장에 있다. 현장 근로자들의 손에 암묵지로 존재하는 일하는 행동 데이터를 로봇 데이터로 전환하여 가능한 한 빠르게 많이 확보해야 한다. 즉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 사업을 대규모로 기획하여 각 지역에 있는 산업공단에 빠르고 넓게 투입될수록 우리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경쟁력은 높아진다.
각 지역 산단에 근로자들의 손에 존재하는 양질의 행동 데이터를 휴머노이드 로봇이 빠르게 습득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2026년 CES에서 볼 수 있었던 피지컬 AI에 대한 중국의 약점을 우리가 제조업 현장에서 속도로 넘어설 수 있다면, 아직 무르익지 않아 극초기에 있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의 경쟁에서 우리는 분명 극적인 반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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