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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노조법이 진정한 '대화의 법'이 되기 위한 조건

2026.03.24 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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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노조법이 진정한 대화와 상생의 법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범 사용자가 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노사 당사자 간의 진지한 대화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노조법이 지난 10일부터 시행되었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 개념 및 노동쟁의 개념의 확대,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근로자의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등 여러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노조법과 관련하여 법 시행 전부터 특히 초미의 관심사가 된 점은 원청 사용자에 대한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가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인지,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동조합 간 교섭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 등 원·하청 교섭에 관한 내용이다.

고용노동부가 작성한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은 하도급 등 다층화된 고용구조에서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주체와의 '대화'와 '상생'을 촉진하기 위해서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정 노조법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대화를 통한 상생'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도 "노동계는 대화가 제도화된 만큼 연대라는 가치 아래, 질서 있는 교섭이 진행될 수 있도록 산하조직을 지도해주시고, 경영계도 원하청 상생이 궁극적으로 기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보도되었다. 요컨대 개정 노조법은 그간 사실상 교섭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던 하청노조에게 실질적 교섭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사간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대화와 상생의 법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원·하청 동반 성장을 위한 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 업무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3.10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원·하청 동반 성장을 위한 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 업무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3.10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고용노동부 집계 자료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시행 첫 날인 3월 10일 하루 동안 원청 사업장에 대해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지부·지회는 총 407개이고, 이 중 민간부문 사업장은 143개, 공공부문 사업장은 78개이다. 하청노조로부터 교섭을 요구받은 원청업체는 자동차사업, 조선·해양 플랜트 사업, 건설사업, 대학, 백화점·면세점, 택배회사 등 다양한 민간 기업들 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각 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 부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산하 공공기관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교섭요구를 받은 원청 사업장 중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CLS, 부산교통공사, 화성시 등 5개 사업장은 교섭 요구 당일에 즉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창구단일화절차 등의 교섭절차를 개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런 소식들을 보며 향후 원만한 교섭을 통해 하청 노동자들의 작업환경과 근로조건이 개선되는 상황을 기대하게 된다.

그렇지만 개정 노조법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에서는 상당 기간 많은 논쟁이 있었고 주요 법적 쟁점에 대한 이견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개정 노조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안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사정뿐 아니라 관련 전문가 등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개정 노조법이 진정한 대화의 법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법 시행 초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정부 스스로가 모범 사용자가 되어 민간 사용자들에게 바람직한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는 고용노동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앙정부의 각 부와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 민간위탁기관 소속 노동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들이 중앙정부 및 지자체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래 행정의 시원적 주체는 국가이지만 국가의 역할과 기능이 복잡하고 다양해짐에 따라 오늘날 정부 산하 공공기관 또는 민간위탁기관 등에 여러 역할이 맡겨져 있는데 현재 이러한 기관에서 국민의 편의와 공익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각 부와 지자체는 스스로 사용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도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모범적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 공공부문에 대한 교섭요구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자세로 노동계의 요구를 충분히 소통·협의하여 공공부문의 선도적 노사관계 모델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현장에 신뢰를 쌓고 민간부문의 확산에 주춧돌이 되도록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다종 다양한 민간 사업장에서의 원·하청교섭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조력을 통해 원활한 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방노동관서 전담팀 등을 통해 밀착 지원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초기에는 개정 노조법상의 확대된 사용자 개념이나 노동쟁의의 개념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전문성과 일관성있는 해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절차와 내용이 모두 중요함은 물론이다.

끝으로 결국 대화는 노와 사가 해야 한다는 당연하고도 중요한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대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지만 단체교섭에서 직접 대화하는 당사자가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 

법의 토대는 자유로운 사람들 간의 공존의 조건인 상호승인관계이다. 서로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공존과 상생을 위해 진지한 대화를 하고자 하는 자세야말로 개정 노조법을 진정한 대화의 법으로 완성시켜가기 위한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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