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지금 건국 이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지식기반산업으로의 구조 변화, 그리고 2060년경 잠재성장률 0%로 수렴 예상은 국가의 발전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는 단순한 인구 문제를 넘어 지역경제와 지방재정, 교육, 의료, 복지 등 국가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지역 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은 인구와 기업, 대학, 자본이 지속적으로 집중되면서 성장의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지만, 비수도권은 청년층 유출과 산업기반 약화, 지방재정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부산·대구·광주·대전과 같은 비수도권 거점도시가 일정 부분 수도권 집중을 완충하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이들마저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성장동력 약화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비수도권 내부의 성장거점 기능이 약화되면서 지역 전체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생활권은 이미 광역자치단체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고 있으나, 기존의 분절된 17개 시·도 행정체제는 광역교통, 환경, 물류 등 분출하는 초광역 행정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고 주민 불편과 행정적 비효율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국토의 불균형과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최상위 프레임이 바로 '국토공간 대전환 프로젝트'이며, 그 핵심 수단이 '5극 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 균형성장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공간 정책을 넘어 중앙집권적 국정운영을 과감히 지방분권화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다. 그러나 기존 5극 3특 설계도상 핵심 수단이었던 '특별지방자치단체(광역연합)'는 포괄적 입법권 부재, 자체 세입 기반 제한, 파견 인력 중심의 조직 불안정성으로 인해 초광역 거버넌스로서의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2026년 7월 등장하는 '통합특별시' 행정체제는 규모의 경제 확보와 신속한 집행력을 담보할 강력한 구원투수다. 통합특별시의 첫 번째 케이스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국가 균형발전의 성공 모델이자 국토 다극체제의 당당한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미래 방향성과 제도 설계의 기준틀을 확립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지향해야 할 첫 번째 방향은 혁신성장 거점의 과감한 육성이다. 앞으로의 지역 경쟁력은 권역 인구의 역외 유출을 막아낼 수 있는 인구의 댐이 될 수 있는 거점을 육성하고 이러한 거점이 권역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광주를 중심 거점으로 삼아 권역의 중추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나주의 에너지 신산업 거점, 순천·여수·광양의 첨단화학·철강산업 거점, 목포의 해양·물류산업 거점을 하나의 전략산업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권역 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초광역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청년들이 지역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산업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방향은 획일적 행정체제를 탈피한 지역 맞춤형 기능 배분 구조로의 전환이다. 현재의 지방행정체계는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유사한 기능과 조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도시와 인구 5만명 미만 수준의 농촌지역을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통합특별시는 지역 특성에 따라 광역과 기초 간 기능을 유연하게 배분하여, 인구밀집 지역에 대해서는 행정의 자기완결성을 높이도록 기능을 확대·강화하는 반면, 인구감소 지역에 대해서는 통합특별시 정부가 일부 기능을 직접 수행하는 새로운 행정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행정 효율성과 주민 서비스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방향은 기초자치단체 간 공간적 연계와 자발적 통합의 촉진이다. 열악한 재정 전망과 인구 고령화에 기초지자체가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비효율성이 높아진 과소 시·군·구의 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강력한 재정적·제도적 인센티브를 중앙정부와 협의하여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행정구역 통합 전 단계로서 '기초 연계형 특별지방자치단체'를 활성화하여 공동의 문제를 유기적으로 해결하는 협력 메커니즘을 가동해야 한다.
네 번째 방향은 실질적인 분권형 권역정부의 구현이다. 통합특별시가 단순히 행정구역만 넓어진 광역자치단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권역 차원의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계획권과 재정권, 산업정책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율적 성장체제가 가능하다. 결국 통합특별시의 성공 여부는 행정구역 통합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강력한 권역 거버넌스와 실질적 분권을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단순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아니다. 그것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넘어 다극형 국가발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국토공간 대전환의 실험이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통합 그 자체가 아니라 통합을 통해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비전의 설정과 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정교한 제도의 설계이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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