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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에 날개 달아준 팝아트 두 거장

[변종필의 미술 대 미술] 로버트 라우센버그 VS 재스퍼 존스

2016.09.19 변종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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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세계미술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잭슨폴록이 이끈 추상표현주의였다.

12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양대륙이 고통에 빠져있는 순간에 등장한 추상표현주의는 철저히 전쟁의 반동으로 생겨난 양식이었다.

그런데 미국미술을 빠른 속도로 접수했던 추상표현주의는 생성의 속도만큼 퇴색 또한 놀라울 만큼 빠르게 진행됐다.

견고하게 오랫동안 지속할 것 같던 추상표현주의가 급속히 약화되고, 그 자리를 대신 꿰찬 것은 팝아트였다.

추상표현주의에 강한 거부감을 지닌 일련의 화가들이 혁신을 이끌었다. 그 중심에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 1925~2008)와 재스퍼 존스(Jasper Johns, 1930~ )가 있다.

두 사람은 1955~1956년도 까지 연인관계로 뉴욕의 같은 빌딩에 화실을 가지고 작품을 했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추상표현주의가 잠식해버린 인지 가능한 이미지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합작이나 공동작업(Collaboration)을 통해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예술세계를 확대하고자 했다. 그 결과 각자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면서도 동시에 빠른 속도로 팝아트를 추상표현주의의 위상만큼 올려놓았다.

재스퍼 존스는 폴록의 추상표현주의와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에 대하여 “그것은 더는 적대행위가 아니라 자기규정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표현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로버트 라우센버그는 “아이디어란 부동산이 아니다. 옮겨갈 공간이 충분한 만큼 같은 자리에 계속 머물거나 모방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않는 화가는 재스퍼 존스와 나 단 두 사람뿐이다.”라고 말하며 새로운 경향을 추구하는 자신들의 예술을 가치 있게 자평했다. 

라우센버그의 선언은 단지 주장에만 머물지 않고, 놀라울 만큼 파격적인 행위로 이어졌다.

그중 당대 추상표현주의의 화가 중 한 사람이었던 웰럼 드 쿠닝의 원작을 지워버리고 그 위에 자신의 그림을 그린 <지워진 드 쿠닝>이란 작품은 추상표현주의를 미국미술에서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시도이자 반항행위였다.

5월 어느 아침 표현의 욕구를 참지 못해…

미술은 경이로움을 주어야한다는 지론을 지녔던 라우센버그는 ‘다양성, 변화, 수용성’을 미술의 주제로 삼고 광범위하게 미술계를 주도하는 양식들을 흡수했다. 그의 도발적 표현행위를 대표하는 작품은 <침대>이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침대> 1955. 콤바인 페인팅 : 나무판 위에 베개, 퀼트, 홑이불, 유채, 연필. 191.1 × 80 ×20.3cm, 뉴욕 MoMA소장 : 자신이 직접 사용했던 침구들을 평면작품처럼 벽에 설치하였다. 침대라는 원래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잠, 꿈, 병, 섹스와 관련한 연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침대> 1955. 콤바인 페인팅 : 나무판 위에 베개, 퀼트, 홑이불, 유채, 연필. 191.1 × 80 ×20.3cm, 뉴욕 MoMA소장 : 자신이 직접 사용했던 침구들을 평면작품처럼 벽에 설치하였다. 침대라는 원래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잠, 꿈, 병, 섹스와 관련한 연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5월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어난 라우센버그는 갑자기 끌어 오른 표현의 욕구를 참지 못하고 침실 주위를 서성이다 이불 홑청으로 쓰이던 퀼트 이불보를 발견하고 그것을 압정으로 고정한 후 베개를 놓고 물감을 붓는 행위를 가했다.

파격적인 표현행위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화랑으로부터 전시를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데, 정작 라우센버그는 여기에 관해 “내가 만든 작품 중 가장 친근감이 가는 작품이다”라고 말하며, 오히려 천연덕스럽게 “누군가 그 작품으로 안으로 기어들어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라는 농담조로 수모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캔버스 살 여유가 없어서 저지른 충동적 행위의 결과물이지만, 결과적으로 <침대>는 라우센버그가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지표를 제시한 작품이 됐다.

라우센버그는 색깔을 정하지 않고 무작위를 산 싸구려 페인트를 무슨 색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사용할 만큼 무엇을 예측하고 정하기보다는 우연의 결과가 주는 효과를 즐겼다. “나의 행위는 스포츠와 다르지 않다.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알았다면 아마도 그만두었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라우센버그의 작품이 계산하지 않은 우연의 산물이라면 재스퍼 존스의 작품은 철저한 계산하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20세기 최고의 화상으로 팝아트의 공식적인 후견인을 자처했던 레오 카스텔리(Leo Castelli)는 “라우센버그가 들라크루아라면 재스퍼 존스는 앵그르이다”라고 했던 말도 이 같은 맥락과 같다.

존스의 작품은 익숙한 사물을 다른 수준으로 새롭게 보이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려진 것 이외의 것을 덧붙여라” 창작의 신조

모호성과 의미변형을 작품제작의 핵심으로 삼았다. 그는 규정된 의미와 형태에서 벗어나 대상에 새로운 의미부여가 가능한 세계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오브제를 골라라. 그것을 그려라. 그려진 것 이외의 것을 덧붙여라”를 미술창작의 신조로 삼았다.

성조기에게 아이디어를 얻은 <깃발>, 맥주 캔을 청동으로 주조한 작품 <채색된 청동> 등은 이러한 시각과 신조를 행동으로 옮긴 작품들이다.

1954~1955년 첫 <깃발>을 완성했는데 두꺼운 질감과 반투명 효과를 낸 뜨거운 밀랍에 물감을 섞은 천연 매체를 사용(납화기법)하여 미국의 국기를 익숙한 이미지, 고유성을 지닌 의미에서 벗어나 하나의 시각적 대상으로 치환시켜 그림으로 보이게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그의 작품은 주제와 오브제 사이의 이질감을 해소하고 그려진 결과물이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되기를 원했다. 순간적 드러남보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작품에 공들인 작가의 손길과 작품에 내재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재스퍼 존스 <깃발> 1954-1955(1954년 서명) 합판에 붙인 천에 납화(蠟畵), 유채, 콜라주, 107.3 ×153.8cm, 뉴욕 MoMA소장 : 물감을 캔버스가 아닌 신문지에 칠해 가까이 보면 신문지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밀랍을 녹여 물감과 혼합한 납화 채색으로 반투명의 효과와 그림 표면에 덩어리와 얼룩이 남았다.
재스퍼 존스 <깃발> 1954-1955(1954년 서명) 합판에 붙인 천에 납화(蠟畵), 유채, 콜라주, 107.3 ×153.8cm, 뉴욕 MoMA소장 : 물감을 캔버스가 아닌 신문지에 칠해 가까이 보면 신문지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밀랍을 녹여 물감과 혼합한 납화 채색으로 반투명의 효과와 그림 표면에 덩어리와 얼룩이 남았다.

1960년도에 제작한 <채색된 청동>은 “존스는 아마도 맥주 깡통까지도 작품이라고 팔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던 드 쿠닝의 말이 현실로 일어난 결과를 가져왔다.

맥주 회사의 라벨까지 그대로 살려 청동주조로 떠낸 그의 작품은 ‘실물이냐 미술품이냐’ 의문을 갖게 한 문제작이 되었다.

라우센버그의 즉흥성과 존스의 치밀성은 대조적이지만, 두 사람이 추구한 세계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양한 오브제를 변형시켜 알레고리를 지닌 새로운 오브제로 재탄생 시킨 라우센버그의 ‘콤바인 페인팅(combine painting, 이것저것을 결합 시킨 그림으로 반은 회화고 반은 조각인 혼성형태)’은 초기 작품을 이끌며 그 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라우센버그는 자신의 예술행위가 오브제의 접근방법이나 목표에서 동시대 팝아티스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팝아트와 긴밀성을 부정했지만, 뒤샹의 개념이 내재한 콤바인 페인팅은 자신은 물론 동시대의 팝아트 작가들에게 표현의 영역을 넓혀준 기법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존스는 ‘오브제와 주제’, ‘작품과 오브제’의 관계성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팝아트의 선구자란 평가를 넘어 개념미술의 영역까지 확대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깃발’ 시리즈, 미국 미술 아이콘 자리매김 

이러한 평가의 출발점이 되었던 ‘깃발’ 시리즈는 존스를 20세기 후반 미국미술의 아이콘 중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했다. 깃발이라는 주제로 2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음에도 그의 ‘깃발’ 시리즈는 미술시장에서 희소성이 높다. 

합작이나 공동작업(Collaboration)을 통해 팝아트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던 두 사람은 1961년 연인관계가 깨지면서 작품에서도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이 점차 줄어들어, 노골적이며 직접적인 표현행위가 약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세계미술계에 던진 충격과 파급은 여전히 이어졌다. 라우센버그는 미국 작가로는 최초로 1964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아 세계미술인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잭슨폴록 이후 가장 위대한 미국 미술가’, ‘미국의 피카소’로 불리며 미국 현대미술을 세계미술의 중심에 놓는 데 기여했다.

생존작가중 가장 존경받는 미술인·자유메달 수상

재스퍼 존스는 1985년 생존 작가 중 가장 존경받는 미술인으로 인정받고, 2010년에는 미국의 안보와 세계 평화, 공공의 문화에 기여한 사람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미국 최고의 훈장인 ‘자유메달'을 수상할 정도로 살아있는 미국 미술의 영웅으로 남아있다.

친근한 이미지를 통해 1960~70년대를 풍미하며 대중을 사로잡았던 팝아트가 ‘미국의 평론가 도널드 커스핏(Donald Kuspit)’과 ‘미디어와 소비사회에 관한 이론으로 유명한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등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팝아트가 현대미술에서 차지한 위상과 끼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궁극에 팝아트의 선구적 역할을 했던 라우센버그와 존스는 미국미술을 추상에서 구상으로 돌려세운 일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역할은 1960년대 미국미술을 주도한 팝아트 계열의 화가들(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클래스 올덴버그 등)이 펼치고 싶은 예술세계를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었다는 것에 있다.

* 참고문헌 및 관련추천도서-캐롤 스트릭랜드 지음 김호경 옮김 『클릭서양미술사』 예경, 2010. /피에르 코르네트 드 생 시르 , 아르노 코르네트 드 생 시르 지음 김주경 옮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시공아트,  2012년. 뉴욕미술관지음, 권영진외 옮김『모마하이라이트 뉴욕현대미술관 컬렉션 350』알에이치코리아, 2013. 

변종필

◆ 변종필 미술평론가

문학박사로 2008년 미술평론가협회 미술평론공모에 당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됐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객원교수, 박물관·미술관국고사업평가위원(2008~2014.2)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원 겸 편집위원, ANCI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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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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