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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 새로운 10년의 역사 써야

김종면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

2017.06.30 김종면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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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제28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북한에 있는 고구려 고분군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했다. 한민족의 입장에서 이를 바라보는 심경은 어떠했을까. 자랑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씁쓸했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정작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 것은 그 이후 벌어진 사태다. 이른바 ‘동북공정’이다. 한·중 간 고구려사 논쟁은 역사전쟁’이라고까지 불렸다.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 쯤으로 여기고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에 우리는 전례 없는 국민적 관심을 보였다.

동북공정이라는 것이 결국 만주 지역에서 이루어진 과거의 모든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만들고자 한 것이었으니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공정(工程)’이란 단어를 굳이 부정적인 뉘앙스의 공작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기에 담겨 있는 모종의 국가주의적 기획이라는 의미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중국은 역사나 문화와 같은 소프트파워 영역에 속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도 이렇게 ‘국가총력전’을 펼치듯 한다. 

중국의 공세적인 자국어 보급 운동을 두고도 ‘문자공정‘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 배경에는 ‘공자학원’이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전파할 목적으로 세계 각국의 대학을 중심으로 설립한 교육기관이 공자학원이다. 국내에도 역삼동 서울공자아카데미를 비롯, 전국 20여 개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공자학원은 우리로 치면 세종학당이다.   

공자학원은 종종 세종학당과 비교된다. 단순히 규모만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차라리 ‘공자’라는 이름에 담긴 함의를 되새겨 보는 게 낫다. 불과 40여 년 전 문화대혁명 때만 해도 비림비공(批林批孔) 운동으로 타도의 대상이 된 인물이 공자다. 그런데 지금 중국문화 전파의 도구로 호출돼 활용되고 있다. 국가이데올로기가 작동한 것이다. 공자학원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미국과 유럽 대학에서 퇴출되는 등 문화적 순수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그러나 공자학원은 그야말로 대국굴기의 기세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세종학당이 있다. 어린(몽매한) 백성을 어여삐(긍휼히) 여겨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으니 이보다 더 맞춤한 작명도 없다. 세종학당은 그 이름에 걸맞게 한국어 교육과 문화 전파 기관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세종학당은 2007년 문을 연 이후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10년 새 13배가 늘어 세계 54개국에서 171곳이 운영 중이다. 수강생 수도 4만 9549명으로 약 67배가 늘었다. 한국어 보급 전진기지로서 하드웨어적인 기반은 마련된 셈이다. 문제는 얼마나 내실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다. 2012년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세계 최초로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세종학당이 돌연 철수하는 바람에 한글 보급 활동은 이내 중단 위기에 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지 언어정책 등 해외 사정에 대한 무지와 지속적인 관리·지원 소홀 등이 빚어낸 결과다. 

세종학당의 역할은 한국어를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식·한복·국악 같은 전통문화의 마당일 뿐 아니라 K-팝, 드라마, 영화 등 글로벌 한류 마케팅 현장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한류는 진화를 거듭해 왔다. 1990년대 말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 1.0’에서 2000년대 초 K-팝 중심의 ‘한류 2.0’을 거쳐 최근 한국 문화 전반에 걸친 ‘한류 3.0’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세종학당이 한국문화 전파의 최전선에 서기 위해서는 이 같은 한류 트렌드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 한류 등에 힘입어 해외에서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세종학당의 역할과 기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세종학당재단과 함께 세계 6개국에 세종학당 6곳을 새로 지정했다. 러시아 아스트라한·미국 테러호트·스페인 바르셀로나·인도네시아 자카르타·중국 옌청·캄보디아 프놈펜이다. 이번 모집에는 27개국 51개 기관이 신청, 작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렇게 해외 경쟁이 치열한 것에 비하면 세종학당은 그동안 관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종학당이 무슨 일을 하고 누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가를 보다 많은 국민이 투명하게 알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프트파워가 국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시진핑의 중국은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드러내 놓고 주장한다. 중국의 말과 글을 전파하는 데 공자를 내세워 중화문명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세종학당이 되어선 안 된다. 세종학당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예산 확보는 물론 교재와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원 전문성 강화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세종학당은 한국문화 보급의 대표 브랜드다. 세종학당의 활성화는 장기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

김종면

◆ 김종면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

서울신문에서 문화부장 등을 거쳐 수석논설위원을 했다. 지금은 국민권익위원회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로 세계 문학과 글쓰기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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