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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 앞에는 늘 ‘한국 현대시조의 종장’

[문인의 흔적을 찾아서] 시조시인 정완영/김천 백수 문학관

이광이 작가 2020.10.05

시조는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이다. 때 맞춰 부르는 노랫가락이다. 시(詩)이면서 가(歌)이고, 문학이면서 음악이다. 사람의 희로애락이 발할 때 말(言)보다 먼저 터져 나오는 것이 소리(音)였을 것이다. 그 소리의 질서를 잡아 놓은 것이 조(調)다. 성당의 그레고리안 성가나 절에서 예불소리를 들어보면, 고저장단의 음조만 전해온다. 시보다 조가 먼저다. 지금의 시는 이 조를 잃어버려 눈으로 읽는 것이고, 이 조가 살아있는 시조는 입으로 부르는 것이다. 한문 중심의 문화 속에서 우리말로 살려온 민족의 고유함과 반상(班常)의 구별 없이 누구나 지었던 민중의 주체성을 지켜 온 것이 우리의 시조다.      

김천 직지사 주변에 있는 ‘한국현대시조의 종장’이라고 평가받는 시조시인 정완영의 백수문학관. 문학관도 둘러보고 주변에 도자기박물관과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느릿느릿 걸어 다니기에 좋다.
김천 직지사 주변에 있는 ‘한국현대시조의 종장’이라고 평가받는 시조시인 정완영의 백수문학관. 문학관도 둘러보고 주변에 도자기박물관과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느릿느릿 걸어 다니기에 좋다.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시조시인 정완영의 <조국> 1연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유명한 작품이다. 초장 중장이 3 4 4 4로 같고, 종장이 3 5 3 5 이다. 여기서 핵심은 종장의 첫 구, ‘손 닿자 애절히 우는’이다. 3 5의 배열로 바뀌는 곳, 같은 음조로 나가다가 여기서 한번 트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흐름(流)이 있고, 굽이(曲)가 있고, 마디(節)가 있고, 풀림(解)이 있는, 우리 시조는 그 자체가 바로 우리 산천이요…’ 그의 산문 「시조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나오는 대목이다. 종장의 첫 구가 기승전결의 전(轉), 즉 ‘마디(節)’에 해당한다. 강물이 흐르고 굽이치다가 폭포에 도달하여 낙하하는 지점, 낚시로 말하면 찌가 물속으로 쑥 들어가 대를 잡아채는 순간, 성춘향과 이도령이 사랑하다가 옥에 갇히고 드디어 암행어사가 출두하는 대목, 갈등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절정이다. 작품인가, 잡문인가는 여기서 판가름 난다. 이어지는 <조국>의 2, 3연. 학처럼 여위고 있는 것이 조국이다.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1946년 향리에서 발간한 동인지 ‘오동(梧桐)’.
1946년 향리에서 발간한 동인지 ‘오동(梧桐)’.

정완영(1919~2016)은 경북 김천(金泉) 태생이다. 김천의 천(泉)을 파자하여 호가 백수(白水)이고 그의 문학관도 ‘백수문학관’이다. 어릴 때 조부로부터 한학을 배웠다. 보통학교 4학년 때 여름 홍수로 살길이 막막하여 식구들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5년을 살다 귀국하여 1937년 보통학교를 졸업했다. 그것이 학력의 전부다. 1946년 향리에서 동인잡지 ‘오동(梧桐)’을 발간하며 문필활동을 시작했다. 1962년 ‘현대문학’의 추천을 거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조국>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들어간다. 그는 동시도 많이 써서 1967년 동아일보에 동시 <해바라기처럼>이 당선됐다.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 사이 활짝 펴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1983년 동시 <분이네 살구나무>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이듬해 시조 <부자상(父子像)>이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아마 초중고 교과서에 작품이 다 실린 작가는 백수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평생 외길을 걸은 시인이었다. 그의 학력에는 보통학교 졸업 이후가 없고, 이력과 연보에는 시인 이외의 직업이 없다. 시조가 언제 발표되었고, 동시와 산문에 어디에 게재되었고, 시집이 언제 나왔고, 1992년 시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2005년 ‘경상북도를 빛낸 100인’에 선정되었다는 것들 뿐, 언제고 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한 줄도 없다. 시인의 한 생이 얼마나 곤궁하였을까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1960년대 등단 이후 거의 매일 일기형식의 글을 남겼다. 80세를 넘긴 나이에도 시조집 ‘이승의 등불’을 새로 발간해 선사의 오도송과도 같은 정화된 시어의 세계를 선보였다.
1960년대 등단 이후 거의 매일 일기형식의 글을 남겼다. 80세를 넘긴 나이에도 시조집 ‘이승의 등불’을 새로 발간해 선사의 오도송과도 같은 정화된 시어의 세계를 선보였다.

그는 박재삼·이태극과 함께 1960년대를 대표하는 시조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자연관조와 전통적 서정세계를 바탕으로 작품들을 끊임없이 발표해 우리 현대시조를 되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박재삼은 “시조를 말할 때 가람과 노산을 말하고, 뒤를 이어 초정과 호우를 들고, 그 다음에 백수를 세우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있다”면서 “이것은 현대 시조의 초창기, 계승기, 완성기와 다르지 않으며, 시조의 초장, 중장, 종장과 비슷한 것”이라고 그를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그 이름 앞에는 늘 ‘한국 현대시조의 종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60년대 등단 이후 거의 매일 일기형식의 글을 남겼으며, 80세를 넘긴 나이에도 시조집 ‘이승의 등불’(2001)을 새로 발간해 선사(禪師)의 오도송과도 같은 정화된 시어의 세계를 선보였다. 2016년 백수(白壽)를 3년 남긴 96세를 일기로, 오염되지 않은 ‘흰 물’이고자 했던 백수(白水)는 흙으로 돌아갔다. 제1회 가람문학상(1979), 중앙일보 시조문학상, 육당문학상, 만해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시인’이라는 촌평이 붙은 정완영 시인. 그는 평생 시인 이외의 직업이 없이 외길을 걸은 시인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시인’이라는 촌평이 붙은 정완영 시인. 그는 평생 시인 이외의 직업이 없이 외길을 걸은 시인이었다.

그는 시조의 보법에 대하여 대략 5가지 수칙을 강조했다. ‘첫째 정형을 지킬 것, 정형은 궁색한 것이 아니라 역사가 다듬어 놓은 그릇이다. 둘째 가락이 있어야 할 것, 우리 삶의 리듬이 그 내재율 안에 다 담겨야 한다. 셋째 알기 쉬워야 할 것, 쓸 때는 깊이 고뇌하고 무겁게 사량하고 곰곰이 성찰하되 다 구워낸 작품은 누가 읽어도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근맥(根脈)이 닿을 것, 심심풀이 화풀이 하지 말고 희로애락 그밖에 어딘가에 뿌리가 가 닿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끝으로 시조는 격조가 높을 것, 비속어가 난무하고 제 몰골도 수습 못할 지경에 이르면 그것은 이미 시조가 아니다’고 썼다. 그가 산문에 남긴 이 시조작법은 지금 우리가 글을 쓸 때도 깊이 되새김해봐야 할 것들이다.       

백수 문학관은 김천 직지사 바로 옆에 있다. 문을 들어서면 그의 사진과 함께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시인’이라는 촌평이 벽에 걸려있다. 2008년 문을 열었다. 1946년 발행된 동인지 ‘오동’과 시조시집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가 쓰던 안경, 만년필, 벼루, 붓 그리고 박목월, 유치환 등의 시인으로부터 받은 편지도 볼 수 있다. 자료실에는 3000여 점의 기증도서가 남아있다. 문학관이 있는 직지사 주변에 도자기박물관과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느릿느릿 걸어 다니기에 좋다.  

이광이

◆ 이광이 작가

언론계와 공직에서 일했다. 인(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애인(愛人)이라고 답한 논어 구절을 좋아한다. 사진 찍고, 글 쓰는 일이 주업이다. 탈모로 호가 반승(半僧)이다. 음악에 관한 동화책과 인문서 ‘스님과 철학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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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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