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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은 음악계의 스승과 제자

[클래식에 빠지다] 스승과 제자

2021.05.28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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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우연이건 필연이건 서로의 멘토이자 멘티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예술가에게 멘토는 자신의 성장에 아주 중요한 존재이며 밑거름이다. 그것은 넓은 의미로는 꼭 사람만이 아닌, ‘사상’일수 있고 ‘자연’일 수도 있다.

가령 파블로 네루다의 멘토는 ‘사상’이겠으며 안토니오 가우디의 스승은 ‘자연’이었을 것이다. 또한 위대한 예술가들의 스승 또한 최고의 예술가인데, 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제자에게 받은 영감을 자신의 예술적 발전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5월은 스승의 날이 있는 달이다.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오전 서울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글을 낭독하고 있다.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오전 서울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글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르치다’의 의미인 ‘teacher’와는 다른 ‘이끌어주다’의 의미가 있는 ‘멘토’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 나가기 전 친구인 멘토르에게 자신의 아들 교육을 부탁하면서 유래했다. 그렇다면 멘토는 예술가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 길드(Guild)

11세기에서 16세기 중세유럽의 상공업 중심에는 길드라는 조직이 있었다. 이들은 동업자들끼리 서로 우호적인 모임에서 출발해 수공업자나 상인들의 상호 부조와 보호 그리고 권익증진을 위해 결성되었다.

또한 예수회 기사단처럼 폐쇄적인 집단으로 엄격한 규율을 갖고 있었는데, 길드의 회원은 서로 도와야 했고 다른 회원을 흉보거나 질 나쁜 물건을 제공하면 안되었다.

아울러 자신들의 직업과 도시의 명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기사단이 성지탈환을 위한 하느님의 기사단인 것처럼 수공업자도 교회를 위한 하느님의 수공업자이자 상인이었다.

그렇기에 길드사회에서 장인 또는 직인(‘Master’ 라고 불린다)이 되려면 상당기간 동안 정해진 도제수업이 필수고,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낯선 도시의 다양한 직업방식을 경험하기 위해 수년 동안 여행을 한다.

한편 마스터(Master)가 되기 위해서는 최종시험에 3가지의 최상급작품을 내놓아야 하는데 흔히 우리가 말하는 마스터피스(Masterpiece), 즉 걸작이라는 뜻의 단어는 여기서 나온 것이다.

물론 중세 이전부터 있었겠지만, 아마도 유럽사회에서 현대적 의미의 멘토와 스승의 시작은 길드의 도제수업이 도화선이 되었을 것 같다.

◆ 장인의 스승 

이탈리아의 장인들은 지금도 명성을 유지하며 그들의 이름 딴 브랜드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데, 밀라노와 가까운 작은 도시 크레모나는 세계적 현악기제작의 장인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 곳 출신의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 간략히 Strad 스트라드)와 과르네리 델제수(Guarneri del Gesu)는 바이올린 명기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이들은 길드에 속한 엄격한 도제수업을 통해 불후의 명기를 만들 수 있었는데, 그들의 스승인 니콜로 아마티(Nicolo Amati)는 바이올린의 현대적인 모습을 만든 제작자 중 하나이다.

메디치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현대적인 바이올린을 제작한 1세대 안드레 아마티의 손자인 니콜로는 스트라드에 필적할만하지는 않지만 현대의 콘서트연주에서도 최상급의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주고 있다. 이후로 아마티가문은 몇 세대를 거쳐 대대로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위대한 악기제작가문이 되었다.

한편 스트라드가 니콜로 아마티를 만난 건 12~14세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는 이미 20세에 자신의 이름을 악기에 새겨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마티로부터 완전한 독립은 40세가 되어서야 했다.

지난 2007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악기 전시회에서 한 관계자가 1720년에 제작된 바이올린(스트라디바리우스, 70억)을 연주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악기 전시회에서 한 관계자가 1720년에 제작된 바이올린(스트라디바리우스, 70억)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스트라드의 악기가 미적으로도 음향적으로도 아름다우며 불후의 명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먼저 근면성실하며 실험적 정신을 갖고 다양한 음향적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그가 살았던 시기는 소 빙하기(1645~1750년)로 유럽이 굉장히 추웠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의 악기재료는 북크로아티아산 단풍나무였는데, 이 시기 나무의 밀도가 굉장히 높아져서 소리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거라는 과학적 결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스승인 니콜로 아마티의 영향이 없었더라면 그의 악기는 그저 그런 악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초창기 그의 악기는 아마티의 모형과 기술을 답습했고, 이후 전성기인 1697~1725년 사이의 악기들은 그 기반을 토대로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바이올린을 탄생시켰다.

이후 두 아들인 프란체스코(Francesco)와 오모보노(omobono) 이후 베르곤치(C.Bergonzi)를 지나 비욤 (Vuillaume), 피오리니(G.Fiorini), 현대의 사코니(F.Sacconi)로 이어지기까지 스트라드의 바이올린은 이상적인 바이올린의 원형이 되었다.

◆ 하이든과 베토벤

흔히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은 100여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교향곡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그는 대중적 현악4중주의 창시자로 구조적인 완벽성과 엄밀성을 추구했는데, 그의 교향곡 근간은 현악 4중주에서 발전한 부분도 많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던 하이든은 발트 슈타인 백작의 주선으로 58세에 그의 제자로 이제 막 약관이 된 악성 베토벤을 만난다. 하지만 이들의 사이가 항상 좋았던 건 아닌듯하다. 

에스터하지 가문을 위해 바쁘게 일을 하며 부와 명성을 쌓아가던 하이든은 배움에 목말라했던 베토벤의 갈증을 쉽게 풀어주기는 어려웠다. 가끔씩 레슨을 해주었지만 형식적이었고, 이에 불만이 쌓인 베토벤은 하이든으로부터 배운 것이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그는 하이든 레슨의 미흡했던 부분을 명 교사였던 오토셴크와 알브레히츠 베르거에게 화성학과 대위법을, 모차르트를 시기했다고 알려진 살리에리에게 성악작곡법과 칸타타 등을 비밀과외로 배웠다.

반면 비록 둘 사이가 여러 가지 이유로 원만하지는 않았지만 하이든은 자신의 뒤를 이을 차세대음악가로 베토벤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한편 하이든의 76세 생일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의 주요부분을 연주하는 갈라 콘서트에 비엔나의 모든 명사들이 초청받았다. 이날 쇠약해진 하이든을 안락의자로 들어올려야 할 때 베토벤이 뛰어들어 옛 스승의 손에 키스를 하고 무릎을 꿇어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원망하던 때도 있었지만 베토벤의 음악에는 하이든의 유산이 담겨있다. 길지 않은 신포니아나 디베르티멘토의 주제를 바탕으로 4개악장의 음악적 프레임을 만들어나가서 발전시킨 부분, 정교한 선율의 전개기법 등은 베토벤이 하이든으로부터 받은 유산임에 틀림없다.

◆ 만남

천재적인 예술가와의 만남은 서로 많은 영감을 줄 때도 있지만 로댕과 까미유처럼 예술외적인 부분에서 파괴적 일수도 있는 위험요소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여러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의 작품과 기술을 모사하고 따라 하면서 그들의 예술세계를 넓혀나갔다.

가령 베토벤을 존경하며 그의 음악을 닮고자 했던 작곡가가 있었는데, 빈과 독일 고전파의 마지막 음악가이며 19세기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요하네스 브람스다.

브람스의 스승은 슈만이었지만, 브람스의 음악은 베토벤적 부분형식을 많이 따르고 있었다. 실제로 브람스를 연주하면 베토벤처럼 강한 집중력을 요하면서 길지 않은 프레이징에서도 많은 에너지소모가 필요하다.

베토벤 음악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음악을 통해 발전시킨 브람스는 베토벤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멘토로 베토벤을 삼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베토벤 동상.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베토벤 동상. (사진=저작권자(c) EPA/CHRISTIAN BRUN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요즘 레트로 열풍이 일면서 다시LP를 듣기 시작 하시는 분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리고 LP 수집가들사이에서 가장 희귀하고 명반취급을 받는 음반 중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요하나 마르치(Johanna Martzy)의 음반이 있다.

20세기의 바이올리스트이자 교육자인 칼 플레시(Carl Flesch)는 헨릭셰링(Henryk Szeryng)과 자넷느뵈(Ginette Neveu)등 수 많은 명 바이올리스트를 길러냈다.

그를 존경하며 가르침을 바랬던 요하나 마르치였지만 결국 칼 플래시 문하로 들어가는 데는 실패했고, 대신 그의 연주를 많이 들으며 음악적 성장을 해나갔다.

그리고 평론가들은 유연하며 따스한 감성의 고전주의적인 요하나 마르치의 연주가 칼 플래시와 가장 닮아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처럼 진정 깨달음과 영감을 주고받는 멘토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듯하다.

정채봉 작가의 저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에서는 만남을 5가지로 표현했는데, 만날수록 비린내가 나는 생선 같은 만남과 힘이 다 닳으면 던져버리는 배터리 같은 만남, 금방 만나고 없어지는 지우개 같은 만남이 있단다.

반면 피었을 때 환호하다가 시들어버리는 꽃송이 같은 만남과 가장 아름다운 만남인 힘들 때와 슬플 때 닦아주는 손수건 같은 만남도 존재한다. 과연 어느 누군가의 멘토이자 멘티인 우리는 지금 어떤 만남을 하고 있을지 자문해 본다.

☞ 추천음반

캐나다 출신 바이올리스트 제임스 이네스(James Ehnes)의 <homage> 앨범에는 아름다운 소품곡들이 담겨있다. 각 곡마다 각기 다른 명기들로 연주하고 있는데, 아마티와 스트라드는 물론 과르네리 델 제수, 과다니니 등 서로 다른 개성의 명기들의 소리를 비교해 볼 수 있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String Quartet) op.18은 1798~1800년 베토벤의 20대후 반시절 작곡된 작품이다, 초기 하이든의 영향력 아래 단정하고 균형 잡힌 구조적 특징을 보이면서 그의 개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곡은 알반베르그 사중주단(Alban Berg Quartet)의 레코딩을 추천한다.

끝으로 요하나 마르치의 음반은 구하기 힘드시겠지만 유튜브를 통해서도 들어보실 수 있다. 그녀의 바흐무반주 소나타&파르티타와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가히 명반이라 하겠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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