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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음악가

[클래식에 빠지다] 장미전쟁, 베토벤과 나폴레옹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와 레닌그라드

2021.06.21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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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HBO에서 방영했던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를 소재로 한 드라마 <West world>의 마지막 시즌 3편의 예고편 노래는 “We will meet again”이었다.

이 곡은 지난해 103세의 나이로 타계한 영국의 국민가수 베라 린(Vera Lynn)의 노래로, 세계 2차대전 중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그녀를 일약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히 “우리는 다시 만날 거에요, 어디서 언제일지 모르지만 화창한 봄날에 우린 분명 만날 거에요”라는 가사로 많은 군인과 그들의 가족, 또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안겨 주었다.

6·25 전쟁 당시 공연병으로 최전선에서 위문공연을 했던 세계적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이 2016년 6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UN군 참전용사 위로연에서 공연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공연병으로 최전선에서 위문공연을 했던 세계적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이 2016년 6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UN군 참전용사 위로연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현충일과 6.25 전쟁일이 있는 6월은 전쟁과 가장 관련이 있는 가슴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하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미국의 역사학사 윌 듀란트(Will Durant)는 역사에 기록된 3421년 중 전쟁이 없었던 해는 286년에 불과하며,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버트란트 러셀(Bertrand Russell)은 “인류는 역사의 93% 기간동안 전쟁을 해왔고 7%만이 전쟁이 없었던 시절”이라고 했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가히 전쟁의 역사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데, 전쟁은 많은 이들을 고통과 절망에 빠지게 만들었지만 반면 예술가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는 대립과 증오가 소용돌이치는 세계에서 위대한 예술가들은 인류의 희망이 되어 정신적인 치유자로써의 역할과 탐욕과 이기심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시대의 고민을 함께하며 견뎌온 예술가들의 작품은 지금도 많은 메시지와 영감을 던져주고 있는데, 이에 전쟁에 관련된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 그리고 어떤 에피소드가 있는지 알아본다.

◆ 장미전쟁

영국은 1337년부터 시작된 프랑스와의 백년전쟁이 끝나고 프랑스에서의 영토를 많이 잃게 되었다.

이후 프랑스는 많은 왕족과 귀족들이 전쟁 중에 사망하면서 자연스럽게 왕권강화로 나아갔지만, 영국은 귀족들이 건재한 상태로 좁아진 영토를 둘러싸고 서로간 많은 다툼들이 있었다.

그리고 1455년부터 1485년 동안 왕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영국의 내란은, 붉은 장미를 가문의 문양으로 쓰는 랭커스터와 흰 장미의 요크 가문이 벌인 전쟁으로 ‘장미전쟁’으로 부쳐졌다.

이에 민족주의 음악가 중 한명인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rich Smetana)는 이 장미전쟁을 소재로 교향시 <리차드 3세>를 작곡했는데, 이는 셰익스피어의 극인 <리차드 3세>를 바탕으로 했다.

이 극의 주인공 리차드 3세는 장미전쟁을 관통하는 중요한 인물로 형인 에드워드 4세가 죽자 조카들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어 공포정치를 펼치다 결국 모든 전쟁을 끝낸 헨리튜더(Henry Tudor)에게 패하며 사망한 인물이다.

스메타나의 <리차드 3세 교향시(Richard III, Symphonic Poem)>는 인물의 느낌과 심리적 묘사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 어둡고 비극적 느낌으로 시작하다 웅장해지면서 발전해가는 부분은 그가 왕위의 목적을 달성하는 부분을 표현하고 있다.

이어 후반부의 트럼펫과 팀파니의 울림은 튜더와의 전쟁 서막을 알리고 마지막은 그의 인생처럼 비극적으로 마무리된다.

한편 스티브 그린블렛의 <폭군>을 보면 셰익스피어는 리차드를 묘사하는데 있어 토머스 모어의 당파적인 이야기와 튜더시대 역사가들에게 크게 의존했다고 한다.

◆ 베토벤과 나폴레옹

잘 알려진 대로 베토벤의 심포니 3번 <영웅>은 나폴레옹을 위해 작곡한 곡이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가 되면서 베토벤은 이 곡을 헌정하지 않았다. 아마 나폴레옹을 공화주의 평등이념을 실현시켜줄 영웅이 되길 바랬던 베토벤은 배신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한편 심포니 3번 <영웅>은 1802년부터 1804년까지 2년여동안 작곡되었으며 이듬해에 초연했다.

이 곡은 고전주의 심포니의 전형으로 모차르트나 스승인 하이든의 심포니보다 2배 이상 길며 네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졌는데, 지휘자 번스타인은 이 곡의 1악장과 2악장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두 악장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영웅> 심포니가 완성된 지 5년 후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가 완성되었는데, 이 곡은 그의 후원자이자 제자인 루돌프 대공을 위한 작품으로 나폴레옹의 침공 당시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공격과 점령을 받던 시기에 작곡되었다.

프랑스 군대의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작품을 쓸 수 있었는지 의문이지만(혹자는 그의 청력 때문이라고도 한다), 개인적으로 <황제>의 2악장은 시적이며 영혼을 치유하는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다시 5년 후인 1813년 베토벤은 전쟁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웰링턴의 승리>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이 곡은 영국의 웰링턴 장군이 나폴레옹 군대를 격파하고 승리한 것을 기념으로 의뢰 받아 작곡되었다.

특히 이 곡은 영국과 프랑스의 국가를 주제로 사용해 대포나 소총, 나팔소리를 금관악기와 타악기로 사용해 극적 효과를 이끌어낸 작품이다.

지금은 그의 교향곡만큼 인기는 아니지만 당시 전쟁심포니는 시대적 상황상 대중적 인기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베토벤의 중요한 작품들 중에는 전쟁의 신처럼 불렸던 나폴레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곡들이 많다.

◆ 쇼스타코비치와 레닌그라드

러시아 근현대 대표하는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러시아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사진=저작권자(c) TASS/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계 제2차대전 중 독·소전쟁이 발발하자 쇼스타코비치는 군대에 자원 입대하려고 했으나 지독한 난시와 쇠약한 체력 때문에 입대는 거부당했다.

그런 쇼스타코비치는 다른 방법으로 국가에 헌신하기 위해 작곡을 했는데 일명 <전쟁교향곡>이라고 불리는 교향곡 7, 8, 9번이었다. 이중 교향곡 8번은 2차대전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투인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소재로 삼고 있고 9번은 종전에 대한 찬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전쟁교향곡 중 7번은 레닌그라드라는 표제가 붙어있는데, 현재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라고 불리는 쇼스타코비치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곡의 1악장은 레닌그라드 전투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마지막 악장은 다가올 승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편 당시 레닌그라드는 약 900일 가까이 독일군에 의해 고립되어 있었는데, 당시 스탈린체체의 소련은 쇼스타코비치의 7번을 전쟁 중 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초연했고 전쟁 중 사기를 진작시키는 도구로도 이용했다.

이후 이 곡은 마이크로필름으로 서방에 보내져 영국에서는 헨리우드의 지휘로, 미국에서는 거장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1930년대부터 ‘소련’ 내 음악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에게는 부담스럽고 길들여야 하는 존재였다. 이에 친인척들이 체포 당하고 도청당하는 고난을 겪은 쇼스타코비치는 당국과도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했다.

그의 7번교향곡은 독일 나치에 대항해 표면적으로 쓰여졌지만, 사실 은밀하게 스탈린의 독재에 항거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쇼스타코비치 자신의 7번 교향곡에 대해 “이 음악은 공포와 굴욕, 영혼의 속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나치즘뿐만이 아니라 지금 소련의 대전을 포함한 파시즘을 그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 CODA

나사(NASA) 리포트에 의하면 인류의 문명을 5만년으로 보고 800명의 수명으로 나누었을 때 대부분 인류는 동굴 같은 곳에서 생활했고, 4명만이 시간을 제대로 잴 수 있었으며 마지막 2명만이 물질문명의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지와 뉴사이언티스트에서 편집자로 활동한 물리학자 마크 뷰캐넌은 “인간은 새로운걸 계속 배우면서도 생각의 구조는 5만년전과 변함이 없다. 적절한 상황이 주어지면 우리는 애국심에 휩쓸릴 수 있고 또 끔찍한 전쟁이나 테러는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1914년 세계 제1차대전 중 독일군과 영국, 프랑스 연합국이 100m도 안되는 거리를 두고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고 있을 무렵, 크리스마스 이브에 독일군의 장교이자 유명성악가인 발터 키르히호프(Walter Kirchhoff)가 캐롤을 불렀다.

그러자 상대편에서 앙코르를 외치며 서로가 성탄절만큼은 휴전을 하자고 제의했다. 축구도 하고 미사도 같이 드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런 사실은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로 만들어져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전쟁의 근원인 탐욕을 제어할 수 없는 한 인류는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음악이라는 언어가 가진 인류의 보편성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80세를 넘긴 20세기 초 이런 말을 육성으로 남겼다.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의무뿐만이 아니라 자신 안에 깃든 정신에 대한 의무가 있습니다”

☞ 추천음반

전쟁을 소재로 한 음악은 앞서 얘기한 음악 외에 드뷔시(Debussy)의 <흑과 백>, <영웅자장가>와 홀스트(G.Holst)의 행성 중 <Mars> 등 여러 곡들이 있다.

스메타나의 리차드3세 교향시는 라파엘 쿠벨릭(Rafael Kubelik)의 지휘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음반을 추천한다.

베토벤 교향곡3번은 너무나 유명한 지휘자들의 명반들이 많지만 오토클램퍼러(Otto Klemperer)의 음반은 그라모폰선정 100대명반에 꼽히기도 하며, 원전연주의 색다른 느낌을 들어보시려면 로저 노링턴(Roger Norrington)의 연주도 훌륭하다.

베토벤의 <황제>는 건반 위의 사자라고 불렸던 에밀 길렐스(Emil Gilels)의 연주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또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므라빈스키(Mravinsky)와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의 연주를 추천하고 마리스 얀손스 (Mariss Jansons)의 연주도 명연이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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