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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멘델스존의 <한 여름밤의 꿈>

[클래식에 빠지다] ‘한 여름밤’에 듣는 아름다운 음악

2021.08.12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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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셰익스피어(W.Shakespeare)

세계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작가중 하나인 윌리엄 셰익스피어(W.Shakespeare)는 가깝게는 단테(Dante), 멀게는 호메로스(Homeros)나 베르길리우스(Vergilius) 이후 가장 위대한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불린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여러 본성들을 날카롭게 꼬집으면서도 휴머니즘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데, 주로 개인의 욕망과 사회의 요구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소재로 삼았다.

38편의 희곡과 4대 비극 등 그의 작품은 인간본성과 심리에 대한 대단한 통찰력 없이는 쓸 수 없는 명작들로, 일찍이 괴테는 두 번째 장편소설인 <빌헬름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쓰면서 도저히 셰익스피어를 따라가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한 도스토예프스키는 셰익스피어를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칭했고,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 또한 그에게 무수히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트도 그의 이론을 정립하는데 셰익스피어에 의존한 바가 크다고 밝혔다.

◆ 한 여름밤의 꿈(Midsummer night's dream)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한 여름밤의 꿈>은 그의 5대 희극 중 하나로, 1595년 엘리자베스1세 시대에 쓰여진 전기와 습작시대의 작품이다.

당시 그가 살던 시기는 종교와 갖가지 문제로 왕권이 불안하던 때로, 연극이 대중을 선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표현의 자유는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같은 시기의 극작가 벤 존슨(Ben Jonson)은 구금과 체포를 당했던 만큼, 영리한 셰익스피어는 당시의 시대상을 그리기보다는 전치적 기법으로 돌려 말하기를 하며 시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한편 <한 여름밤의 꿈>은 갖가지 환상적인 일들이 벌어진다는 전설이 있는 성 요하네스의 전야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모티브로 하는데, 극에서의 이 날은 일년중 밤이 가장 짧은 하지로 그리스의 아테네가 배경이다.

이 작품은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도망치는 커플과 그들을 쫓는 약혼남, 또 그를 사랑하는 또 다른 여인이 등장하며 중간에 요정의 실수로 벌어진 엇갈린 운명이 펼쳐지는데, 결국 왕에게 허락 받아 결혼식까지 하게 된다는 해피엔딩의 희극이다.

지난해 7월 한 여성이 리투아니아 포크로자에서 열린 꽃 축제 <한 여름밤의 꿈>을 지나고 있다.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세익스피어의 연극 <한 여름밤의 꿈>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해 7월 한 여성이 리투아니아 포크로자에서 열린 꽃 축제 <한 여름밤의 꿈>을 지나고 있다.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세익스피어의 연극 <한 여름밤의 꿈>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펠릭스(Felix)

‘펠릭스’는 행운아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이름을 지닌 멘델스존은 이처럼 어려서부터 지적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부유한 집안의 신동이었다.

특히 멘델스존은 라틴어, 영어, 이탈리아어 등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고 미술에도 상당한 재능이 있었는데, 실제 그가 그린 그림을 보면 화가 못지않은 뛰어난 회화실력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멘델스존은 어린 시절부터 셰익스피어 문학에 상당히 심취해있었던 할아버지인 모세스 멘델스존(Moses Mendelssohn)의 영향과 가풍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그의 할아버지는 독일의 소크라테스로 불리며 스피노자의 계몽주의사상을 널리 알린 엘리트 지식인이자 괴테의 친구로 셰익스피어의 문학이 유행하기도 전에 그의 번역본을 출판하였던 인물이었다.

또한 은행가인 아버지 아브라함(Abraham)과 친 누나 파니(Fanny) 또한 셰익스피어 문학에 상당히 심취해 있었기 때문에 멘델스존은 자연스럽게 문학에 젖어들 수 있었다.

게다가 금융업으로 부유했던 멘델스존의 집에서는 주말마다 음악회가 열렸는데, 친 누나 파니는 “우리는 정말 아름다운 한 여름밤의 꿈속에 살았다”라고 일기에 적고 있다.

파니는 멘델스존 못지않은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었으나 시대적 상황과 가족의 반대로 그녀가 작곡한 많은 곡들은 출판되지 못했는데, 멘델스존의 몇 곡은 누나 파니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 해석(Interpretation)

멘델스존의 <한 여름밤의 꿈>은 극음악으로 연주할 때 보통 서곡(Overture)으로 시작해서 스케르초(Scherzo), 간주곡(Intermezzo), 녹턴(Nocturn), 마지막 결혼행진곡(Wedding march)으로 마무리 된다.

먼저 서곡은 멘델스존이 17세때 작곡한 곡으로 플루트와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을 주고 있는데, 그가 존경하는 바흐의 화성과 선율을 낭만파적으로 풀어낸 명작이다.

슈만은 이 곡을 듣고 마치 요정들이 직접연주를 하고 있는 듯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나머지 곡들은 17년 후인 34세에 프로이센의 국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Friedrich Wilhelm IV)의 부탁으로 여러 개의 극음악을 덧붙여 완성했다.

1막과 2막 사이에 나오는 스케르초는 해학 또는 농담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주로 3박자의 빠르고 경쾌한 기악곡에 붙어져 있다. 목관악기의 연주로 시작해서 오케스트라 전체가 멜로디에 함께 하는데 숲 속 요정들의 움직임들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극에서는 배경이 인간들이 도망간 숲 속으로 바뀌는데, 요정들의 이야기가 전개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여름밤의 꿈> 스케르초는 까다로운 리듬감 때문에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오디션 곡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박물관에 전시된 펠릭스 멘델스존의 일기.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박물관에 전시된 펠릭스 멘델스존의 일기.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편 오페라를 보면 극과 극 사이에 연주되는 관현악 곡이 있는데, 이를 간주곡 또는 인터메조(Intermezzo)라고 부른다. ‘사이’라는 뜻의 ‘Inter’와 중간이라는 의미의 ‘Mezzo’가 합쳐진 합성어다.

극 전체인 13곡 중 5번째 곡인 인터메조는 요정의 실수로 사랑에 빠지는 약을 여주인공 헤르미아의 연인 라이샌더에게 바르고, 그가 다른 여인을 따라 가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연인을 찾아 헤매는 헤르미아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평화롭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녹턴>은 야상곡이란 뜻으로 쇼팽의 여러 곡들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멘델스존의 녹턴은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호른의 연주로 시작되고 있는데, 극에서 요정의 왕인 오베론이 엇갈린 사랑의 인연들을 잠재우고 마법을 풀어주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결혼식 퇴장음악으로 유명한 <Wedding march(결혼행진곡)>는 인간세계의 왕 테세우스의 허락으로 세 쌍의 연인이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 울려 퍼지는 음악이다.

전체 13곡 중 9번째 곡으로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곡이지 않을까 싶다. 보통 결혼식 입장 때는 바그너(R.Wagner) 오페라 로엔그린(Lohengrin)에 나오는 오르간 웨딩마치가 울리고 퇴장 때는 멘델스존의 음악이 쓰인다.

화합을 뜻하는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혼식에서 반유대주의자였던 바그너와 유대인 가문의 멘델스존 음악이 함께 울리는 것은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 유산(Heritage)

<한 여름밤의 꿈>은 문학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예술적 유산을 남겨주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한 엘리자베스1세의 시기는 겉으로 보기에 번창하고 안정되어 보였지만, 이면에는 격동의 시기로서 새로운 질서가 정립되고 있었다. 정치에는 마키아벨리, 인문자연철학에 몽테뉴, 우주에는 코페르니쿠스가 나타났다.

펠릭스 멘델스존이 활동한 시대 또한 산업혁명의 시기로 계몽주의가 나타나고 시민들의 권리와 의식이 성장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가 셰익스피어의 문학에 빠진 것은 어쩌면 비슷한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편 르네상스 말기의 이 작품은 3가지의 문학적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첫 번째는 사랑의 속성에 대한 고찰이며 두 번째는 왕 앞에서도 당당하게 사랑을 외쳤던 투쟁의 자유와 의지, 끝으로 인생 전체에 대한 성찰이다.

극에서 결혼식 이후 테세우스 왕이 축하공연을 열게 되는데 극 중에서 <피라무스와 티스베>라는 연극을 공연하게 된다. 사랑하던 두 남녀가 부모님의 반대로 죽음을 택하게 된다는 스토리인데, 결혼축하공연으로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하지만 극에 이 부분을 집어넣으면서 깊은 성찰의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 듯 하다. 마치 동양사상의 새옹지마와 현대 코미디의 원형인 채플린의 명언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의미와도 상통하고 있다.

멘델스존의 음악은 셰익스피어 문학의 깊은 이해를 통해 탄생했다. <마태수난곡> 등 수많은 바흐의 음악을 발굴하고 세상수면위로 끌어올린 그였지만, 현재 멘델스존 자신의 많은 작품들은 미발견 상태이다.

뼈대 있는 유대인 가문(다국적기업 ‘아그파 AGFA’는 그의 아들이 세운 기업이다) 출신인 멘델스존은 그를 비판하고 반유대주의를 외쳤던 바그너를 숭배한 히틀러의 의해 많은 자료와 작품들이 소실 되었다.

모차르트와 비견되며 짧은 생애 동안 최고의 명예와 부, 명성을 누렸던 그에게 인생은 희곡이었지만, 많은 작품을 보지 못하게 된 우리에겐 비극처럼 느껴진다.

그러면 모쪼록 멘델스존의 음악을 들으며 고전이 주는 성찰과 지혜,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한 여름밤’이 되시길 바란다.

런던 서점 헤이우드 힐이 소장하고 있는 1623년에 출판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중국 홍콩 소더비 전시장의 유리 상자에 놓여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런던 서점 헤이우드 힐이 소장하고 있는 1623년에 출판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중국 홍콩 소더비 전시장의 유리 상자에 놓여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추천음반

개인적으로 오자와 세이지(Seiji Ozawa)의 지휘로 보스톤 교향악단(Boston Symphony Orchestra)과 함께한 작품이 마음에 든다. 특히, 영화배우 주디 덴치의 내레이션과 캐슬린 베틀의 목소리가 아름답다.

이 밖에도 오토 클렘퍼러(Otto Klemperer)가 필하모니아(Philharmonia Chorus & Orchestra)와 함께 한 레코딩도 명반이다. 더불어 의사이자 고음악의 거장인 필립 헤레베헤 (Philippe Herreweghe)와 상젤리제(The Orchestre des Champs-Elysees)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추천한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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