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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승부조작의 심각성과 대안: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2021.10.15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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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속 발생하는 스포츠 승부조작 사례와 이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

(1) 한동안 잠잠하나 싶으면 발생하는 스포츠 승부조작 사례

스포츠 승부조작의 심각성과 대안: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김진우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지난 몇 개월 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구단 출신의 전직 투수가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수감되었고, 최근 1심 판결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한동안 승부조작 이슈가 잠잠해지나 싶었던 시점에 다시 해당 뉴스가 보도되면서 많은 스포츠 팬들이 허탈감을 드러냈었다. 여전히 승부조작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스포츠 리그가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많음에도, 과연 승부조작이 얼마나 큰 유혹이 되길래 이런 사태가 계속 발생하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거듭 커지고 있다.

(2) 승부조작이 왜 심각한 것인가?

승부조작은 스포츠 정신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이다. 많은 팬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스포츠경기에는 정해진 각본이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실력과 약간의 우연성(날씨, 경기장의 컨디션 등)이 스포츠경기의 결과에 영향을 줄 뿐이다. 그런데 승부조작은 ‘실력과 우연의 결합’이라는 스포츠경기의 근본적인 대전제를 훼손하는 행위로 해당 스포츠경기를 즐기는 관중들에 대한 속임수가 된다. 

더구나 승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이는 필연적으로 거대한 금전적 이익, 불법 도박으로 연결되곤 한다.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존재 의의를 몰각하고, 스포츠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임은 물론, 승부조작 가담자 내지 제3자의 영리를 위한 도구로써 스포츠를 격하시키고 경제 범죄의 매개가 된다는 점에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3) 특히 프로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던 이유는?

지난 201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각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승부조작 문제가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이러한 선수들의 승부조작은 소위 사설 토토라고 불리는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면서 급속히 증가하였다.

프로스포츠 리그를 토대로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가 국가의 수입원으로 정착한 가운데,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이 몇 배 더 크게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의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시장(연간 3~4조 원)의 최소 2배 이상 규모로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에 자금이 흘러가는 것으로 예측만 될 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이처럼 유입되는 자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승부조작을 통해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에서 막대한 이권을 얻고자 하는 자들의 유인도 증가하였다. 승부조작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파이가 커졌기 때문에 승부조작을 위해 더욱 많은 대가를 가담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단순히 분석을 해서 도박에서 돈을 따는 것을 넘어, 보다 근본적으로 스포츠경기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당사자(선수), 기타 영향을 미치는 코칭스태프들에게 접근하여 결과 자체를 조작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들은 거액의 돈으로 선수들을 유혹하였고, 이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유혹에 흔들려 승부조작 참여라는 돌이킬 수 없는 그릇된 선택을 하였다. 이러한 승부조작은 해외에서 오래전부터 발생하여 왔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었는데 많은 사례 가운데 대표적으로 유명한 사건들을 몇 가지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4) 해외의 대표적인 승부조작 사례

① 1919년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승부조작 사건(블랙삭스 스캔들)

19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신시내티 레즈 간의 월드시리즈에 있었던 승부조작 사건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최초의 승부조작 사태이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의 승부조작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선수 8명은 전부 영구제명 당했다.

② 이탈리아 프로축구(세리에A) 리그 승부조작 사건

유럽에서는 축구의 인기가 높은 만큼 각 국가별로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여 왔는데,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에서의 2006년 승부조작 사건이 근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이 사건은 칼초폴리(Calciopoli, 축구게이트)라고 불리는데, 이 사건이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다른 승부조작 사례와는 달리 선수나 심판에 의한 경기 내용 조작이 아닌 명문 구단 유벤투스의 구단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유벤투스 FC는 세리에B(2부) 리그로 강등당했으며, AC 밀란, SS 라치오, ACF 피오렌티나, 레지나 1914도 승점 삭감 등의 처벌을 받았다.

(5) 국내의 대표적인 승부조작 사례 및 연혁

① e스포츠: 2010년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

대한민국 스포츠종목에서 최초로 터진 대규모 승부조작 사건이자, e스포츠 역사로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최초의 대규모 승부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국내 인터넷 문화를 완전히 바꾸었던 스타크래프트1 리그는 완전히 몰락했다.

또한 2000년대 이래 세계 e스포츠계를 사실상 주도하는 입장에 있던 우리나라는 본 승부조작 사건 이후로 국내 여론이 급격하게 변하였다. 이 때문에 대기업을 넘어 대한민국 공군까지 구단을 창설할 정도로 e스포츠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극심하게 얼어붙어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단순히 인기가 떨어지는 수준을 넘어 시장 규모의 축소로 이어졌고, 이는 2010년대까지 우리나라가 세계 e스포츠계에서 가지고 있던 위상과 영향력을 중국에 내어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시작으로 승부조작의 불똥이 우리나라의 4대 주요 프로스포츠인 KBO, K리그, V-리그, KBL로 옮겨붙게 되었다(물론 어떤 점에서는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을 통해 이미 다른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검은 손길을 뻗치고 있었던 승부조작 사건이 보다 빨리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승부조작에 대한 사회의 지탄이 커지면서 e스포츠 수사 과정에서 나왔던 진술과 증거들을 토대로 다른 종목에서도 승부조작이 이루어졌는지 수사가 거듭 확대되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각 종목에서도 암암리에 루머로 돌던 승부조작이 존재한다는 것이 실제 확인되었고, 각 리그별로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하였다.

② 야구: 2012년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 2016년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 2021년 승부조작 사건 등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야구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자 팬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프로야구의 경우 승부조작 사건이 잊을만하면 이어지는 형태를 보이고 있고, 여기에 개별 선수들의 원정 도박, 기타 사생활 문제까지 더해지며 프로야구의 인기 하락 원인까지 제공하였다. 또 불법 스포츠 도박시장에서 오고가는 금원이 가장 큰 종목인 만큼 앞으로도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할 위험이 큰 상황이다.

③ 농구: 2013년 프로농구 승부조작 사건 등

각 리그별로 승부조작 사건이 드러난 가운데 마지막 청정지역이라고 여겨진 프로농구에서 터졌던 승부조작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선수가 아니라 선수로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출신의 현역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되는 사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6) 승부조작의 여파와 부작용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 발생하는 가장 큰 부작용은 팬들이 떠나고 종목의 인기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충격은 단시간에 회복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 프로스포츠 리그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2010년대 이후 승부조작 사건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시선은 많이 싸늘해졌으며,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 여러 프로스포츠 리그는 시장 자체가 심각하게 줄어들었다. 또한 이제는 승부조작 사건이 하도 많이 발생하여 선수의 단순 도박 사건은 애초에 큰 충격으로 여겨지지도 않는 분위기다. 안타까운 일이다.

2. 스포츠 승부조작 근절 예방을 위한 대안

(1) 문화관광체육부를 비롯한 정부와 산하 공공기관에 드리는 대안 제시

① 어린 학생들에게도 교육과 홍보를 통해 경각심을 고취

승부조작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승부조작은 스포츠 정신의 근간을 뒤흔드는 비윤리적 행위이자, 팬들에 대한 기만행위인 동시에, 해당 경기를 직접 관전한 관중에 대한 사기 범죄이기 때문이다. 승부를 조작하면서 스포츠의 투명성이 사라지고, 이는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의 검은 자금과도 연결되어 사회의 범죄를 키우는 결과까지 초래한다.

따라서 프로스포츠 선수들에 대하여 이러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것과 별개로, 아직 배움이 필요한 어린 선수들에게 학창 시절부터 승부조작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 승부조작이 얼마나 나쁜 범죄인지 가치관으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체육부는 자체적인 교육과 홍보는 물론 교육부 등과 연계하여 어린 선수들에게도 지속적인 교육을 커리큘럼상 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단순히 승부조작이 나쁘다는 수준을 넘어 승부조작에 가담하였을 경우 결국은 적발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 경우 받는 형사처벌의 수위까지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애초에 승부조작에 가담을 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넘어, 범죄예방을 위한 위하적 효과도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② 불법 스포츠토토 및 사설 도박에서 비롯되는 악순환을 제거

승부조작은 근본적인 퇴치가 필요하다. 승부조작 사건이 다시 발생한다면 프로스포츠는 물론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저하와 사회적 기피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아마추어 스포츠와 유소년 스포츠의 근간까지 흔들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승부조작 행위 자체는 물론 이를 부추기는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에 대한 엄정한 단속과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불법 스포츠토토 및 사설 도박에 대한 근본적인 말소 대책을 마련해야하며, 이는 스포츠의 건전성을 바로잡음과 동시에 세수 유출 등의 폐해를 막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③ 법률의 개정 및 보완 필요성

승부조작 행위의 처벌에 흠결이 생기지 않도록 추후 적절히 법률을 개정, 보완할 필요도 있다. 현재 대한민국 형법에 따르면 이러한 승부조작 행위를 업무방해죄(주최측의 정상적인 경기 진행을 위계로 방해한 점)나 배임죄(주최측의 이익에 반하는 배신적인 행동을 하고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점)로 의율(법원이 법규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할 수 있다.

다만 형법과 별개로 개별 법률에 별도로 형사처벌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일단 전문체육에 해당하는 운동경기나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대상 운동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하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팬들이 큰 관심을 가지는 프로스포츠 리그가 존재하는 즉, 스포츠토토의 대상이 되는 종목에서 승부조작 행위를 하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죄로 모두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다. 또한 경륜이나 경정에서 승부조작을 하면 경륜·경정법 위반죄로 처벌을 받으며, 소싸움에서 승부조작을 하면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법체계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종목별로 처벌의 적용법조가 달라지는 것이 자칫 범죄자들에게는 법률의 공백이 존재하는 것으로 오해를 줄 소지가 크다. 장차 세밀한 연구를 통하여 종목을 불문하고 승부조작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 내지 일반 조항의 도입이 필요할 수 있다.

(2) 각급 스포츠단체·연맹에 드리는 대안 제시

지속적으로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들 단체에도 경각심이 공유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라도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건을 덮는 것보다 선제 대응하는 것이 결국은 가장 합리적인 대처라는 공감대 확산이 더욱 필요하고, 최근 공익신고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화두인 만큼, 이러한 승부조작 사건도 제보자가 있을 경우 확실한 보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급 스포츠단체와 해당 구단이 제보자 등에 대하여 단순한 보호를 넘어 해당 스포츠와 리그, 생태계를 살린 은인으로서 모범사례로 적극 예우가 필요할 것이다.

(3) 선수 개개인에게 드리는 대안 제시

지난 2010년대 이후 승부조작 사건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제는 지속적인 승부조작 가담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현저히 어려워졌다. 설령 초반에 브로커의 제안을 받아 약간의 이득을 얻었더라도 이런 요행은 지속될 수 없다. 브로커의 제안과 압박은 더욱 대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승부조작에 관여를 하였다면 신속한 제보를 하는 것이 일부 처벌을 받더라도 선수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제도적으로 승부조작의 덫에 빠진 선수가 제보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할 것이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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