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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우울한 감정을 탐구하는 음악들

[대중음악 A to Z, 장르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블루스·보사 노바

2021.12.13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케이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팝 음악’으로써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로 케이팝의 확장이 필요하다. 정책브리핑은 케이팝의 발전과 음악감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음악의 다채로운 장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블루스(Blues)

과장을 조금 보태보면 미국 대중 음악은 ‘블루스’로부터 시작된다. 재즈, 로큰롤, 컨트리 등 후대에 끼친 영향도 그렇지만 어떤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남부 흑인들이 자신들에게 친숙한 기타를 바탕으로 시작한 블루스는 19세기 후반 즈음 흑인 영가 그리고 목화밭에서 일할 때 불렀던 ‘필드 홀러’ 등으로부터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남부에서부터 미국 전역에 뿌리내린 블루스는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시작해 피아노, 하모니카 등이 도입되면서 델타 블루스, 그리고 전자 기타와 밴드 편성을 갖춘 시카고 블루스 등등으로 뻗어 나간다. 세인트 루이스, 시카고, 뉴욕 등으로 북상해간 블루스는 각지의 스타일로 바뀌어 가면서 발전했다.

로큰롤의 시초 척 베리 또한 블루스에 영향을 받았고, 이처럼 블루스는 로큰롤과 R&B 그리고 재즈로 계승되어갔다.

1986년에 척 베리가 세인트 루이스의 폭스 극장에서 열린 60세 생일 축하 공연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 Photo/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86년 척 베리가 세인트 루이스의 폭스 극장에서 열린 60세 생일 축하 공연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 Photo/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블루스는 시골에서 도시로 유입되면서 규모가 더욱 커지고 세련 되어져 갔는데, 가사 또한 도시 생활에 대한 동경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서는 반대로 시골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그린 노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열풍은 이후 영국에까지 도달했다. 미국으로부터 수입된 블루스 레코드들이 영국 밴드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 흐름 속에서 롤링 스톤즈, 플릿우드 맥, 크림, 애니멀스 등의 밴드를 중심으로 블루스 록이 융성했다.

블루스는 마치 어둠 속의 외침, 혹은 자비와 구원에 대한 갈망과도 같았다. 그 소리는 마치 땅에 닻을 내리고 있는 듯 존재했는데, 초월적이고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가스펠’과는 대비되는 위치에 있었다.

약속의 땅으로 전진하는 가스펠은 “모든 사람들이 나를 버려도 여전히 신은 나를 사랑한다”며 신에 대한 달콤한 구속을 갈망했다.

반대로 블루스는 결코 상승할 수 없는 노래들이었다. 블루스는 무거운 감정을 이끌고 자유를 부르짖으며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거나 취한 상태로 시궁창에 잠들거나 땅바닥에서 피를 흘렸다.

‘블루(Blue)’라는 단어 자체가 슬픔 혹은 외로움의 감정을 뜻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블루스를 슬픈 음악, 혹은 아픈 음악이라 쉽게 단정짓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블루스는 다양한 표정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사랑과 각종 사회 문제들, 무엇보다 블루스 태동 당시 도래했던 백인 사회와 인종 차별에 대한 반발 등 희로애락의 감정을 고루 표현해내는 음악이 바로 블루스였다.

힙합 그룹 퍼블릭 에네미가 “랩 음악은 흑인들의 CNN”이라 말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블루스 또한 과거 흑인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블루스 아티스트 존 리 후커는 블루스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말하곤 했다. 이것이 마치 슬픔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이는 인간이 지닌 복잡미묘한 감정을 심플하게 정리한 문장처럼 다가온다.

이처럼 입체적이고 굴곡진 미 현대사에서 대중음악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블루스 때문이다. 블루스는 그 위대한 발자취를 증명하는 일종의 DNA다.

 보사 노바(Bossa Nova)

포르투갈 어로 ‘경향’을 뜻하는 ‘Bossa’ 그리고 ‘새로운’을 뜻하는 ‘Nova’의 합성어인 보사 노바는 말 그대로 “새로운 경향”, “새로운 감각”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과거 브라질에서 흑인들이 창조한 ‘삼바’에 백인들 취향의 차분한 무드를 더한 구성을 보사 노바라 칭했고 이는 “새로운 삼바(Samba de Bossa)” 혹은 “슬픈 삼바(Samba Triste)”라 이름 붙여 지기도 했다.

보사 노바가 주로 흘렀던 끌로드 를루슈 감독의 1966년도 영화 <남과 여>에 흐르는 곡 ‘Samba Saravah’의 가사에는 이런 대목이 존재한다. “슬픔이 없는 삼바란, 취하지 않는 포도주와 같지”

1950년대 후반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그리고 이파네마 같은 해안 지구에서 보사 노바가 탄생했다. 이는 주로 백인 중산계급의 학생, 혹은 뮤지션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중심에는 작/편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가수이자 기타 연주자인 주앙 질베르토, 그리고 브라질의 외교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시인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가 있었다.

보사 노바 탄생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지만 주앙 질베르토가 며칠 동안 욕조에 누워 기타를 연주하며 시행착오 끝에 결국 보사 노바를 완성했다는 일화가 특히 유명하다.

그를 중심으로 서서히 보사 노바의 원형이 형성되어갔고, 1962년 무렵 보사 노바 아티스트들의 카네기 홀 콘서트와 무엇보다 1963년 공개된 미국 재즈 색소폰 연주자 스탠 겟츠와 주앙 질베르토의 합작 <Getz/Gilberto>가 크게 성공하면서 미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침투했다.

앨범에서 노래했던 주앙 질베르토의 아내 아스트럿 질베르토는 빼어난 가창력을 지닌 가수는 아니었지만 무심한듯 노래하는 발성에서 청중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이처럼 전세계를 사로잡았던 보사 노바는 이후 브라질의 대중 음악에도 큰 혁신을 가져온다.

21세기로 접어들어서도 마찬가지로 본국 브라질에서 보사 노바는 주로 백인의 중산층 이상을 중심으로 선호되는 음악, 혹은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듣는 옛 음악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무렵 보사 노바의 리듬과 멜로디를 차용한 곡들이 일본, 그리고 한국 등지에서 쏟아져 나왔다. 카페들이 성행하면서 여기저기서 재즈와 보사 노바들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오히려 아시아 지역에서 고전 보사 노바 앨범들이 유행처럼 재발매 됐다.

2003년도에는 70대의 나이에 접어든 주앙 질베르토가 처음으로 일본 공연을 다녀갔는데 이는 음반으로도 남겨져 있다. 그리고 1950년대 남미 젊은이들이 요구하던 세련되고 새로운 감각의 노래들은 반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그 체온을 느낄 수 있다.

‘슬픈 삼바’라는 의미에서는 까에따노 벨로주의 곡 ‘Desde que o Samba e samba’ 중 “검은 피부에 흐르는 투명한 눈물”이라는 대목이 유독 보사 노바와 겹쳐진다. 1년 내내 준비해온 떠들썩한 카니발이 모두 종료된 다음날 아침의 적막감이 이 노래들에 고스란히 존재한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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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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