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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230년 전 12월에 영원한 안식을 찾다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오스트리아/빈(Wien)

2021.12.24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빈 시가지 한 가운데에는 고딕양식의 슈테판 대성당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있다. 빈 중심가는 이 대성당을 중심으로 길이 약 4km의 널찍하고 우아한 순환도로 링슈트라쎄(Ringstrasse)가 둘러싸고 있다. 빈은 원래 중세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였으나 1865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성곽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널찍한 이 도로를 건설했다.

이 도로변에는 시청, 의사당, 궁전, 궁정극장, 박물관, 오페라극장 등 기념비적인 공공 건축물들이 많이 세워졌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궁정 정원, 공원 등이 조성되었다. 궁정 정원에는 모차르트 기념상이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동상보다 눈에 더 잘 띈다.

빈의 심장부에 솟은 고딕양식의 슈테판 대성당.
빈의 심장부에 솟은 고딕양식의 슈테판 대성당.

1700년대 중엽 음악계의 두 거장인 바흐와 헨델이 사라지자, 혜성과 같이 나타난 천재가 바로 모차르트였다. 그는 링슈트라쎄가 건설되기 약 110년 전인 1756년 1월 31일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당시 음악가들은 그들을 하인처럼 여기던 왕족이나 귀족에게 예속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잘츠부르크 대주교 밑에서 봉직하던 청년 모차르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 독립된 음악가로서 자유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는 25살이 되던 해에 ‘음악의 성지’ 빈으로 이주하여 활동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10년 후인 1791년 12월 5일, 크리스마스를 20일 앞두고 3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1991년에 슈테판 대성당에서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을 기념해 성대한 추도 미사가 있었다. 이 추도 미사는 전 세계에 방영되었는데 미사 중에 울려 퍼진 음악이 바로 모차르트의 ‘레퀴엠(Requiem)’이었다. ‘레퀴엠’은 카톨릭 교회의 장례 미사에서 쓰는 라틴어 미사 통상 기도문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Requiem aeternam) 주소서’에서 나오는 단어이다.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장례식이 만약 이처럼 거창했더라면 그는 죽어서도 한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791년 12월 7일에 슈테판 대성당에서 부랴부랴 치러진 그의 장례식은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앉게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그의 유해는 다른 시체들과 함께 당시 빈의 교외이던 성 마르크스 공동묘지 구덩이에 던져졌고, 그 묘지 위에는 변변한 비석조차 세워지지 않았다. 따라서 그가 묻힌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죽을 때 돈이라도 많이 있었더라면 그래도 번듯한 묘소에 묻힐 수도 있었겠지만 가진 돈은 노름으로 죄다 날려버리고 빚까지 잔뜩 지고 눈을 감았다고 하니…

링슈트라쎄의 궁정정원에 세워진 모차르트 기념상.
링슈트라쎄의 궁정정원에 세워진 모차르트 기념상.

모차르트는 빈에서 10년 동안 살면서 모두 13번 이사했다.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둔 집은 슈테판 대성당에서는 대략 200미터 쯤 되는 거리에 있었는데 이 건물은 1849년에 헐리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섰다. 모차르트는 죽기 6개월 전부터 자기를 시기하는 누군가가 자기를 독살하려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던 1791년 어느 날 회색 옷을 입은 한 신사가 그의 집을 찾아왔다. 이 신사는 어느 정체불명의 귀족이 보낸 사람이었는데 모차르트에게 파격적인 작곡료를 제시하면서 ‘레퀴엠’ 작곡을 의뢰했다. 그러고는 계약금조로 전체 금액의 50%을 선뜻 내놓았다. 모차르트는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돈에 쪼들려 있던 터라 이게 웬 굴러온 호박이냐 싶었을 거다. 

하지만 그는 작곡 도중인 11월 20일에 갑자기 손발이 붓고 토하기 시작하니 더 이상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 상태로 2주일이 지난 12월 4일 그는 제자들을 불러놓고 어떻게 작곡할 것인지 지시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으나 저녁이 되자 고열과 두통으로 괴로워하더니 11시경이 되어서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는 12월 5일 0시 55분, 그만 영원히 눈을 감고 말았다. 
 
‘레퀴엠’에서 가장 감동적인 곡인 <라크리모사>에서 그의 손길은 8번째 마디에서 중단되었다. 라크리모사(Lacrimosa)는 ‘눈물에 젖은’이란 뜻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모차르트는 이 곡을 쓸 때 솟아오르는 눈물을 가누지 못했을 것이다.

‘레퀴엠’은 14개 부분으로 이뤄져 있고 연주시간이 약 50분이나 되는 대곡이다. 그는 이 작품의 앞부분만 직접 완성했고 나머지 부분은 초안과 지시사항만 남겼다. 미완성으로 남긴 부분은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에 의해 마무리되었다. 그러고 보면 ‘레퀴엠’은 운명의 장난처럼 본의 아니게 모차르트 자신을 위한 곡이 된 셈이다. 한편,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정체불명의 귀족은 아마추어 음악가였으며 세상을 떠난 자기 아내를 추도하기 위해 이 곡을 의뢰했고 나중에는 자기가 이 곡의 작곡자라고 했다 한다.

성 마르크스 공동묘지에 있는 모차르트의 가묘.
성 마르크스 공동묘지에 있는 모차르트의 가묘.

19세기에 들어 사람들은 모차르트를 추모해 성 마르크스 공동묘지에 그의 묘소를 만들었다. 그후 빈 중심에서 더 벗어난 곳에 중앙묘지가 1875년에 조성돼 베토벤, 슈베르트 묘소가 있는 곳에도 그의 묘소를 만들었다. 따라서 모차르트의 ‘영원한 안식처’는 두 군데에 있는 셈이다. 둘 다 가짜이긴 하지만. 

정태남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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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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