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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 비엔나 신년음악회의 ‘불사조’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오스트리아/ 빈(Wien)

2022.01.10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Wien)의 라틴 및 이탈리아식 명칭은 비엔나(Vienna)이다. 영어권에서도 ‘비엔나’로 쓴다. 한글로 표기할 때 ‘빈’은 ‘비어있는(empty)’으로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비엔나’가 좋겠다. 오늘날의 오스트리아는 인구 850만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이다.

또 오스트리아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이다. 따라서 도나우 강은 젖줄이나 다름없다. 도나우 강변에 위치한 비엔나는 세련되고 귀족적인 기품이 배어있는 도시이다. 10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이 거대한 합스부르크 제국의 황실이 있는 수도였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오스트리아 의사당에서 본 합스부르크 황궁.
오스트리아 의사당에서 본 합스부르크 황궁.

합스부르크 왕가는 1276년부터 세력을 확장하여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18년까지 거의 650년 동안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북부를 포함하여 유럽의 상당부분을 지배하는 거대하고 강력한 제국을 건설했다. 이처럼 광대한 영토를 통치한 합스부르크 왕조의 상징은 독수리였다. 새 중의 왕 독수리는 2천 년 전에는 로마제국의 상징이었고 현재는 미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 중에는 라틴어로 푀닉스(phoenix)라고 하는 아주 특이한 새가 있다. 영어식 발음은 ‘피닉스’이고 독일어권에서는 Phönix(푀닉스)로 표기한다. 이 새는 죽지 않는다고 하여 불사조라고 한다. 하지만 이 새를 두 눈으로 실제로 봤다는 사람은 없다. 왜냐면 신화와 전설에만 등장하는 상상의 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푀닉스는 아예 죽지 않는 게 아니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새이다. 따라서 ‘다시 태어남’, 즉 ‘부활’의 상징이기도 하다.

합스부르크 황궁에 세워진 독수리 형상.
합스부르크 황궁에 세워진 독수리 형상.

올해 1월 1일에도 무직페어아인(Musikverein)의 황금홀에서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신년음악회가 전 세계 90여 나라에 방영되었다. 신년음악회의 프로그램은 전통적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의 작품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올해 프로그램의 첫 번째 와 두 번째 곡은 ‘불사조’와 관련된 곡이었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1804-1849)의 <불사조 행진곡(Phönix-Marsch op.105)>과 그의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의 <불사조의 날개(Phönix-Schwingen op.125)>가 그것이다. 이 두 곡이 선정된 이유는 명확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이라는 팬데믹으로 야기된 우울함과 답답함을 떨쳐버리고 음악을 통하여 희망 찬 새해를 맞이하자는 것이었다.

한편 신년음악회에서는 본 프로그램이 끝난 다음 연주되는 앙코르 곡은 항상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1866년에 작곡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과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1848년에 작곡한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정해져 있다. 그 중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은 오스트리아의 숨겨진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이 곡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고통을 겪던 시기에 탄생했다.

비엔나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무직페어아인.
비엔나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무직페어아인.

당시 독일어권은 오늘날과는 달리 크고 작은 수많은 나라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중 두 강대국 프로이센 왕국과 오스트리아 제국 간에 전쟁이 1866년 6월 발발했다. 이 전쟁에서 오스트리아는 많은 전사자와 부상자를 내고 패배를 맞보았다. 그 결과 비엔나의 활기찬 분위기는 순식간에 암울하고 침울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에 당시 비엔나 남성합창단 지휘자 요한 헤어벡(1831-1877)은 시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에게 합창으로 부를 수 있는 왈츠 곡을 의뢰했다. 이렇게 탄생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은 다음해 2월 15일에 헤어벡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하지만 이 곡이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후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이 곡을 순수 오케스트라 곡으로 다듬어 멋지게 ‘부활’시켰다. 그해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 기념 음악회에서 이 곡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것이다. 그후 대서양을 건너 미국의 뉴욕에서도 연주되었고 이어서 영국의 런던에서 합창 버전으로도 공연이 될 정도로 순식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어느날 대작곡가 브람스의 팬이었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수양딸이 부채를 내밀며 브람스에게 사인을 부탁하자 브람스는 부채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멜로디의 첫마디를 그려 넣고는 그 아래에 ‘불행히도 브람스의 작품이 아님’이라고 썼다.
 
브람스도 은근히 부러워했던 이 곡은 의 비엔나 신년음악회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신성한’ 레퍼토리로 완전히 굳어졌으며, 시대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을 유혹하는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전 세계를 홀린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도 이 곡이 흘러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을 테마로 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 기념상.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을 테마로 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 기념상.

한편 비엔나 신년음악회는 매년 지휘자가 바뀐다. 올해는 세계적인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비엔나 신년음악회를 지휘한 것은 2009년, 201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작년 신년음악회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관중 없이 온라인으로만 열렸지만 올해 신년음악회에는 제한된 인원수의 관중이 있었다.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부활’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정태남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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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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