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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의 리더, 지휘자와 악장의 역할에 대해

[클래식에 빠지다] 음악과 리더

2022.02.25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어떤 시대나 사회에서 리더들은 항상 존재해왔다. 고대로부터 군집생활을 하며 생존에 유리한 방향과 결정을 해야 했던 우리에게 리더의 필요성은 아마도 예부터 뇌리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리더의 부재나 잘못된 판단은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역사적 가르침을 통해 현대의 리더들은 좀더 전문적이며 세분화 되어가고 있다.

특히 정치와 외교, 문화와 종교 등 복잡다단한 모든 분야의 발전에는 리더가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들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은 각자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해오고 있는데, 리더는 때때로 개인뿐만이 아니라 집단 또는 국가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문화예술 분야의 리더 또한 종종 파격과 신선함을 통해 혁신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중요하다.

여러 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만드는 오케스트라는 음악예술분야의 꽃이자 ‘소(小)사회’라고 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는 각자의 역할들이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지휘자와 악장은 오케스트라의 리더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오케스트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 지휘자(Conductor)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세르게이 쿠세비츠키. (사진=아트비 artvee)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세르게이 쿠세비츠키. (사진=아트비 artvee)

영어로 지휘자는 ‘Conductor’다. 여기서 ‘duc-, duct-’의 어원은 라틴어 ‘ducere’인데 ‘이끌다(to lead)’라는 뜻으로, ‘함께 하다’는 ‘Con’과 ‘~을 하는 사람’이라는 ‘-or’이 합쳐져 탄생한 것이다. 즉, ‘Conductor’는 함께 이끄는 자라고 하겠다.

지휘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중세와 르네상스시기의 교회음악을 지나 바로크시대에 오면서 음악감독 또는 궁정악장 직책이라는 뜻인 ‘카펠마이스터(Kapellmeister)’가 등장하게 된다.

독일어인 카펠마이스터는 ‘예배(Kapelle)’의 ‘장(Meister)’이란 뜻으로 성가대를 관장하는 사람이며 이후 왕과 귀족에 복속되어 일하게 된다. 우리가 아는 바흐, 헨델, 하이든 등은 모두 카펠마이스터였다.

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교회와 궁정에서 챔발로나 오르간을 연주하며 지휘했다. 하지만 좀더 현대적 의미의 지휘는 독일 낭만주의 음악가였던 한스 폰 뷜로우(Hans von Bulow) 남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슈만의 선생이었던 비크(Friedrich Wieck)로부터 피아노를 사사 받은 그는 바그너(R.Wagner)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데 일조했으며, 근대 지휘의 기초를 확립했다.

이후 니키슈(Arthur Nikisch), 말러(G.Mahler) 등을 지나 20세기초 토스카니니(A.Toscanini)와 푸르트 뱅글러(W.Furtwangler)를 통해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의 오케스트라와 레코딩이 만들어지는 이 시기에 지휘자들은 대체로 권위적이었으며 불 같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악단을 이끌었다.

지휘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을 오케스트라라는 악기를 빌려 구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단원들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악장과의 관계는 성공적인 연주를 위해서 정말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 악장(Concertmaster)

콘서트의 시작은 보통 악장의 입장과 조율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악장은 오케스트라를 대표하는 자리로 주로 제1바이올린의 리더가 맡고 있다.

오케스트라가 점점 민주화 되어가며 간혹 유럽의 오케스트라에서 제2바이올린이나 첼로파트에서도 악장을 뽑지만 보통 첫 번째 악장은 제1바이올린의 리더라고 보면 된다.

악장은 영어로 ‘Concertmaster’, 독일어로 ‘Konzertmeister’라고 불리는데, 특이하게 영국에서는 말 그대로 ‘리더(Leader)’라고 부른다.

또한 근 현대 전문적인 지휘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악장은 지휘자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왈츠의 제왕인 요한스트라우스처럼 바이올린을 들고 악단을 이끌었던 모습을 상상하면 비슷할 듯 하다.

현대에 와서 악장은 지휘보다 단원들의 의견과 음악적 방향을 함께 소통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간의 ‘브리지(Bridge)’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수 있는데, 악장의 리더십에 따라 연주의 많은 부분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전통 있는 오케스트라는 자신의 색채와 음색을 유지하기 위해 실력 이외에 자신들과의 공통분모가 많은 연주자를 선호한다.

가령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밝은 편이면 어두운 톤을 가진 연주자는 피하고, 간결하며 서로의 앙상블을 중요시하는 악단에서는 너무 화려하거나 색깔이 강한 연주자는 지양하는 경우가 많다.

악장은 지휘자 또는 음악감독과 함께 악단이 나아가는 음악적 방향을 고민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는데, 지휘자만큼 곡에 대한 공부와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연주와 음악적 성취를 위해 악장과 지휘자 사이의 두터운 신뢰는 필수조건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 오케스트라(Orchestra)

오케스트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축약판이라고 볼 수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그들이 내는 목소리를 하나의 규범에 맞추고 서로 공통분모와 생각을 모으는 작업을 오케스트라 리허설에 비유할 수 있다.

수많은 담론과 성찰(즉 ‘리허설’)을 통해 사회 안에서 자신의 이상과 자아를 실현해 나아가는 모습, 그것은 흡사 음악을 만들어가는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의 모습과 비슷하다.

비유를 들자면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소시민사회의 국회라고 하면 지휘자는 대통령이나 총리라고 볼 수 있고, 악장은 국회에서 선출된 국회의장 쯤 되지 않을까 싶다.

2007년 8월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린 루체른 페스티벌 개막 연주회에서 지휘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7년 8월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린 루체른 페스티벌 개막 연주회에서 지휘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편 급변하는 시대에 오케스트라의 많은 부분들도 변화해 가고 있다. 여성단원들을 뽑지 않았던 세계최고의 악단이 여성을 동료로 받아들이고, 수많은 오케스트라에 노조가 생겨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반면 카라얀과 번스타인 이후 제왕적 지휘자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었고, 리더들의 역할은 예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이제 유럽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은 자신들과 함께 할 지휘자와 악장을 외부압력 없이 스스로 선출하고 있다. 전통적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물결이 시작된 것이다.

◆ 하모니(Harmony)

현대 지휘자와 악장의 리더십에는 소통을 통한 음악적 설득력이 중요하다. 설득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메시지 전달이 될 수 없고, 청중은 이를 바로 눈치챈다.

역사적으로 어떤 사회나 단체든 권위에 대한 도전은 항상 있어왔다.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벗어나고 있고 모두가 이전보다 스마트해지는 시대에 리더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20년간 글로벌 리더들을 연구한 리즈 와이즈먼은 자신의 저서 <멀티플라이어>에서 현재와 과거의 리더를 ‘멀티플라이어(Multiplier)’와 ‘디미니셔(Diminisher)’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먼저 디미니셔는 마이너스 리더로써 조직을 50%이하의 효율로 떨어뜨리며, 사람들을 지시와 통제에 따르게 만들며 노예의식을 심어준다.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며 독선적인 방식으로 긴장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반면 멀티플라이어는 플러스가 아닌 곱하기의 리더이다. 그들은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사람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결국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태도로 동료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인 열정과 도전정신이 생기도록 만들며 토론과 사고의 자유를 통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멀티플라이어 리더로는 스필버그 감독과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애플경영자인 팀 쿡이있다. 특히 스필버그는 같이 일한 모든 이들이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의 천재성은 다른 이의 천재성을 볼 줄 아는 눈에서 출발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가정과 사회에서 크고 작은 리더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멀티플라이어일까, 디미니셔일까? 진정한 하모니는 멀티플라이어의 눈으로 상대와 함께할 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 추천음반

과거의 지휘자들 중 시대를 초월해 멀티플라이어 리더십을 보여준 지휘자를 개인적으로 꼽으라면 존 바르비롤리 경(Sir John Barbirolli), 부르노 발터(Bruno Walter),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를 들고 싶다.

먼저 존 바르비롤리 경은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중 한명으로, 뉴욕 필에서 활동 중 위험을 무릎 쓰고 세계2차대전중 자국인 영국으로 돌아가 활동한 지휘자이다. 그와 동고동락을 같이 한 할레 오케스트라(Halle Orchestra)와 많은 명반을 남겼다.

브루노 발터는 온화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당시의 수직적인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와의 관계를 떠나 동료와 선생으로 단원들을 대했다. 그를 위해 모였던 콜롬비아 오케스트라 (Columbia Symphony)는 그의 사후 해체되었다. 

특히 콜롬비아 오케스트라와 레코딩한 모차르트, 브람스 심포니들은 명반이다. 그는 말러(G.Mahler)의 제자로 말러 음악해석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끝으로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앞선 지휘자들보다 비교적 현대의 지휘자에 가깝다. 그의 따뜻한 인성과 유머는 많은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있었던 루체른 페스티벌(Lucerne Festival)에서 그를 추모하는 음악회에 연주자들이 울면서 연주하는 모습은 평소 그가 어떠한 리더십의 소유자였는지 알 수 있다.

그가 창단한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Mahler Chamber Orchestra)의 레코딩과 루체른 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연주한 <말러 9번>은 가히 감동적이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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