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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니의 아다지오’에 흐르는 우아한 멜랑콜리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이탈리아/베네치아(Venezia)

2022.04.28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도시 베네치아. 그 기원은 까마득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5세기에 훈족이 이탈리아 반도를 침공하자 육지에서 피신해 온 난민들이 갯벌 섬에 정착함으로써 베네치아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후 베네치아는 십자군 전쟁 때 호황을 누리다가 14세기에는 북부 이탈리아, 지중해 동남부의 섬들, 그리스, 소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했으며 15세기에 접어들어서는 지중해 동부를 완전히 장악하는 강대한 해상 공화국으로 군림했다. 

석양의 베네치아.
석양의 베네치아.

하지만 15세기 중반에 동지중해 교역의 거점이던 콘스탄티노폴리스(현재의 이스탄불)가 튀르크 세력에 의해 함락되고 이어서 15세기 후반에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어 해상권의 중심이 대서양으로 넘어가자 베네치아가 누렸던 부귀영화는 빛바래기 시작했다.

국운은 기울어져 갔지만 베네치아는 마치 자신의 슬픈 운명을 비웃듯 18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음악·미술·연극·출판 등 문화 전 분야에 걸쳐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1797년에 나폴레옹 군대의 침공으로 1000년 넘게 지속된 베네치아 공화국은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그 후에는 한낱 일개의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1816년에 베네치아에 왔던 영국 시인 바이런이 쓴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여행>에 나오는 구절 ‘나는 베네치아에 섰다. 탄식의 다리 위에서’는 폐허의 나락으로 떨어진 베네치아의 운명을 탄식하는 소리였으리라. 그는 영광스런 날보다 우울한 날의 베네치아에 마음이 더 사로잡혔던 것일까.

베네치아의 하늘이 석양으로 물들 때나 어둠이 걷히는 새벽에 갈매기 울음소리 들려오는 대운하를 지나 텅 빈 산 마르코 광장에 들어서서 바이런이 쓴 구절을 곱씹다보면 산 마르코 대성당의 화려한 모습도 우수에 잠긴 것처럼 보이고 어디선가 <알비노니의 아다지오>가 조용히 들려오는 것만 같다. 이 곡만큼 베네치아의 우아한 멜랑콜리를 전해주는 음악도 없을 것 같다. 그럼 알비노니는 어떤 음악가였을까? 

새벽의 산 마르코 광장과 산 마르코 대성당.
새벽의 산 마르코 광장과 산 마르코 대성당.

그는 베네치아에서 1671년에 태어났으니까 비발디보다는 7살 위이고 바흐보다는 14살 위이다. 그리고 1751년에 80세의 일기로 베네치아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까 작년 2001년은 그의 탄생 350주년이자 그의 서거 27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는 비발디와 함께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로서 당시에는 매우 유명했으며 산 마르코 대성당의 음악감독과도 절친한 사이였다.

산 마르코 대성당은 예로부터 베네치아의 문화·종교·정치의 중심지로서 베네치아의 중요한 모든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베네치아 공화국은 국가차원에서 산 마르코 대성당의 음악을 관리했으며 국가는 수준 높은 음악의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해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따라서 산 마르코 대성당의 음악감독이나 오르간 주자, 또는 오케스트라 주자 자리는 당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 유럽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지위로 손꼽혔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 보이는 대운하의 새벽빛.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 보이는 대운하의 새벽빛.

그럼에도 알비노니는 산 마르코 대성당 음악감독 자리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제지업을 하던 부유한 상인 집안출신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음악가들처럼 성당이나 궁정이나 귀족 집에서 고정된 직위를 얻으려고 애쓸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는 평생 80개 이상의 오페라와 40개의 칸타타, 79개의 소나타 등 수많은 곡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그가 쓴 기악곡의 일부는 바흐가 차용하기도 했다.

알비노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다름 아닌 <알비노니의 아다지오>이다. 그런데 알비노니는 이 곡을 작곡한 적이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야기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작센주의 드레스덴이 전쟁말기에 연합군의 폭격으로 시가지가 완전히 파괴되는 바람에 작센주립도서관에 소장된 희귀한 알비노니의 악보들도 많이 불타 없어졌다.

전쟁이 끝난 후 작센주립도서관은 불타다 남은 알비노니 자필악보의 파편을 알비노니 연구로 유명한 로마의 음악학자 레모 자좃토(1910-1998)에게 보내어 감정을 의뢰했다. 이 악보 파편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몇 마디의 선율이 전부였다.

이것을 연구한 자좃토는 알비노니가 1708년경에 쓴 기악곡의 일부분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고는 파편에 남은 선율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곡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G단조>, 일명 <알비노니의 아다지오>이다. 이 곡은 산 마르코 대성당 안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오르간 소리가 엄숙하고 거룩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면서 그 위에 우아한 슬픔을 머금은 현악기 선율이 얹혀 흐르는 곡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묘한 낭만적 마력을 지니고 있다.

알비노니의 초상.
알비노니의 초상.

그런데 만약 알비노니가 살아나서 이 곡을 듣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자좃토의 비범한 능력을 인정하고 자기의 이름을 널리 알려 준 그에게 크게 감사할지도 모르겠다. 비록 자좃토가 ‘알비노니’라는 브랜드를 무단 사용하여 엄청난 저작권료를 혼자서 모두 챙겼어도 말이다.

정태남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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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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