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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과 유희의 즐거움을 표현한 미술과 음악

[클래식에 빠지다] 멘델스존, 프라고나르 그리고 혜원

2022.05.20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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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역사상 단명한 것을 제외하고 가장 성공적인 음악인생을 보낸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코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을 들 수 있다.

라틴어로 행운아라는 뜻을 지닌 ‘펠릭스(Felix)’는 명망 있고 부유한 집안뿐만 아니라 타고난 천재성까지 모든걸 가진 사람이었다.

박학다식하며 여러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는 특히 음악에 재능을 보였는데, 어린 시절의 멘델스존을 만난 독일의 대문호 괴테(Goethe)는 그의 천재성을 모차르트보다도 높게 평가했다.

멘델스존은 바흐의 탐닉자이며 발굴자로서 고전적인 음악양식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발전시켰다.

19세기, 왕족과 귀족에서 부르주아와 서민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시기에 그의 음악 또한 고전에서 낭만으로 넘어가는 교차점에 서있었다.

종교와 가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솔직하며 은밀한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한 초기 낭만파 시기에 멘델스존의 음악은 내면적인 온화함과 사랑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오라토리오 <엘리야(Elijah)>처럼 장대하며 종교적인 역작들도 있지만, 그의 밝고 아름다운 작품들은 개인적으로 두 명의 화가를 떠올린다.

그들은 바로 ‘프라고나르(Jean-Honore Fragonard)’와 ‘혜원(蕙園) 신윤복’으로, 그들 그림의 화풍은 멘델스존의 음악처럼 고전적인 우아함과 섬세한 감성이 돋보인다.

그리고 개인적이면서 내면의 욕망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 그들 작품의 특징 중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유희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독일 라이프치히의 멘델스존하우스에서 열린 가상 콘서트홀 <에펙토리움>의 모습. (사진=저작권자(c) JAN WOITAS/d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독일 라이프치히의 멘델스존하우스에서 열린 가상 콘서트홀 <에펙토리움>의 모습. (사진=저작권자(c) JAN WOITAS/d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호모 루덴스(Homo Ludens)

공자는 논어에서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인간에게 유희란 무엇일까? 인류학자들은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세 가지 내면적인 특징으로 이성적 사고를 하는 ‘호모 사피엔스(Sapience)’,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호모 파베르(Faber)’, 마지막으로 유희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루덴스(Ludens)’를 제시했다.

이중 호모 루덴스는 라틴어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Homo)’와 ‘놀다’라는 뜻인 ‘루덴스(ludens)’의 합성어다. ‘즐길 줄 아는 인간’이란 뜻의 이 단어는 네덜란드의 역사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J. Huizinga)’의 저서에서 유래했다.

인간에게 ‘유희’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이성적 사고(사피엔스)를 통해 도구(파베르)의 발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만약 우리에게 유희라는 내면적인 즐거움이 없다면 창의적 발상과 사고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이는 인류문명 발전에도 한계로 다가왔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음악과 회화는 원초적인 인간내면 욕구의 발현으로 예술을 통한 즐거움과 다양한 감정의 표현은 시대의 발달과 그 괘를 함께하고 있다.

프라고나르와 혜원의 그림은 인간 욕망을 통한 해학과 유희의 즐거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들의 그림과 아름다운 멘델스존의 음악은 어딘가 모르게 호모 루덴스로서의 우리 모습을 잘 보여준다.

◆ 그네와 무언가(The Swing & Lieder ohne worte)

프라고나르(왼쪽)와 혜원의 작품. (사진=기고자 제공)
프라고나르(왼쪽)와 혜원의 작품. (사진=필자 제공)

혹시 그네 타는 남성을 그린 그림을 본적이 있는가? 보통 그림 속 그네를 타는 사람은 젊고 매력적인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놀이기구 중 하나인 그네는 여러 회화의 주제로 쓰이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프라고나르의 ‘그네(The Swing)’와 신윤복의 ‘단오풍정(端午風情)’을 들 수 있다.

두 그림 모두 그네를 타는 아름다운 여인을 묘사하고 있는데 문학작품에서도 그네는 하나의 중요한 모티브로 묘사되고 있다.

춘향전 속 이몽룡이 그네 타는 춘향이를 보고 반하는 장면 또한 그네의 상징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예술작품에서 성의 해방과 사랑 그리고 위선적인 지배문화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 그네는 종종 상징화 되어 나타난다.

프라고나르의 작품에서는 그네 타는 젊은 여인을 밀어주는 나이 많고 부유한 남편과 반대편 누워서 여인을 바라보는 정부(情夫)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정부와 여인의 가슴에는 서로의 옷 색깔 브로치를 하고 있으며, 정부 위의 큐피트 석상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 불륜임을 암시해주고 있다.

혜원의 단오풍정 또한 그네 타는 여인과 목욕하는 여인을 훔쳐보고 있는 두 명의 동자승을 통해 권위주의적인 유교 사회 속 해학과 위선을 표현하고 있다.

두 그림 모두 봄을 계절적 모티브로 삼으며 설렘과 밝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 멘델스존의 피아노 소품집 무언가 중 ‘봄의 노래(Fruhlingslied)’는 그림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또한 음악 속 장식음은 로코코 시대의 프라고나르 화풍을 유추하게 만들고, 오름과 내림의 반복을 통해 주제로 다시 돌아오는 소나타형식은 진자움직임과 비슷한 그네를 연상케 한다. 아름다운 리듬은 숲 속 맑은 시냇가의 모습을 묘사한 단오풍정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 밀회와 피아노 트리오(Secret love affair & Piano Trio)

프라고나르(왼쪽)와 혜원의 작품. (사진=기고자 제공)
프라고나르(왼쪽)와 혜원의 작품. (사진=필자 제공)

어둠 속 남녀의 밀회는 은밀하고 로맨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프라고나르와 혜원의 회화 속에도 밀회는 중요한 모티브로 활용되고 있는데 작품 ‘빗장(Le Verrou)’과 ‘월하정인(月下情人)’은 각각 그들의 대표적인 밀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먼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프라고나르의 ‘빗장’은 그의 대표작으로 로코코 미술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속 여인은 팔로 저항하는 듯 보이지만 시선은 남자를 보고 있다.

남자는 한 팔로 여인의 허리를 휘감으며 다른 한팔로는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데 이는 둘의 사이가 내연관계임을 내포하고 있다.

침대 위의 붉은색 커튼은 열정적인 사랑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고 빗장의 대각선 방향으로 놓인 사과는 인간의 원죄와 관능적인 쾌락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프라고나르의 빗장이 동적 로맨틱한 순간을 묘사한 작품이라면 혜원의 월하정인은 은밀하며 정적인 로맨틱한 순간을 묘사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그림은 눈썹달이 은은하게 내리비치는 야심한 밤, 모퉁이 담벼락에 젊은 남녀가 만나는 순간을 그린다.

여인은 쓰개치마를 하고 자주색 저고리와 옥색치마, 비단신을 신고 있는데 치마는 살짝 올려 입어 속곳이 보이게 하여 에로틱한 느낌을 주고 있다.

전형적 조선시대의 미인상인 여인은 당시 패셔니스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림 속 여인의 표정이 좋지 못한 건 남성이 늦게 왔기 때문일 것이다.

여인을 기다리게 한 남성은 미안한 마음에 무엇인가 주려고 하는 동작을 하고 있다. 작가는 그림 한편에 “달빛이 침침한 한밤 중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라는 짧은 문구를 넣고 있다.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1번은 두 작품의 감정선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1악장 남성적인 첼로의 도입부와 이어지는 여성스런 바이올린 그리고 피아노와 함께 격정적으로 이어지는 주제멜로디는 프라고나르의 ‘빗장’을 연상하게 만든다.

피아노로 고요하게 시작하는 2악장은 어느 샌가 바이올린과 첼로가 조용하게 들어와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밤의 분위기를 만드는 피아노와 그것을 깨지 않으려는 두 현악기의 대화는 월하정인속 남녀를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아름답고 밝게 마무리되는 2악장은 월하정인속 두 남녀의 결말과 비슷하지 않을까 상상하게 만든다.

◆ 노래 날개 위에(On Wings of Song)

어린 시절부터 셰익스피어를 탐독했던 멘델스존은 문학적 이해와 소양이 남달랐다. 그가 당대 최고의 시인인 하이네(Heinrich Heine)의 시집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작품은 가장 사랑 받는 독일가곡 중 하나가 되었다.

바로 ‘노래 날개 위에(Auf Flugeln Des Gesanges)’인데 이 곡은 유토피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유토피아란 그리스어의 ‘ou(없다)’, ‘topos(장소)’의 조합어로 ‘어디에도 없는 장소’ 즉, 모두가 행복한 이상향을 말한다.

우리 호모 루덴스들에게 유토피아란 무엇일까? 화가에게는 캔버스가, 작곡가에게는 오선지가, 연주자에겐 바로 악기가 유토피아로 들어가는 도구가 아닐까 싶다.

어찌 보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멘델스존, 프라고나르 그리고 혜원, 그들이 꿈꿔왔던 유토피아일수 있다. 필자가 만난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행복한가? 바로 지금 행복할 수 없다면, 앞으로도 행복할 수 없다”고.

☞ 추천음반

멘델스존의 피아노 소품 <무언가(lieder ohne worte)>는 안드라스 쉬프 (Andras Schiff)의 연주를 추천하고 싶다. 전곡은 아니지만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의 연주 또한 훌륭하다.

피아노 트리오 1번은 보자르 트리오(Beaux Arts Trio) 연주를 추천한다. 특히 현재 멤버들과 발매한 2004년도 음반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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