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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가 잘 어울리는 현대 예술가들

[클래식에 빠지다] 존 케이지와 잭슨 폴록

2022.10.21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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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재건의 시기를 거치며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어나가고 있었다.

특히 유럽에서 벌어진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국의 경제는 진일보 할 수 있었는데, 미국은 1910년대인 이 시기를 ‘진보의 시기(The Progressive era)’라고 부르곤 한다.

쏟아져 들어오는 유럽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250만 일자리가 생겨나고 제조업, 농업, 금융 등 모든 분야가 전쟁의 피를 마시며 성장하고 있었다. 마치 한국전쟁기간 전후 일본이 성장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미국의 성장은 경제 뿐만이 아니라 인문, 사회, 과학분야에서도 발전하고 있었는데 이는 유럽의 뛰어난 지식인들을 흡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예술 분야 역시 유럽에서 건너온 뛰어난 예술가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는데, 이후 그들이 뿌려놓은 씨앗은 독자적인 열매가 되어 미국의 문화를 서서히 꽃피우기 시작했다.

영국의 사우샘프턴을 떠나 뉴욕으로 향하던 타이타닉호가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던 해인 1912년, 미국을 대표하는 전위적인 예술가 두 명이 태어난다. 바로 존 케이지(John Cage)와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이다.

◆ 아방가르드(Avant-garde)

흔히 아방가르드를 ‘전위예술(前衛藝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랑스어인 아방가르드(Avant-garde)의 어원이 군대 선두의 돌격부대인 전위부대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공격적이며 뒤를 돌아보지 않는 캐릭터를 지칭한 아방가르드는, 19세기 말부터 고정관념과 전통의 해체를 시도하는 급진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예술가들을 빗대어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

존 케이지와 잭슨 폴록은 아방가르드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현대 예술가들로서 전후 미국 예술계를 이끌며 유럽의 문화권에서 탈피한 전위 예술가다.

20세기 초 아놀드 쇤베르크의 무조주의 음악과 마르셸 뒤샹의 작품 <샘>이 새로운 예술개념으로 제시되었다면 이후 아방가르드의 기수는 케이지와 폴록이 이어받았다고 볼 수 있다.

독일에서 활동 중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쉰베르크는 무조주의와 12음 기법을 바탕으로 당시 고전음악에 익숙한 이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새롭고 창의적인 음악을 작곡했는데, 이런 쉰베르크의 제자가 존 케이지였다.

하지만 쉰베르크와 존 케이지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는데, 쉰베르크는 2년간 배운 자신의 제자에게 작곡을 하려면 화성학에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이에 케이지가 자신은 화성학에 소질이 없다고 고백하자 스승은 “그렇다면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그 벽에 머리를 박는데 일생을 바치겠다”고 답했다. 이후 존 케이지는 스승보다 더 파격적이고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다.

한편 미술계 역시 20세기초부터 이어진 아방가르드적 움직임은 시대적 사조와도 같았다. 관념의 해체를 주장한 다다이즘은 뒤샹에 의해 ‘변기’를 ‘샘’이라 부르며 작품화됐고, 이후 초현실주의를 거쳐 추상 표현주의에 다다르게 된다.

추상표현주의는 전후 1940~50년대 미국화단을 지배하던 회화의 한 양식으로 형식적으로는 추상적이나 내용적으로는 표현주의적이라는 의미다.

원래 칸딘스키의 초기작품에서 유래한 용어지만 1940년대 뉴요커 기자 로버트 코츠가 미국의 젊은 작가에게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 일반화되었다.

특히 추상표현주의는 미국의 젊은 작가인 잭슨 폴록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다. 물감을 잔뜩 묻힌 붓으로 캔버스 위에 온몸을 사용해 그린 그의 독창적인 ‘액션페인팅’은 회화계에서 미국을 독자적인 위치로 자리매김했다. 

폴록의 등장은 미술시장의 흐름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건너오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전후 미국은 새로운 지적 탐험과 실험가정신을 가진 두 명의 예술가를 통해 문화예술계를 선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있던 것이었다.

지난 2015년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잭슨 폴록> 전시회에서 한 시민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 Photo/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2015년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잭슨 폴록> 전시회에서 한 시민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 Photo/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과정(Process)

존 케이지와 잭슨 폴록의 예술세계에서 결과물만큼 중요한 요소는 바로 ‘과정(process)’이다. 이들의 예술을 보고 들으면서 창작과정과 목적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초창기 케이지의 작품인 조작된 <피아노(Prepared Piano)>는 그의 또 다른 스승이었던 헨리 카웰(Henry Cowell)이 피아노 내부에 있는 현을 손으로 뜯으며 그 현에 달걀을 굴려 떨어뜨린 것에 착안해 탄생했다.

피아노 해머(hammer)가 때리는 현과 현 사이에 플라스틱이나 다양한 생활용품을 끼워 넣어서 독특하고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듯 초기 케이지의 음악은 ‘발명가의 아들’답게 음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그는 인도철학과 동양 선불교 사상에 빠져들었는데, 케이지는 악보에 더 이상 음표를 표시하지 않고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한 도표나 그래프 또는 상징적 부호 등을 사용했다.

그의 음악에서 작곡가는 더 이상 음의 창조자이기보다는 이벤트의 참관자가 된 것인데, 일련의 과정은 그의 종교적 세계관이 작품에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잭슨 폴록의 작품 또한 과정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추상표현주의는 ‘색면 회화(Color Field Painting)’와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으로 나뉘는데, 폴록의 작품은 액션 페인팅에 속한다.

액션 페인팅은 그리는 행위(액션) 그 자체에서 순수한 의미를 찾아내려는 경향으로, 완성된 결과물의 미적 가치보다 제작하는 과정에서의 미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회화양식이다.

폴록은 몸을 이용해 순간 순간 떠오르는 영감과 직관에 의지해서 그림을 그렸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물감을 적신 붓을 위 아래로 흩뿌렸다고 해야 맞을듯 하다.

그의 작품 속 복잡한 선들의 움직임을 보면 폴록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은 그의 의식의 흐름과 연결되어있다. 즉 과정은 그들의 예술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 우연성(Contingency)

어떠한 개연성 없이 일어나는 현상과 필연과 반대되는 개념을 우리는 ‘우연’이라고 한다. 케이지와 폴락의 예술세계에서 우연성은 그들 작품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케이지의 대표작 <4’ 33초>는 4분 33초동안 연주자가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은 채로 있는 연주 퍼포먼스다.

4분 33초동안 주변의 소음 혹은 정적이 연주인 것인데, 모든 소리가 음악의 재료라고 생각한 그는 주변소음 또한 음의 재료로 사용한 것이다.

1950년대부터 어떤 소리가 들릴지 알 수 없는 불확정성 또는 우연성은 케이지 음악의 특징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폴록 작품에서 보여지는 우연성 또한 의식의 흐름에 따라 붓의 물감을 흘리거나 떨어뜨리는 ‘드리핑(dripping)’ 기법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폴록은 자신의 작품이 의도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 작품의 의도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의도를 갖고 작업을 하지만 물감을 뿌리는 행위에는 우연성의 요소가 깊이 관여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이들의 사상적 예술세계는 마치 현대 물리학의 복잡계 이론과도 맞닿아 있는듯하다. 복잡계란 완전한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 존재하는 계로 기존의 논리나 공식, 구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산타페 연구소의 브라이언 아서(W. Brian Arthur) 교수에 의하면 “복잡계란 무수한 요소가 상호 간섭해서 어떤 패턴을 형성하거나, 예상외의 성질을 나타내며 각 패턴이 각 요소 자체에 되먹임 되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같은 조건에서도 다른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이 일어날 수 있고, 유기적이고 복잡한 현상을 몇 개의 허브를 통해 연결고리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케이지와 폴록의 예술이 마치 이런 복잡계와 가깝게 느껴지는 건 결국 우연성 혹은 불확정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물리, 금융과 경제, 생명과 자연현상까지 모든 주제를 다루는 복잡계는 우리시대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이런 복잡계를 과학자들보다 탐구 정신이 뛰어난 예술가들이 먼저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싶다.

◆ 자유(Freedom)

세계적인 뇌 과학자 디크 스왑(Dick Swaab)은 그의 책 <우리는 우리 뇌다>에서 우리가 행하고 느끼는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닌 뇌의 필연적인 역할들로 탄생한다고 말한다. 

즉 우리가 필연이라고 느끼는 것이 사실 우연의 결과이며, 우연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 필연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예술가는 우연과 필연으로 얽혀있는 복잡계 세상의 다양한 상을 표현하고 있다.

폴록의 작품은 앤디 워홀(Andy Warhol) 등 팝 아트(Pop Art)에 영향을 주었고, 케이지는 백남준과 스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이는 비틀즈(The Beatles)까지 이어졌다.

그들이 표현하고 추구하는 공통적인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자유로움’ 바로 그것일 것이다. 그리고 아나키스트 이기도 한 존 케이지는 이렇게 말을 했다.

“옛날에 작곡가는 천재였고, 지휘자는 폭군처럼 연주자들을 쥐어짰으며 연주자들은 지휘자의 노예 노릇을 했다. 그러나 우리 음악에는 폭군도, 노예도, 천재도 없다. 모두가 동등하게 함께 협조해서 만들어간다. 예전에는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고,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듣도록 무엇인가를 한다.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도 누구에게 무엇을 하라고 명령하지 않고도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 추천음반

케이지의 음반은 알렉세이 루비모프(Alexei Lubimov)의 피아노와 조작된 피아노(Prepared Piano)로 연주한 음반을 추천한다. 그의 <4’ 33초>는 베를린필하모닉과 유명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케이지와 스톡하우젠의 영향을 받은 싸이키델릭한 감성의 비틀즈의 명반 <리볼버(Revolver)>도 케이지의 음악과 함께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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