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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져주는 예술가의 유산

[클래식에 빠지다] 하이든과 뒤러

2023.02.02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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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럽을 호령하던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클래식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풍스러운 이 도시의 상징 중 하나인 오페라 극장 건너편에는 알버트(Albert)대공이 1805년 설립한 4층규모의 알베르티나 미술관이 있다.

다빈치부터 앤디 워홀까지 여러 대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에는 르네상스의 거장 중 한명인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되고 있다.

북유럽의 다빈치라고 불리는 뒤러의 여러 판화들과 손 그림 습작, 그리고 유명한 토끼그림은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이곳 미술관의 시그니처로 자리잡고 있다.

알베르티나에서 구역의 중심부를 향해 걸어가다 보면 도시의 심장인 슈테판 성당을 만나게 된다. 성당은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에게도 특별한 곳으로, 소년시절 하이든은 이곳 슈테판 성당의 소년성가단원이었다.

성악과 바이올린, 피아노 등의 기초적인 음악교육을 9년동안 받았던 그는 이곳에서의 인연으로 음악적 토대를 쌓아갈 수 있었다.

에스터하지 가문의 궁전이 있는 비엔나 근교 아이젠스타트(Eisenstadt)에서 30년간 궁정악장으로 지내면서도 하이든은 비엔나와 인연이 많았다.

몇몇 교향곡과 작품들은 비엔나에서 작곡 초연되었고, 그의 결혼식 또한 슈테판 성당에서 이루어졌다. 유서 깊은 이 도시가 우리에게 하이든과 뒤러의 숨결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하이든과 뒤러가 추구한 예술세계가 우리 삶에도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두 예술가가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은 무엇일까

지난 2009년 3월 30일 오스트리아의 아이젠슈타트에 있는 에스테르하지 궁(宮)에서 열린 <하이든 현상(The Haydn Phenomenon)> 전시회의 언론내람회 모습. (사진=저작권자(c) APA/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2009년 3월 30일 오스트리아의 아이젠슈타트에 있는 에스테르하지 궁(宮)에서 열린 <하이든 현상(The Haydn Phenomenon)> 전시회의 언론내람회 모습. (사진=저작권자(c) APA/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교향곡과 판화

하이든의 교향곡과 뒤러의 판화는 각각 이후 클래식음악과 미술을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그 영역을 넓히고 발전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먼저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답게 100여곡이 넘는 교향곡을 남겼는데, 하이든 이전에는 아직 교향곡 형식의 기틀이 자리잡지 않은 시대였다.

선배작곡가들인 바흐와 헨델의 작품만 보더라도 대규모의 오라토리오나 종교미사곡은 있었지만 교향곡이라는 형식은 아직 낯설었다. 또한 당시는 지금처럼 악기의 구성이 대규모거나 다채롭기가 어려웠다.

하이든은 대 작곡가 요한 세바스챤 바흐(J.S.Bach)의 아들인 칼 필립 엠마뉴엘 바흐(C.P.E Bach)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북독일파인 C.P.E 바흐는 음악형식에 관하여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편이였다.

하이든의 초창기 교향곡들은 그의 영향으로 3악장형식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후 약간의 변화기를 거쳐 1780년에 이르러서는 미뉴엣(Minuet)과 트리오(Trio)를 추가한 4악장 형식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선배 작곡가 슈타미츠도 4악장 형식을 도입한 바 있지만 좀더 혁신적이며 목관과 금관, 팀파니 등을 교향곡에 도입하여 현대 교향곡의 기틀을 세운이는 하이든이라 할 수 있다.

하이든이 교향곡의 아버지라면 뒤러는 독일미술과 판화의 아버지로 불릴 만 하다. 독일의 옛 화폐인 5,10, 20마르크 지폐에는 뒤러의 작품이 각각 실려있을 정도로 그가 유럽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굉장히 높다.

독일 뉘른베르크의 금세공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뒤러는 어린 시절부터 소묘에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으며, 강렬한 감정과 상상력 그리고 섬세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뉘른베르크는 당시 활발한 상업도시로 활판인쇄술과 목판화 제작에서 유럽 최고수준을 가지고 있었는데, 뒤러의 재능과 도시가 만나면서 판화는 이제 단순한 복제품이 아닌 예술작품으로서 그 위상이 높아졌다.

그의 판화는 당시 미술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에서도 교재로 사용됐을 정도로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문맹율이 높았던 당시 판화는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에게 책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뒤러는 에칭(Etching)으로 불리는 동판화를 즐겨 사용하였지만, 신약성경 성 요한 계시록의 15장면을 목판화로 옮긴 연작 시리즈는 판화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하이든과 뒤러는 교향곡과 판화를 발전시켜 음악과 미술 혁신에 불을 지폈으며 동시에 허브와 디딤돌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알브레히트 뒤러 광장에 세워져 있는 알브레히트 뒤러 기념비. (사진=저작권자(c) Daniel Karmann/d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알브레히트 뒤러 광장에 세워져 있는 알브레히트 뒤러 기념비. (사진=저작권자(c) Daniel Karmann/d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탐험가와 개척가

훔볼트 로드로 유명한 알렉산더 폰 훔볼트(A.v.Humboldt)는 탐험가이자 지리학자이며 동시에 자연과학자였다. 그의 업적은 말라리아 치료제와 심전도계의 발명에 그치지 않았다.

찰스 다윈은 “훔볼트가 없었다면 비글호를 타지도 않았을 것이고, ‘종의 기원’을 쓸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고, 괴테는 “훔볼트와 함께 하루를 보내며 깨달은 것이, 나 혼자 몇 년 동안 깨달은 것보다 훨씬 더 많다”라고 말하였다. 그의 탐험과 개척정신이 여러 분야의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하이든과 뒤러역시 그런 탐험가적인 개척정신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현하였으며 후대에 영향을 주었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은 하이든에 대하여 이렇게 얘기하였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탐험가이자 개척가인 하이든과 몽유병자인 슈베르트 사이에 놓여있다” 그가 하이든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특히 하이든의 개척가적 정신은 현악4중주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하이든 자신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는 현악 4중주는 풍부한 상상력과 유머, 독특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현악 4중주 작품은 누구보다도 탄탄한 구성력을 보여주며 교향곡의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어쩌면 하이든의 매력은 교향곡보다도 현악4중주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새소리를 표현한 작품 <종달새>를 비롯하여 독일 국가인 <황제> 그리고 러시아 4중주곡중 두 번째곡인 <농담> 등은 그의 대표작이면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그는 당시 발전하고 있는 악기들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독주악기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첼로를 비롯하여 반음계 스케일연주가 가능해진 트럼펫이 대표적이다.

그의 첼로협주곡과 트럼펫 협주곡은 그런 하이든의 탐구정신으로 탄생한 작품 이라 할 수 있겠다.

독창적인 싸인을 갖고 있는 뒤러 역시 개척과 탐구 정신이 뛰어났다. 깊은 탐구는 관찰로부터 나오고 예리한 관찰력은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뒤러는 자연풍경과 동식물, 인간과 관련된 모든 현상에 호기심을 가졌으며 <아르코의 풍경>, <풀밭>, <산토끼>등의 작품은 그의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낳은 결과물이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 작품 <풀밭>을 보면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 시각을 섬세하고 완벽하게 사용하겠다는 그의 야심이 느껴진다.

뒤러는 판화 이외에도 수채화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였고 조각가로서도 다재 다능하였다. 그의 이론서인 <인체 비례론>과 <원근법에 관한 고찰>은 뒤러가 단순한 화가가 아닌 이론과 학문적 탐구정신 역시 강한 인물임을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저서다.

뒤러는 이런 말을 하였다. “훌륭한 화가라면 내적으로 아주 독창적이어야 하며 영원히 살아남으려면 항상 뭔가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가 개척가 일수밖에 없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 종교와 예술

하이든과 뒤러에게 신앙심은 그들 예술세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이든은 독실한 신앙인으로 집안에 작은 기도실을 만들어 일에 지칠 때마다 기도하며 에너지와 영감을 얻곤 했다. 음악적 재능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긴 하이든은 “음악은 늘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에스터하지가에서 벗어난 말년, 하이든은 런던에서 헨델의 <메시아>를 듣고 영감을 받아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작곡하였으며 이후에는 농부가 하느님을 찬양한 오라토리오 <사계>를 작곡하였다.

당시 비엔나에서 초연된 <천지창조>는 많은 관객들의 엄청난 호응을 얻어냈는데, 하이든은 자신의 음악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말하며 영광을 하느님께 돌렸다고 한다.

뒤러역시 성화작가로 명성을 떨치며 작품을 통해 그의 신앙심을 잘 보여주었다. 뒤러가 활동하던 르네상스 시기, 그는 타락한 교회에 저항하며 종교개혁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종교 개혁가인 마틴 루터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뒤러는 루터가 체포된 줄 알고 다음과 같은 글을 일기에 남겼다. “루터는 기독교 진리를 위해 고난 당했고, 인간적 법률의 무거운 짐으로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자유를 거부한 비기독교적 교황권을 정죄했다”

뒤러의 뛰어난 작품인<아담과 이브>, <장미관의 성모>, <동방박사 세 사람>은 모두 성서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그의 스케치 <기도하는 손>은 자연스럽게 신앙심을 가지게 만드는 경건한 매력을 품고 있다.

◆ 유산

예술가로써 성공적인 삶과 후원 그리고 존경을 받은 하이든과 뒤러는 같은 시대의 다른 예술가들에 의해 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기억하면서 같은 시대의 뒤러가 살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고, 모차르트 베토벤과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오며 두 음악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하이든에 대해서는 나머지 두 음악가 보다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예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에게 작곡가중 한 명과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누구와 하고싶냐는 질문에 그는 하이든이라고 말하였다.

하이든 음악에서 드러나는 인품과 해학, 그리고 유머가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이든은 후대를 향해 이렇게 고백하였다 “나의 언어, 즉 음악은 전 세계에서 이해 될 것이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뒤러의 자화상과 하이든의 고백을 통해 우리는 두 예술가의 자신감과 확신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항해사였으며 탐험가인 동시에 개척자였다.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직업군들이 아닐까? 그들이 남긴 유산은 현재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 추천음반

하이든의 교향곡은 전집을 최초로 녹음한 안탈 도라티(Antal Dorati)와 Philharmonia Hungarica의 음반을 추천하겠다. 원전연주는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의 연주로 감상하시는걸 권해드리겠다.

그의 현악 4중주는 작품은 알반베르크 사중주단, 코다이 사중주단, 그리고 부다페스트 사중주단의 음반을 추천한다.

하이든의 피아노 작품은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의 격조 있는 연주를, 첼로협주곡은 로스트로포비치(Mstislav Rostropovich), 트럼펫 협주곡은 모리스 앙드레(Maurice Andre)의 연주가 대중적이면서도 명연이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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