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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르네상스 ‘바로크 음악’이 흐르는 영화들

[클래식에 빠지다] 바로크와 영화음악

2023.09.28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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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후반부터 16세기 동안 유럽에서 일어난 문예부흥 운동을 르네상스라고 한다. 르네상스의 단어 의미가 ‘재생’ 또는 ‘부활’을 뜻하는 것처럼 당시 문화예술계는 엄청난 진보를 이루어 내었다. 

특히 건축의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와 르네상스 삼대장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비롯해 문학에 셰익스피어와 세르반데스 그리고 <데카메론>의 저자 보카치오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시대를 꽃피우고 있었다. 

다만 음악에서는 교회음악을 통한 단정한 형식의 종교작품과 복잡하지 않은 구조의 세속음악들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이는 다른 분야만큼의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중세음악과 비교하면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르네상스 당시는 인쇄와 기보법의 발달이 원활하지 못하였고 악기의 다양성 또한 부족했다. 

사실 클래식음악의 르네상스라 하면 17세기 이후부터 시작된 바로크 시대가 의미상 좀더 가깝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우리가 현재 오케스트라에서 쓰이는 악기들이 바로크 시대에 와서 완성형에 가깝게 만들어졌고 악기의 다양성 또한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이 시기가 음악의 르네상스라고 볼 수 있는 이유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 바흐, 헨델, 비발디가 음악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상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바로크 시대에 음악은 장조와 단조의 조성체계가 확립이 되었으며 오페라, 오라토리오의 등장으로 대중적 극음악이 등장하였다. 

또한 협주곡과 소나타 등 성악을 비롯한 교회음악에 치중되어있었던 이전시대와 다르게 기악음악이 폭발적 성장을 보인 시기이기도 하다. 

통주저음(Basso Continuo) 즉 베이스에 기본이 되는 간단한 선율만 지속적으로 연주하고 다른 성부는 즉흥적이며 화음 넣어 연주하는 주법은 바로크 음악을 특징지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특징을 가진 바로크 음악은 영화에서도 자주 사용되는데, 특히 바로크시대를 표현하는 시대물에 주로 사용되었다.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켜준 바로크음악은 어떤 영화작품들에 사용됐을까.

2008년 볼리비아에서 열린 <국제 바로크 르네상스 음악축제>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8년 볼리비아에서 열린 <국제 바로크 르네상스 음악축제>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

알랭 코르노(Alain Corneau)감독의 1991년작품 <세상의 모든 아침>은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의 소설을 기반으로 각색되었다. 

영화는 17세기중반 프랑스의 루이14세가 집정하고 있던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당대 유명 음악가였던 쌩뜨 꼴롱브(Monsieur de Sainte Colombe)와 그의 제자 마랭 마레(Marin Marais)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바로크시대 고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의 대가 쌩뜨는 아내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두 명의 딸들과 은거한다. 

젊은 제자 마랭과 그의 딸이 사랑에 빠지고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어찌 보면 뻔한 스토리 같지만 영화는 긴 여운을 준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주인공들의 대화와 연주는 음악 속 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이 영화는 영화음악을 맡은 조르디 사발(Jordi Savall)의 OST로도 유명하다. 

조르디 사발은 고음악 전문연주자로 음악가인 자신의 아내,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OST작업을 했으며 영화 속 그의 비올라 다 감바연주는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크 시대 이후 작은 음량으로 점차 사라진 악기 중 하나인 비올라 다 감바를 독학으로 배운 그는 음반을 통해 자신의 자작곡과 중세, 르네상스 음악 등을 새롭게 해석했으며 이는 영화와 함께 고음악 장르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후반부 마랭은 스승 쌩뜨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마지막 가르침을 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쌩뜨는 마랭에게 첫 번째 가르침이라고 대답한다. 

계속 자문자답하던 마랭은 곧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음악은 왕도 신도 아닌 지친자를 위한 휴식이죠…길 잃은 아이를 위한, 우리가 태어나기 전 생명도 빛도 없는 그런 때를 위한…”

◆ 파리넬리(Farinelli)

중세와 바로크시대 여성들은 교회에서 노래 부를 수 없었다. 그래서 교회에는 청아하고 맑은 음색의 남자어린이 합창단이 있었다. 

하지만 변성기가 찾아오는 아이들은 떠날수 밖에 없었고 때론 생계가 걸려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거세되어 높은 음역대를 유지하는 카스트라토(castrato)가 되었다. 

비윤리적인 일이지만 당시 교황령 안에서는 여자가 교회뿐만이 아니라 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조차 금지되었기 때문에 카스트라토는 만연했다. 18세기 당시 한해 6000여명의 소년들이 이탈리아에서만 거세당했다고 하니 유럽전체로 봤을 때는 더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던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또한 아버지의 반대가 아니었다면 카스트라토가 될뻔하였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음악영화 감독으로 알려진 제라르 코르비오(Gerard Corbiau)의 1994년 작품 <파리넬리>는 당대 유명했던 카스트라토의 일대기를 영화로 그린 작품이다. 

18세기 카스트라토 카를로 브로스키(Carlo Broschi)는 역사상 최고의 카스트라토로 기록되어있다. 바로 그의 예명이 ‘파리넬리’다. 영화에서는 헨델과의 스토리도 그려지는데, 영화처럼 둘 사이는 원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헨델이 다른 카스트라토와 공연하고 있었기 때문에 라이벌구도가 형성되었으며 흥행에도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영화 속 파리넬리가 부르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 하소서’는 이 영화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장면의 음악은 카운트테너의 목소리와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합성해 만들었다. 남성적인 힘과 여성 목소리의 결합을 현대적인 기계의 힘을 빌어 재현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파리넬리는 유럽의 왕가의 총애를 받으며 많은 권력과 부를 누렸고, 은퇴 이후도 존경 받는 예술가로 모차르트나 글루크등 당대 뛰어난 음악인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파리넬리는 죽기 전 자신의 재산을 하인과 가난한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전해지며 현재 그의 수많은 편지들은 볼로냐 대학도서관에 보관 중이다. 

2016년 서울에서 공연한 동명의 뮤지컬 <파리넬리> 프레스콜에서 출연배우들이 주요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년 서울에서 공연한 동명의 뮤지컬 <파리넬리> 프레스콜에서 출연배우들이 주요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왕의 춤(Le roi danse)

‘가무(歌舞)’라는 단어가 있듯이 춤이 있는 곳엔 음악이 존재한다. 유럽의 춤과 음악의 역사는 14세기 교회권력이 쇠퇴하고 중세봉건제도가 무너지는 시점에 궁정의 세속적인 무곡들을 중심으로 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르네상스를 거치며 왕과 궁정귀족의 사교로 발전한 춤과 음악은 바로크시대에 이르러 영국의 지그(gigue), 프랑스에서는 쿠랑트(courante)와 가보트(gavotte), 스페인의 사라방드(sarabande), 독일에서는 알라망드(allemande) 등으로 발전했다. 

2000년 작품 영화 <왕과 춤>은 춤과 음악을 사랑했던 태양왕 루이14세와 당대 음악가 륄리(Jean-Baptiste Lully)와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최초의 발레리노이자 발레의 번영을 이끈 루이14세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발레를 적극 이용했다. 

그는 극중 영웅적인 역할로서 땅에서 올라오거나 하늘에서 내려오는 등 극적 장치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절대군주의 힘을 과시하곤 했다. 

특히 루이14세가 16살에 <밤의 발레(Ballet de la Nuit)>에서 맡은 아폴로역은 그에게 태양왕 이라는 별칭을 얻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루이14세의 왕권강화를 도우며 총애를 받은 음악가가 바로 륄리다. 

그는 일생 대부분을 왕을 위한 궁정음악가로 일하였다. 이탈리아 태생으로 20세 나이에 프랑스 궁정 바이올리니스트와 무용수로 발탁된 륄리는 이듬해에는 작곡가로 성공적 데뷔를 했다. 

<밤의 발레> 또한 그의 작품이며 수많은 발레곡을 작곡한 그는 왕으로부터 프랑스의 모든 음악공연에 대한 통제권을 받을 정도로 당시 위세가 대단하였다. 

한편 영화 <왕의 춤>은 파리넬리와 같은 감독인 제라르 코르비오에 의해 제작되었으며 역사적 고증을 통해 바로크시대의 궁정음악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OST는 거의 륄리의 음악들로 수록되어있으며, 그의 음악은 궁정음악의 특징답게 장엄하며 힘차고 생동감이 넘친다. 

앨범에 수록되어있는 모든 연주는 바로크 고음악단체인 무지카 안티과 쾰른(Musica Antiqua Koln)이 맡아서 연주했다. 

◆ 베리 린든(Barry Lyndon)

거장 스텐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1974년작 <베리 린든>은 소설 <베리 린든의 회상>을 각색한 영화다. 

작품은 18세기 화려한 로코코 양식이 만연했던 조지3세시대의 영국과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풍운아 같은 삶을 살았던 베리 린든의 20년동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3시간동안의 긴 러닝타임으로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느린 전개를 보여주지만 뛰어난 고증을 바탕으로 복식과 세련된 화면연출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스토리는 아일랜드인 래드몬드가 영국군과 프로이센군을 떠돌아 다니는 부분과 이후 린든 가문의 젊은 귀족미망인과의 결혼으로 펼쳐지는 삶, 이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영화에는 다양한 바로크 시대 음악들이 삽입되었는데 비발디의 소나타5번 E단조와 바흐의 협주곡 C단조, BWV 1060의 2악장-Largo ovvero Adagio, 그리고 메인 테마곡인 헨델의 <사라방드(Sarabande)> 등 아름다운 곡들이 OST에 포함되어있다. 

특히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관통하는 테마곡 헨델의 <사라방드>는 헨델의 다른 작품인 <메시아(Messiah)>만큼 유명한 음악으로 비장미와 장엄함 그리고 실존적 존재로서의 인간내면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곡이다. 

원곡은 합시코드 모음곡 D장조 HWV 437로, 포르투갈에서 발생해 스페인 무곡이 된 <라 폴리아(La Folia)> 멜로디를 주제로 헨델이 작곡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멜로디 자체는 헨델의 것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진 것으로 사라방드풍으로 헨델이 편곡을 했다고 봐야 할듯하다. 

영화 속 궁정악단이 연주하는 바흐의 협주곡 C단조, BWV 1060 2악장 역시 두 개의 키보드협주곡 이외에 바이올린과 플루트, 바이올린과 오보에 등 다양한 버전으로 연주되고 있으며 단순하고 소박한 멜로디의 아름다움을 영상미와 함께 전해주고 있다.

☞ 기타 영화

이 외에도 바로크 음악은 <나의 이름은 바흐(Mein Name ist Bach)>, <마리 앙뜨와네트(Marie Antoinette)>, <카사노바(Casanova)>, <조지 왕의 광기(The Madness of King George)>, <대통령의 연인들(Jefferson in Paris)> 등 여러 역사물에서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있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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