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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클래식 음악계 ‘최고의 스타’

[클래식에 빠지다] 니콜로 파가니니(Nicolo Paganini)

2023.11.06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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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팝스타를 생각해보면 누가 있을까? 아마도 비틀즈나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과 같은 스타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19세기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들과 비슷한 위치의 스타는 누구였을까? 20세기 팝스타들이 이후 세대에게 미친 영향력과 당대 화려한 인기를 감안한다면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 명이 떠오른다. 

바로 이탈리아 제노바 태생의 천재 바이올리스트 ‘니콜로 파가니니(Nicolo Paganini)’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소문이 났던 그는 그야말로 19세기 유럽 음악계의 돌풍을 일으킨 스타였다. 

당시 바이올린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던 화려한 기교와 상상을 초월하는 음악적 아이디어에 청중들은 열광을 넘어 때때로 실신하였다고 전해진다. 

20세기 센세이셜널 했던 팝스타들이 있기 전, 이미 전설 같은 파가니니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오직 바이올린이라는 현악기만을 이용해서 말이다. 

그의 연주와 작품은 슈만과 리스트, 브람스, 근대 라흐마니노프까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들은 파가니니 곡의 선율과 상상력에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테마로 당대 파가니니의 영향력이 어떠했는지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현대와 같이 영상과 소리를 녹음할 수 없었던 19세기 당시, 파가니니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다. 우리는 단지 문서로 남아있는 사료와 작품 그리고 파가니니의 초상화를 통해 그를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그에 대해 품은 상상력은 음악작품 못지않게 영화에서도 많은 소재로 쓰였다. 

파가니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비롯해 어떤 영화작품들이 그의 음악을 소재로 영상에 접목시켰을까? 파가니니 작품을 장르별로 살펴보자.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가렛이 영화 <The Devil's Violinist> 시작 전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가렛이 영화 <The Devil's Violinist> 시작 전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카프리스(Caprice)

‘카프리스(Caprice)’ 또는 이탈리아어로 ‘카프리치오(Capriccio)’는 어떤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작곡한 작품을 지칭하는 음악용어다. 

단어자체의 뜻이 ‘변덕’과 ‘환상’, ‘공상’을 지칭하듯 즉흥적이며 자유분방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파가니니의 24개 카프리스는 이런 음악적 특징과 함께 바이올린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테크닉을 보여준다. 

파가니니의 음악적 특징이 제일 많이 드러나는 24개의 카프리스는 작품 하나 하나마다 고유의 테크닉적인 특징과 음악적 상상력이 녹아있다. 

특히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마지막 번호인 24번째 카프리스는 변주곡 형식으로 되어있으며 다양한 음악적 아이디어와 현란한 기교, 대담하고 화려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테마선율은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그들은 피아노로 파가니니 24번 카프리스의 선율을 재해석했다. 

24번은 광고음악에도 자주 사용되었지만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도 자주 삽입되었는데,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도 24번의 테마가 등장한다. 

또한 팀 로스 주연의 <The Song of Names>와 잘생긴 천재 바이올리스트 데이비드 가렛의 <The Devil's Violinist>에도 24번째 카프리스는 영화의 중요한 테마로 흐르고 있다. 

24번 이외에도 강렬한 스케일과 속주를 보여주는 5번, ‘악마의 웃음소리’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13번, 고난도의 정확한 아티큘레이션과 더블스톱을 요구하는 17번 등이 영화에 삽입되었다. 

이중 17번은 영화 <슈만의 봄(Spring Symphony)> 초반부, 파가니니가 연주하는 장면에 등장하는데 바로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스트 중 한 명인 기돈 크레머가 이 배역을 맡아 출연했다. 

◆ 협주곡(Concerto)

파가니니는 총 다섯 개의 협주곡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은 1번이고, 유명한 멜로디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가 3악장인 2번 또한 종종 연주된다.  

라 캄파넬라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종’을 뜻한다. 그래서 도입부분의 멜로디는 종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많은 예술가들이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에 영감을 받아 따로 소품으로 만들었는데 바이올린은 크라이슬러, 피아노는 리스트가 대표적이다. 

영화 속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의 멜로디를 OST로 사용한 작품들은 적지 않다. 파가니니 협주곡은 기교적이지만 화성중심보다는 선율에 치중하였으며 오케스트라의 반주는 비중을 적게 둔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파가니니가 오페라에 광팬으로 오페라 아리아적인 요소를 바이올린에 적용했기 때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라 캄파넬라를 영화의 사운드 트랙으로 삽입한 작품은 여럿이 있다. 

그 중 2009년도 영화 <The Good Heart>와 천재소년 이야기인 2006년작 <비투스(Vitus)> 그리고 96년 영화 <샤인(Shine)>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파가니니가 주인공인 데이비드 가렛의 <The Devil’s Violinis>나 클라우스 킨스키 주연의 1989년작 <파가니니>는 영화 특성상 라 캄파넬라 뿐만이 아닌 협주곡1번을 비롯해 다양한 파가니니의 작품들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드물게 연주되지만 레이디 가가 주연의 시리즈물 <American Horror Story>에도 파가니니 협주곡 4번 3악장이 쓰이기도 했다. 

◆ 소나타(Sonata)

기악곡을 위한 음악형식인 소나타(Sonata)는 17세기 이탈리아에서 등장했다. 성악이 동반되는 칸타타(Cantata)에 대비되는 단어로 쓰였다가 기악연주만을 위한 형식으로 발전된 것이다.

“악기로 소리를 내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소나레(sonare)’가 어원인 소나타는 다악장을 가지는 특징이 있다. 

보통, 빠르고-느리고-빠르게의 3악장 형식이나 4악장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처음 악장과 마지막 악장은 경쾌하고 빠르게 끝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파가니니는 다수의 소나타 곡들을 작곡했는데 특이하게도 기타와 함께 하는 작품들이 많다. 그래서 파가니니의 소나타들은 보통 기타와 함께 연주와 레코딩이 되는 경우 또한 많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사실이지만 파가니니는 뛰어난 기타리스트였다고 하며 그가 작곡한 기타 곡은 100여 작품에 이르고 있다. 

그는 기타를 사람들 앞에서 자주 다루지는 않았지만, 지인들이나 사색 또는 작곡을 할 때 기타를 사용했다고 한다. 

아마도 기타가 갖는 다성적이면서도 선율적인 매력에서 영감을 받아 바이올린 작품에 접목하려 하였던 듯하다. 

또한 그의 핑거 피치카토(finger pizzicato)나 더블 스토핑(double stopping) 등의 테크닉은 기타로부터 가져온 것이라 볼 수 있다. 

파가니니의 소나타들은 카프리스나 협주곡처럼 화려하거나 기교를 드러내는 과시적인 느낌보다는 내밀하며 친숙하고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대부분 많다. 

파가니니의 솔직하며 인간적인 모습은 그의 소나타 작품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파가니니의 소나타 작품 역시 여러 영화의 사운드 트렉에 소개되었다.  

로베르토 파엔자 감독의 <The Case of Unfaithful Klara>에서는 Violin Sonata No.12 Op. 3이 흐르는데 이 작품은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혜린의 테마곡으로도 쓰여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하다. 

이밖에도 조안 카 위긴 감독의 <A Previous Engagement>에는 <Grand Sonata in A Major>가 삽입되었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과 기타 듀오로 연주 되지만, 기타솔로 곡으로도 자주 연주되며 서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멜 깁슨 주연의 <Gallipoli>에서는 <Centone di Sonata>가 흐르는데 이 곡 역시 시적이며 파가니니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 Pieces

화려한 바이올린을 위한 독주 소품은 파가니니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다. 오페라를 좋아한 그는 대중들에게 쉽게 익숙한 멜로디를 변주곡 형식으로 변형시켜 여러 작품들은 남기고 있다. 

작품 <Nel corpiu non mi sento>나 <I Palpiti> 등은 오페라 아리아에서 그 테마를 가져왔고 <God Save the King> 역시 영국의 국가에서 가져온 것인데 모두 변주곡 형식을 갖고 있다. 

물론 <무궁동(Moto Perpetuo)>과 같이 처음부터 속주를 위한 작품도 있지만 많은 수의 소품들은 변주곡 형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중 <Carnival of Venice(베니스의 사육제)>는 우리 귀에도 익숙한 멜로디이며 다수의 영화에 사운드 트렉으로 삽입되었다. 

<베니스의 사육제>는 나폴리 민요 <O Mamma, Mamma Cara>에서 멜로디를 가져왔으며 파가니니는 이를 20개의 변주곡으로 작곡을 했다.  물론 전부 연주되기도 하지만 앙코르 곡으로도 자주 사용되며 몇 개의 변주는 생략해 연주되는 편이다. 

처음에는 경쾌하며 흥겨운 멜로디로 시작하지만 이어지는 변주는 핑거 피치카토를 비롯하여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은 다시 경쾌하며 차분하게 마무리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영화 <The Devil's Violinist>를 비롯해 오스카 와일드 원작의 2009년작 <도리안 그레이>, 바이올리스트 조슈아 벨이 OST에 참여한 <Ladies in Lavender>, 알프레드 히치콕의 <Rear Window(이창)> 등 수많은 영화의 사운드 트렉에 사용되었다. 

이 외에도 <I Palpiti>나 <무궁동(Moto Perpetuo)>도 몇몇 영화의 사운드 트렉으로 등장한다. 

파가니니의 소품은 화려하면서 기교적이지만 단순한 멜로디를 사용하여 대중과 관객의 호응을 쉽게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음악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 음반추천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음반은 수많은 바이올리스트들이 한번씩 도전해 음반을 발매했다. 마치 쇼팽의 에뛰드에 도전하는 피아니스트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파가니니 작품은 파가니니 연주를 뛰어나게 하는 바이올리스트들이 있다. 카프리스는 알렉산더 마르코프와 카바코스의 연주가 화려하며, 슐로몬 민츠와 미도리의 깔끔한 연주도 추천 드린다. 

협주곡은 거장 루지에로 리치와 현대의 벤게로프의 연주를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파가니니의 소나타 작품은 길 샤함의 바이올린과 외란 쇨셔의 기타연주 앨범이 깔끔하다.

파가니니의 <Carnival of Venice>는 바딤 레핀과 전성기 살바토레 아카르도 연주를 꼽고, 이외의 소품연주는 올드 레코딩이지만 바사 프리지호다의 불꽃 같은 연주를 감상해 보시길 권한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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