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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드 바이올린이 탄생하기까지…바이올린의 역사

[클래식에 빠지다] 바이올린 이야기

2023.11.30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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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는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한다고 하였다. 

음악은 우리가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나 느낌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무의식을 자극하는 음악을 통해 우리는 치유 받고 화합할 수 있으며 여러 정서를 공유할 수 있다. 

처음 음악의 목적은 의미 전달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최초의 악기는 바로 인간의 목소리였다. 이후 다양한 소통과 의미전달을 위해 때려서 공명을 사용하는 타악기와, 관에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어서 소리를 내는 관악기들이 등장 하였다. 

하지만 타악기와 관악기가 주로 먼 곳으로 소리를 보내는 역할을 하였다면 이후 등장한 찰현악기는 이들이 가지지 못한 부드러움과 자유로운 다이나믹의 조절을 통해 근거리에서 음악을 아름답게 즐기는 악기로 발전하였다.

마찰을 이용한 찰현악기는 우리 인간의 여러 가지 정서를 대변해 주고 있다. 현대 오케스트라의 현악기들 또한 고대의 찰현악기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 중 미적으로나 음향적으로 가장 완벽한 형태로 발전한 악기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바이올린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심장에 가장 가깝게 대고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여러 현악기 중 에서도 가장 본능적인 소리를 낸다. 음향적으로나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바이올린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지난 8월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국제 악기&음향기기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바이올린을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8월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국제 악기&음향기기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바이올린을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고대 찰현악기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고대그리스인들은 철학과 건축, 수사학, 조각 등 다양한 분야를 발전시켰으며 음악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들이 사용한 ‘리라’라는 악기는 공명상자 위에 한 개의 현을 튕기며 연주하는 악기였다. 하지만 그들은 악기에 활을 적용하는 방법은 모르고 있었다. 활을 사용하지 않으면 울림을 원하는 만큼 지속하기 힘들며 다이나믹의 표현도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활의 사용은 음악의 전달력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활을 처음 사용한 악기의 발명은 아시아로부터 건너왔다. 이는 아시아에서 말을 가축으로 키웠으며 활 털의 재료가 말의 꼬리털이 가장 적합하였던 것에 기인하였던 듯 하다. 

고대 페르시아의 ‘케멘체(kemence)’나 아라비아의 ‘르바브(rebab)’라는 악기는 모두 활을 이용하여 공명상자를 울리는 악기로 현대 현악기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악기는 악기를 땅에 대거나 구부리고 앉아서 연주하기 때문에 바이올린의 기원이 된 악기로 보기는 힘들다. 

무어인들이 스페인에 침입했을 때 전해진 ‘레벡(rebec)’이라는 악기는 악기를 어깨위로 들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세 프랑스의 음유시인을 지칭하는 ‘트루바두르(Troubadour)’들이 사용한 ‘비엘 아 아르쎄’도 바이올린처럼 왼쪽어깨에 악기를 걸치고 활을 사용하는 악기였다. 

이는 이후 ‘비올’족의 악기로 발전하였으며 13세기 이후 독일과 프랑스로부터 이탈리아에 전해져 바이올린의 탄생에 기여하였다.

◆ 비올 

현대의 바이올린이 완성된 형태로 제작되기까지는 여러 현악기들의 변형이 있었다. 그 중 비엘에서 발전된 비올 족의 악기들은 바이올린 족의 악기들과 상당기간 경쟁하였으며 바이올린 탄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13세기에 이탈리아에 전해진 비올은 17세기 중엽까지 300년이 넘는 동안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종류의 악기들로 제작되었다. 그 수가 워낙 많아서 모두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기록에 의하면 여러 비올 중 6현의 비올을 바이올린과 같은 자세로 서서 연주하는 판화가 있다. 

비올은 비올라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비올라 다 브라치오(viola da braccio)’와 첼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비올라 다 감바’등 이 있다. 

비올라 다 감바는 바로크 음악을 얘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악기이기도 하며, 실제 조르디 사발 등 몇몇 바로크 음악의 대가들에 의해 대중에게 선보이기도 한다. 또한 조르디 사발이 음악감독을 맡은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에는 비올라 다 감바의 연주가 삽입되어있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비올 족의 악기들은 음량에 한계가 있었으며 드라마틱하지 않은 소리는 현대 큰 무대에서는 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아마도 150년 정도의 기간 동안 비올 족이 바이올린 족과의 경쟁에서 밀린 이유는 음색의 다양성과 작은 음량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누가 오늘날과 같은 바이올린을 만들었는지는 현재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여러 시대를 거치며 이런 다양한 악기들의 장점과 단점을 흡수하며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만들어 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 가스파로 다 살로-안드레 아마티

바이올린 제작의 1세대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은 16세기 이탈리아의 ‘가스파로 다 살로(Gasparo da Salo)’와 ‘안드레 아마티(Andrea Amati)’를 들 수 있다. 

물론 이전 시기에 카스파르 테펜브루커 (Kaspar Tieffenbrucker)라는 장인이 바이올린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바이올린은 현재 소실되어 사료로만 확인할 수 있다. 

다 살로와 아마티가 사실상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바이올린 제작자로 인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다 살로는 브레시아 지방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브레시아파(Brescia School)’를 창립하였다. 

그의 제자 중에는 파올로 마지니(Paolo Maggini)등 후대 이름을 떨친 제자들도 여럿이 있다. 다 살로의 바이올린은 현재 아주 소수만 존재하는데, 외형은 현대의 바이올린처럼 아름답지는 못하다. 

당시 그는 주로 연주되던 비올과 바스 등을 제작했으며, 비올을 개조하고 음향적 실험을 하면서 바이올린을 만들었다. 

그의 악기에서는 힘있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비올의 약점으로 알려진 앞판의 볼록함을 줄이면 음이 강해짐을 깨닫고 시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 살로의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은 19세기 노르웨이 불세출의 바이올리스트 올레 불(Ole Bull)에 의해 연주되었는데, 현재는 베르겐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다 살로가 ‘브레시아파’라면 아마티는 현악기의 성지인 ‘크레모나파(Cremona School)’의 창시자다. 아마티가 살던 크레모나는 당시도 그랬지만 현재도 현악기제작의 메카라 할 수 있다.

안드레 아마티의 초기 바이올린을 살펴보면 그가 브레시아에서 견습공 시절을 보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전성기 그의 악기는 개성이 뚜렷하고 실험적이며 독자적인 노선을 보여준다. 

아마티는 귀족출신으로 금전적인 여유가 있었으며 터키와 동인도로부터 각종 목재와 수지(樹脂), 풍부한 염료 등을 대량으로 매입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악기에 여러 음향적 실험 할 수 있었다. 

여러 나무 중 맑은 음이 나는 나무를 찾기 위해 알프스를 헤매기도 하였으며 악기에 바르는 니스를 찾기 위해 기린혈과 고무수지 등 다양한 실험을 하였다. 

그의 악기는 맑고 아름다운 음이 나는 특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시도한 높은 아치형의 앞판은 음량적으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안드레 아마티는 손자인 니콜라 아마티에 와서 가문의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손자인 니콜라 아마티은 앞으로 탄생할 크레모나 시대의 서막을 열어주었다. 

훌륭한 스승이기도 한 그는 뛰어난 제자들을 두었는데 안드레이 과르네리, 루제리 등을 비롯하여 현재 명기로 알려진 제작자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이올린 역사에서 최고의 롤모델 이라고 할 수 있는 한 명을 제자로 길러냈는데 그가 바로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다. 

◆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리스트나 제작자들이 가장 완성도 높고 모든 면에서 롤모델이라 말할 때 항상 거론되는 바이올린은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다. 줄여서 ‘스트라드(strad)’라고 부르기도 하며 악기라벨에는 라틴어 방식인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라고 적혀있다. 

지난 2018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열린 서울옥션 창립 20주년 150회 미술품 경매 프리뷰 전시에서 이탈리아 악기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692년에 제작한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경매 시작가 70억원)이 진열돼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2018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열린 서울옥션 창립 20주년 150회 미술품 경매 프리뷰 전시에서 이탈리아 악기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692년에 제작한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경매 시작가 70억원)이 진열돼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완벽한 형태의 비율과 만듦새는 현대 바이올린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최대의 라이벌인 과르네리(Giuseppe Guarneri)도 동시대에 있었다. 

과르네리 바이올린은 전설적인 파가니니를 비롯한 현대 최고의 연주자들에게도 찬사를 받고 가치도 스트라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악기의 개수와 길러낸 제자, 후대에 미친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스트라디바리에 무게를 좀더 실어 볼 수 있다. 

초기 스트라드는 스승 니콜라 아마티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이 시기 그는 스승의 악기를 모방하고 조수로 참여하며 자신의 길을 찾고 있었다. 실제 후기 니콜라 아마티의 악기들 중에는 스트라디바리의 손길을 거친 악기들이 많다고 추측된다. 

독립한 이후 그는 스승인 니콜라의 아름답고 투명한 음색과 ‘브레시아파’ 마지니의 중후하며 강한 소리를 결합하는 시도를 하였다. 이 기간 동안 악기의 소재, 두께와 비례, 니스의 배합 등을 통해 스트라드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냈다. 

전성기 그의 악기는 음향적으로나 미적으로 어떤 악기도 쉽게 따라오기 힘든 경지의 소리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현대의 대부분의 악기 제작자들은 측량된 스트라드 모델로 많은 실습을 하며 대부분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90세 넘게 살았던 스트라디바리는 피로를 모르는 연구가였다. 그런 그의 열정이 바이올린의 기준을 만들었으며, 이는 그가 남긴 500여대의 바이올린을 통해 현재도 증명되고 있다.

☞ 음반추천

스트라드와 과르네리를 비롯한 여러 악기로 소품을 연주한 제임스 에네스(James Ehnes)의 <Homage>앨범을 추천 드린다. 연주도 훌륭하지만 명기라 불리는 여러 바이올린의 특성을 느껴볼 수 있는 음반이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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