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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클래식

[클래식에 빠지다] 3월의 클래식

2024.03.18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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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봄 내음이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3월이다. 아직은 쌀쌀하고 눈도 종종 내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3월의 눈은 ‘속삭이는 눈’이다. 오면서 물이 되고 어린 가지에 눈물이 되어 이제 늬들 차례라고 말하는 속삭이는 눈인 것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새싹들이 고개를 내미는 3월은 시작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기도 하며 개학과 개강 등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어 주는 달이기도 하다. 

시작이란 무엇인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으로 3월의 어원과도 일치한다. 3월이라는 뜻의 영어 ‘March’가 ‘행진’이라는 뜻 또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March’는 그리스 신화에서 ‘전쟁과 농업의 신(Mars)’로부터 유래하였다. 봄이 와서 날씨가 풀리게 되면 비로서 무기를 재정비하고 훈련을 시작했으며, 한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파종 또한 하기 때문이다. 

즉 ‘Mars’가 내포한 의미로부터 시작을 알리고 행진 하다라는 ‘March’가 파생된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행진곡은 이런 의미로 3월과 어울린다. 행진곡이 아니어도 많은 작곡가들이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는 여러 작품들을 남겼다. 어떠한 작품들이 우리에게 밝고 희망찬 에너지를 던져주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찾아가는 연주회 <봄을 부르는 미술관> 공연에서 시민들이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찾아가는 연주회 <봄을 부르는 미술관> 공연에서 시민들이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브람스 - 대학축전 서곡(Akademische Festouverture)

완벽주의자적 성향을 지닌 브람스는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그 중 각각 4개의 교향곡과 협주곡을 포함한 관현악곡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브람스는 총 2개의 연주회용 서곡을 남기고 있는데 하나는 <비극적 서곡(Tragische Ouverture)>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 축전서곡(Akademische Festouverture)>이다. 두 작품 모두 그의 나이 46세인 1880년에 쓰여졌으며 서로 다른 성격의 작품이다. 

대학축전 서곡은 브람스가 폴란드의 브레슬라우 대학 철학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고 이에 감사하는 의미로 작곡되었다. 사실 브람스는 캠브리지 대학에서도 박사학위 수여를 요청 받았으나 형식적인 수여식과 영국에 대해 큰 호감을 갖지 못하여 거절한 바 있다. 

하지만 브레슬라우 대학의 요청은 받아들여 학위를 받기로 하였고 답례로 음표를 그려 보내주었는데 이에 대학 측에서 더 큰 반응의 표시로 관현악작품을 의뢰한 것이다. 

대학 축전서곡은 전체 4개의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가 20대에 독일 괴팅겐에서 대학시절을 보낼 무렵 익힌 4곡의 학생노래를 주제에 엮어서 작곡 되었다. 

제1곡은 <우리들은 훌륭한 학사를 세웠다>, 두번째 곡은 <국가의 아버지>, 세번째는 <신입생의 노래> 마지막은 <기쁨의 노래>로 이루어져있다. 

브람스는 곡이 완성되자 4성부의 피아노 곡으로 편곡하여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스승의 아내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하였다. 작품의 초연은 완성된 이듬해 1881년 브람스가 직접 브레슬라우 대학을 방문하여 같은 해 작곡된 그의 <비극적 서곡>과 함께 연주 되었다.

◆ 헨델 -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Suite HWV 351)

1740년부터 8년동안 유럽의 강대국들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 왕위계승 문제로 전쟁을 치렀다. 마침내 아헨조약으로 전쟁이 종결되자 영국의 조지2세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런던 그린파크에 대규모 불꽃놀이를 계획하였다. 

그리고 헨델에게 화려한 불꽃축제에 어울리는 당시로는 대편성의 곡을 작곡하게 하였는데 바로 이렇게 탄생한 음악이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Music for the Royal Fireworks)> 모음곡집이다.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은 전체 5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맨 처음 서곡을 제외하면 나머지 악장들의 길이는 짧은 편이다. 

야외무대를 생각하며 작곡되었기 때문에 대규모 편성으로 연주되며, 1곡은 <서곡(Overture)>이며 두 번째 곡은 프랑스의 빠른 춤곡인 <부레(Bourree), 세번째는 시칠리아 섬의 무곡 <Largo alla Siciliana>, 네번째 <알레그로(Allegro)>, 마지막은 3박자의 춤곡 <미뉴에트(Minuet)>로 구성되었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밝고 신나며 바로크시대 관악기의 웅장함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날 축제는 첫 곡을 연주하고 101발의 캐논포가 울려 퍼진 뒤 불꽃놀이가 예정되었으나 그만 불꽃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하는 소동이 있었다. 

하지만 작품은 성공적이었으며 헨델은 이후 현악기를 좀더 추가하는 수정을 하였고, 개정된 작품은 그 해 5월 런던의 자선음악회에서 공개되었다. 

이 작품이 초연되고 3년뒤에 헨델은 눈 수술의 여파로 장님이 되어 더 이상 작곡활동을 하지 못하였으니 왕국의 불꽃놀이 모음곡은 그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음악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 엘가 - 위풍당당 행진곡 1번(Pomp and Circumstances. 1)

영국의 대표적인 음악축제 <더 프롬스(The Proms)>는 공영방송사인 BBC가 주최가 되어 매년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축제이다.

두 달 동안 열리는 음악축제의 메인 공연장은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 알버트공에게 헌사한 런던도심의 로열 알버트홀로 돔 형태의 지붕과 5000석이 넘는 좌석과 규모를 자랑한다. 

전 세계에 중계되는 더 프롬스의 마지막 공연은 <더 프롬스의 마지막 밤(The Last Night of the Proms)>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데 전통적으로 항상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 1번이 연주된다. 

이 작품을 들으며 영국인들은 벅차 오르는 감정을 느끼며 따라 부르기도 하고 앙코르를 요청하기도 한다. 

영국인들에게 두 번째 국가와도 같은 이 작품은 사실 가사가 원래부터 있었던 곡이 아니고 주제 멜로디에 고취된 에드워드7세가 곡에 가사를 붙이라고 지시하면서 <희망과 영광의 나라>라는 제목을 갖게 되었다.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는 1901년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을 위해 6개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작곡했는데, 그 중 1번이 가장 사랑 받는 곡 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어 제목으로 위풍당당으로 불리는 <Pomp and Circumstances>은 직역하면 ‘화려한 의식’이라는 뜻이지만 이 용어 자체는 문학에서 가져왔다. 

바로 영국이 자랑하는 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오델로>의 3막 3장 중 “영광스러운 전쟁의 자부심과 위풍당당함과 화려한 의식(Pomp and Circumstances)과도 작별이다”를 인용한 것이다. 

위풍당당행진곡 1번은 프롬스 콘서트에서 매년 공식적으로 연주되지만 이외 각종 시상식과 졸업식, 귀빈의 연회 등 축하와 환영을 뜻하는 자리에서 자주 연주되고 있다. 

엘가는 이 작품 이후 공로훈장과 빅토리아 훈장 등을 받았으며, 영국의 명예로운 음악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 베르디 - Aida 中 <Grand March(개선행진곡)> 

주세페 베르디는 푸치니 이전 이탈리아 오페라의 영광을 이끈 인물로 오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다. 

그의 역작 오페라 <아이다>는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이집트 국왕의 의뢰를 받아 작곡되었다. 이전 베르디의 작품들과는 스케일과 스토리에서 훨씬 규모가 커진 작품으로 초연은 이집트 카이로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오페라 <아이다>는 프랑스의 이집트 연구가인 오귀스트 마리에트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졌으며 고대 이집트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이디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다. 

당시 베르디가 직접 이집트 카이로에 와서 지휘해줄 것을 부탁 받았지만 배로 이동하는 것을 꺼려한 베르디 때문에 카이로에 있던 베이스주자가 대신 초연을 맡아 지휘했다.

베르디 본인은 이듬해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처음 지휘했으며 이 또한 엄청난 성공으로 그의 또 다른 흥행작 <돈 카를로>의 4배가 넘는 수익을 안겨주었다. 

전체 4막 7장으로 이루어진 오페라 <아이다>는 특히 2막 2장에 등장하는 개선행진곡(Grand March 또는 Triumphal March로 불림)으로 유명하다. 

전체 오페라를 관통하는 이 유명한 멜로디의 행진곡을 듣고 나면 이어지는 곡에서는 긴장감이 떨어질 정도로 임팩트가 강한 곡이라 할 수 있다. 

이 곡을 연주할 때 베르디는 1미터가 넘는 6개의 아이다 트럼펫을 사용하도록 하였는데 곡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공연 계약조항에 반드시 포함시켰다고 한다.

배르디는 오페라를 위한 악기를 찾던 중 루브르에 소장되어있는 벽화에서 기다란 관을 가진 악기를 보았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아이다 트럼펫을 공연에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베르디 사후 투탕카멘의 무덤 등 유적에서 발굴된 악기들은 50cm 내외의 비교적 짧은 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멋진 금관의 연주가 일품인 개선행진곡은 올림픽 등 국가적 업적을 이룬 인물의 환영, 필리핀이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졸업식 등에 쓰이고 있다.

☞ 음반추천

브람스의 <대학 축전서곡>은 리카르도 샤이(Riccardo Chailly)와 게반트 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음반이 에너지 넘친다. 올드 레코딩으로 부르노 발터(Bruno Walter)와 콜럼비아 오케스트라의 연주,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과 빈 필하모닉의 연주 또한 선호한다.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음반은 네빌 마리너 경(Sir Neville Marriner)의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와 오르페우스 챔버오케스트라(Orpheus Chamber Orchestra)의 연주를 추천 드린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은 존 바르비롤리 경(Sir John Barbirolli)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그리고 BBC교향악단의 연주가 유명하다. 다른 영국 교향악단들 연주 또한 훌륭하다.

오페라 <아이다>는 무티(Riccardo Muti)와 뉴필하모니아,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과 메트로폴리탄의 연주를 추천하겠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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