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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파괴를 일삼는 인더스트리얼 록의 생존자이자 구원자

[장르의 개척자들]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2024.03.29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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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폭력적인 기계 노이즈로 산업화가 불러온 음울한 회색의 풍경을 구현해낸 음악을 소위 ‘인더스트리얼 뮤직’이라 칭했다. 

카바레 볼테르, 아인스튀어첸데 노이바우텐 등의 위대한 선구자들은 온갖 기계음을 음악화해내는 데에 성공했고 고독하면서 파괴적인 소리들로 앨범을 채웠다. 

이후 미니스트리, KMFDM을 포함한 몇몇 밴드들이 인더스트리얼에 록/메탈의 요소를 결합시키면서 인더스트리얼 록이 완성된다. 

이는 보다 거칠고 타협이 없으며 격렬한 색깔을 지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메탈 팬들이 대거 유입됐다. 그리고 이 지하에 음습하게 자리잡고 있던 장르는 ‘나인 인치 네일스’로 인해 주류로 대대적으로 급부상한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출신의 트렌트 레즈너가 중심에 있는 나인 인치 네일스는 혼돈과 파괴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한편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선율 또한 섞어내면서 어디에도 없는 소리들의 조합으로 각광받았다. 

나인 인치 네일스가 활동을 시작했던 80년대 후반의 경우 보통 기계나 신시사이저에 의해 프로그램 된 소리는 딱딱하고 감정이 없는 듯 여겨졌지만 트렌트 레즈너가 손을 대는 순간 그 기계소리들은 압도적인 생동감을 얻게 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리들은 밴드의 리더 ‘트렌트 레즈너’의 다양한 감정과 직결되어 있고 이는 청취자의 심장에 직접적으로 파고들었다.

2018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출연한 나인 인치 네일스. (사진=인천펜타포트 음악축제 누리집)
2018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출연한 나인 인치 네일스. (사진=인천펜타포트 음악축제 누리집)

두 번에 걸친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 멀티 플래티넘 앨범 3개를 갖춘 나인 인치 네일스는 어둡고 친밀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종말론적인 비전을 그려내며 두터운 팬 층을 쌓아갔다. 

미니스트리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디페쉬 모드, 게리 뉴먼과 같은 뉴 웨이브의 영향이 다분했던 나인 인치 네일스는 1989년 데뷔 앨범 <Pretty Hate Machine>으로 첫 등장한다. 

참신하고 정밀한 사운드를 지닌 앨범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약 2년에 걸쳐 빌보드 차트에 머물면서 결과적으로는 1백만장이 넘는 세일즈를 기록했다. 이후 대형 페스티벌과 건즈 앤 로지즈의 투어에 함께 하면서 서서히 그 규모를 키워갔다.

1992년 내놓은 <Broken> EP는 흔들리지 않는 음향 공세를 바탕으로 듣는 이들을 위협했다. 특히 ‘Wish’ 같은 곡의 경우 “마치 컴퓨터가 모터헤드의 ‘Ace of Spades’를 연주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평가를 얻었고 결국 곡은 1993년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메탈 노래 부문을 수상하게 된다. 

이후에는 <Broken>의 리믹스 앨범 <Fixed>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후에 정규 앨범 바로 다음에 리믹스 앨범을 내는 것이 나인 인치 네일스의 어떤 전통이 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4년 3월, 인더스트리얼 록은 나인 인치 네일스의 걸작 <The Downward Spiral>로 인해 완벽하게 정의됐다. 

이전 작 <Broken>이 외부로 향한 공격성이 두드러졌다면 <The Downward Spiral>은 자신의 내면을 향한 공격성을 작품으로 승화시켜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었다. 

불길한 기계음과 위압적인 비트, 신경질적인 전자음과 디스토션 걸린 기타 사이 트렌트 레즈너는 목이 부서지기 직전까지 고통스러운 절규와 온화한 체념을 섞어냈다. 겉으로는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양극단의 요소가 서로 엉켜져 하나의 비범한 유기체로써 완성됐다.

특히 후에 조니 캐쉬가 커버해서 다시금 인기를 얻은 ‘Hurt’의 경우 트렌트 레즈너의 작곡가로서의 정점을 보여준다. 그가 이 곡에서 표현해낸 가혹함과 아름다움 사이의 훌륭한 균형은 나인 인치 네일스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방향이기도 하다. 

2CD 분량의 야심을 보여줬던 <The Fragile>, 보다 밀도 있는 악몽을 선사하고 있는 <With Teeth>, 그리고 여전히 음산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Year Zero>와 ‘Ghosts’ 연작 시리즈 등을 꾸준히 공개했다. 

<Ghosts IV> 중 ‘34’의 경우 릴 나스 엑스의 히트곡 ‘Old Town Road’에 샘플링되면서 뒤늦게 화제를 모았다. 2007년도에는 첫 내한공연을 가졌는데, 공연 도중 화면 뒤에 블루스크린 오류가 뜬 것이 화제가 되어 사진이 돌기도 했다.

나인 인치 네일스는 2009년 2월 공식 홈페이지에서 잡혀 있는 투어 일정을 마지막으로 밴드의 활동을 종료할 것을 발표했다. 

투어 이후에는 그간 사용해온 수백개의 장비들을 모두 경매 사이트에서 판매하면서 팬들을 아쉽게 했다. 하지만 4년 후인 2013년 나인 인치 네일스의 활동이 재개되고 5년 만의 새 앨범 <Hesitation Marks>를 공개하면서 돌아오게 된다. 

트렌트 레즈너는 영화음악 작업 또한 성공적으로 진행해왔다. 90년대 스테디 셀러 사운드트랙이었던 <올리버 스톤의 킬러>와 <로스트 하이웨이>를 작업했던 그는 2000년대 이후부터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아티쿠스 로스와 좀 더 본격적으로 영화음악 작업에 돌입한다. 

특히 데이빗 핀처 감독과의 작업이 많은 편인데, <세븐>에 나인 인치 네일스의 ‘Closer’가 딱 한 소절 삽입된 이후 <소셜 네트워크>와 <나를 찾아줘>, <맹크>, <킬러> 등을 다뤄왔다. 

결국 <소셜 네트워크>와 애니메이션 <소울>을 통해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하면서 트렌트 레즈너의 영화음악 작업들이 본격적으로 인정받는다. 

트렌트 레즈너는 파괴적인 음악과는 달리 영리한 행보를 이어 나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신의 앨범에 닥터 드레부터 애드리언 벨류, 피노 팔라디노 등을 참여시킨 것을 보면 확실히 어떤 감각 같은 것이 감지된다. 

실제로 디지털 음원 시장의 미래를 일찌감치 내다봤던 그는 비츠 뮤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비츠가 애플에 인수되면서 졸지에 애플의 경영진이 되기도 한다. 물론 지금은 회사를 그만 두면서 음악에만 집중하고 있다. 

트렌트 레즈너, 그리고 그의 나인 인치 네일스는 인더스트리얼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매회 진취적인 실험을 통해 구축해낸 동시에 상업적으로도 성공적인 음악적 성과를 완수해냈다. 

나인 인치 네일스의 디스코그라피 역사는 신시사이저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 

80년대 후반 일부 부유한 이들이나 기술자들 만이 점유하고 있던 컴퓨터는 시간이 흘러 디지털화되어가는 세상에 널리 보급되어갔고 나인 인치 네일스의 기계음들 또한 자연스럽게 친숙한 것이 됐다. 

나인 인치 네일스는 인더스트리얼 록이라는 장르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런 용어의 틀 자체가 트렌트 레즈너의 음악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결국 그런 업적들이 본격적으로 다뤄지면서 2020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

작업물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나인 인치 네일스는 너바나와는 다른 의미로 90년대 병을 앓고 있는 미국의 시대적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복적인 기계음, 희망이 없고 적의와 고통으로 가득 찬 어둠의 소리로 구성된 그의 앨범들이 대량으로 팔려 나가는 것은 정말로 그 시대가 그랬던 것이라 거나 혹은 트렌트 레즈너가 그만큼 정교하게 두루 작동하는 결과물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끔 한다. 

구조를 쌓아 올려내며 구축하는 미학과 철저히 파괴하는 미학을 동시에 양립시킨 나인 인치 네일스의 음악에는 가끔씩 너무도 인간적인 갈망 같은 것이 엿보이곤 한다. 

이처럼 모순으로 점철된 이 음악들은 기이한 방식으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연약한 인간문명의 표피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댄다. 

☞ 추천 음반

◆ The Downward Spiral (1994 / Nothing, Interscope)

90년대 미국 음악 씬 전반을 대표하는 걸작. 빌보드 앨범 차트 첫 등장 2위에 랭크 됐고 이 앨범의 후폭풍으로 인해 1997년 타임지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25명의 미국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그가 근근이 버텨내고 있던 정신의 무게, 그리고 엄청난 에너지를 동시에 체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수록 곡들은 만들어진 어둠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린 어둠의 결과물에 다름 아니었다.

◆ Broken (1992 / Nothing, TVT, Interscope)

나인 인치 네일스의 긴 경력 중 가장 격렬함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디지털과 메탈 사운드의 가장 이상적인 균형을 보여준다. 

CD를 플레이어에 넣으면 트랙이 99번까지 잡히는데, 98번과 99번 트랙에는 각각 아담 앤더 앤츠와 피그페이스의 커버 곡이 보너스로 수록되어 있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 On the Pulse >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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