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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한곳에서 만난다

[공직 단상] 공직 업무의 꽃 ‘민원응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믿음

2024.10.15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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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한곳에서 만난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필요로 인해 행정기관을 방문한다. 원하는 바를 이야기는 민원인들과 그 민원을 귀담아듣다 최선을 다해 응대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익숙한 관공서의 풍경이다. 일회적인 민원도, 오랜 시간을 들여 처리해야 하는 민원도 서로 상생하며 살기 좋은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다.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러 들어갈 때, 큰 부담을 느끼고 입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민원을 신청하러 관공서에 입장할 때면 왠지 모를 어색함이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공무원인 나조차도 민원인의 입장이 되어 다른 부서, 다른 기관을 찾아갈 때면 분명한 용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의 예민한 미어캣이 되어 불안한 시선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조용한 사무실에 이유 모를 적막과 긴장감이 맴돈다. 

누군가 친절한 목소리로 어떻게 오셨냐며 물어보면 그제야 용건을 말하고 안내를 받는다.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민원’은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행정행위를 요구하는 일이다.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말이지만 사실 행정기관은 가까운 곳 어디에나 있으며 우리가 행정기관에 요구하는 행위는 실생활과 깊이 맞닿아 있다. 

광주의 한 관공서에서 민원인들을 응대하는 공무원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광주의 한 관공서에서 민원인들을 응대하는 공무원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당장 은행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로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할 때가 있고,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거래하기 위해 인감증명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아직 임용된 지 고작 6년밖에 되지 않은 피라미 공무원이지만 민원이 규모가 크든 작든 내용이 단순하든 복잡하든 민원이 우리의 삶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이어가고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공무원에게도 민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지만, 행정기관을 찾는 민원인에게도 민원은 삶과 떨어뜨려 놓을 수 없는 일상적인 일일 것이다.

민원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복잡다단한 분류를 떠나서 생각해 보자. 우리는 아프면 병원을 찾고,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생필품을 사러 마트에 간다. 행정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에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따금 꼭 필요하고, 한 번은 들렀던 곳이 바로 관공서이다. 그리고 그 현장의 중심에 공무원이 있다. 

6년 전, 부푼 마음으로 처음 동 행정복지센터에 발령을 받던 날, 내게 주어진 일이 사회복지 민원 업무임을 알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와 복지 법령에 대한 숙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민원을 받기란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행정복지센터를 찾아오는 민원인께 정확하고 친절하게 제도에 대해 설명해야 했고, 공정하고 절차에 맞게 민원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건 민원인과 공무원 사이에 존재하는 필연적인 약속이었다. 

혹시나 나의 실수로 받아야 할 혜택을 놓치고 있는 민원인은 없는지, 쌀쌀해지는 날씨에 경로당 난방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내가 민원인께 불필요한 서류를 요청해 불편을 드리진 않았는지 돌아보고 생각하고 연구해야 했다.

신규 공무원의 가상한 노력이 전해졌는지 그다음 해 초입에 자주 오셨던 민원인께 연하장을 받았다. 지적장애인인 딸과 단둘이 살며 기초생계급여를 받고 계신 어르신이었다. 우리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안부 연락으로 점차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아 가고 계셨기에 더 많이 기억에 남아 있다. 

우리 동 행정복지센터의 지속적인 연락과 사례관리를 받고 계시던 민원인께서 손으로 직접 써 보내주신 연하장. 지금도 처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때 꺼내보곤 한다.
우리 동 행정복지센터의 지속적인 연락과 사례관리를 받고 계시던 민원인께서 손으로 직접 써 보내주신 연하장. 지금도 처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때 꺼내보곤 한다.

우체국 마크가 찍힌 봉투 안에 든 엽서 한 장.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 가득한 새해 되세요’라는 고작 두 줄의 인사 글만이 적혀 있었지만 카드를 전달받을 때의 감동을 무엇이라 설명할 길이 없다.

지금도 처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때 종종 그 카드를 읽어보고 만져본다. 많은 것을 알진 못했지만 많은 것을 해내고 싶었던 그때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한곳에서 만난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필요로 인해 행정기관을 방문한다. 원하는 바를 이야기는 민원인들과 그 민원을 귀담아듣다 최선을 다해 응대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익숙한 관공서의 풍경이다. 일회적인 민원도, 오랜 시간을 들여 처리해야 하는 민원도 서로 상생하며 살기 좋은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다. 

그 모습을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 보면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공익 광고 속 문구가 낯설지 않다. 어색하게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더 이상 행정기관이 딱딱하고 경직된 곳으로만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윤서

◆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충주시에서 민원담당으로 일하며 겪은 일상을 수필로 쓴 글이 등단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공직 업무의 꽃인 민원 업무로 만난 수많은 일화들이 매일 성장통이자 글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가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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