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은 우리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건강한 일상생활을 위한 주의사항과 처방을 제공한다. 키와 몸무게, 혈액 상태는 물론이고 엑스레이와 초음파 등을 통한 내장기관 상태까지 확인한다. 각 연령대의 건강함에 대한 기준은 상이하겠으나, 종합결과를 받아들일 때는 어느 정도 나의 현 상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건강검진을 받는 것은 나와 마주 서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나와 마주 서는 용기가 있어야 나의 현 상태를 알 수 있으며, 건강함의 기준에 벗어나는 부분을 개선하고 건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어디서 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올해 초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법’에는 고령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문이 신설되었다. 신설된 ‘노인복지법’ 제4조의3은 고령친화도시를 노인이 지역정책에 적극 참여하며 노인의 역량 강화, 돌봄과 안전, 건강하고 활력있는 노후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으로 정의하였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시·도 또는 시·군·구를 고령친화도시로 지정·지원할 수 있으며 그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관련하여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은 지역의 고령친화도 진단을 통한 고령친화도시 조성 등의 근거 마련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담당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국가는 일정 기준에 따라 지역의 고령친화도를 점검하여 이에 근거하는 고령친화도시 지정을 결정하며, 지역은 고령친화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통해 국가의 고령친화도시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 것이다.
고령친화도시의 개념은 세계보건기구(WHO)의 2007년 ‘고령친화도시 조성 가이드(Age-friendly Cities & Communities: A Guide)’를 통해 제시되었다. ‘정책, 서비스, 도시구조를 통해 60세 이상 고령자를 가족, 지역사회, 경제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전 생애에 걸쳐 활기차게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도시’를 고령친화도시로 규정한 해당 가이드는 고령친화도시를 구성하는 8대 요소로 외부공간·시설, 교통, 주거, 사회활동, 사회통합, 인적자원 활용, 의사소통, 의료·돌봄을 제시하였다. 지역의 물리·사회·서비스 환경에 대한 고령자의 이용 접근성, 안전성, 편리성 높은 도시가 고령친화도시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가이드와 함께 ‘고령친화도 진단 가이드(Measuring the Age-friendliness of Cities: A Guide to Using Core Indicators)’도 제시하였다. 해당 진단 가이드는 고령친화도 진단에 기반하는 고령친화도시 조성 노력과 진단 결과를 통한 고령친화도시 조성 노력과 모니터링의 필요를 강조한다. 건강검진을 통해 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개선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을 진단받아 건강한 일상생활을 누리도록 하는 것과 같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 지역들이 고령친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부족한 상황을 진단받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지역은 고령친화도 진단과 고령친화도시로 지정되는 것에 대해 일종의 낙인효과를 우려하며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의 지역이 고령친화도시가 되는 것이 곧 노인들이 주를 이루며 늙고 낙후된 도시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지역이 발전할 여지가 있으며 소위 젊은 인구와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도시와 지역으로 변모할 수 있는 이미지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2025년 고령인구 비율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가 되며, 올해 출생한 아이가 40대 중반이 되는 2070년 총 인구의 약 45%가 65세 이상 고령자인 상황을 추계하였다. 지역의 주요 구성원이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고령친화도시와 지역사회로 변모할 준비를 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와 ‘노인복지법’이 말하는 고령친화도시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고령친화도시란 낙후된 지역에서 어쩔 수 없이 노인끼리만 모여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인으로서 건강하고 활기차게 지역사회에 참여하며 돌봄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노년생활이 가능한 지역을 의미한다.
다만, 특정 지역이 고령친화도시로 지정된다는 것이 곧바로 노인으로서 살아가기 좋은 지역이 된다는 뜻은 아니며, 그러한 지역사회가 되기 위한 정책과 노력이 집중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건강검진을 받아야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있고 건강한 생활로 나아갈 수 있듯이 지역은 고령친화도 진단과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주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큰 병 키우기 전에 지역사회는 고령친화도 진단을 수행하고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부문별 개선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가는 고령친화도 진단의 내용과 체계를 마련하고 지역 사업과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국가와 지역이 함께 나이 들어가는 초고령사회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친화 공동체마을 등에 대한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