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해 길을 걸어야 한다면 얼마만큼 걸을 수 있을까?
필자의 첫째가 8살일 때 10km를 함께 걷기 위해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런데 2km가 남은 시점에서 아이가 배탈이 나 아이를 안고 조심스럽게 이동하며 남은 구간을 완주했다. 20kg이 넘는 아이를 안고 2km를 흔들림 없이 조심스럽게 걸어간다는 것은 필자에게는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740km를 걷고 있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 인해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바로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이라는 희귀질환에 걸인 자녀 사랑이(3)를 위해 740km 국토대장정에 나선 아버지 전요셉 목사다.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은 1968년에 G.B.A. Duchenne에 의해 최초로 기술된 유전성 질환이다. 그중에서도 사랑이는 5000만 명 중에 1명 정도로 나타나는 여아 희귀병이다.
전요셉 목사는 병명을 알고 1년 넘게 사랑이의 치료법을 알기 위해 국내와 해외 모든 자료와 논문 등을 뒤져보고 같은 환우의 부모 뿐 아니라 저명한 박사들과 의사들에게 자문을 받으며 치료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치료비였다.
무려 “46억 원”.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도저히 부담하기 어려운 고액의 치료비는 사랑이 가족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러던 그때 실낱같은 희망의 소식이 전해졌다.
칠레에 사랑이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들 토마스(5)를 위해 어머니 카밀라 고메스(32)가 제주도 5바퀴를 도는 것과 같은 1300km를 걸으며 모금 활동을 하였는데 우리 돈 53억 원 모금에 성공하며 미국 희소 질환 치료 전문 의료기관으로 치료를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전 목사는 이 소식을 듣고 2주 만에 국토 대장정 준비를 마친 후 사랑이를 위한 46만 명 1만 원 챌린지 740km 여정을 부산 광안리에서부터 시작했다.
전 목사의 다리는 교통사고로 4번의 수술을 한 적이 있는 만큼 일반인에 비해 온전하지 않지만 사랑이를 위해 아픈 다리를 이끌고 수원까지 도착했다. 수원까지 도착하는 동안 무수한 일들과 시민들이 함께했다. 처음부터 관심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누추한 차림으로 식사를 하러 들어갔다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사랑이의 사연에 감동한 시민들이 모여 26일 기준 12만 명의 시민들이 전 목사의 도전에 동참했다. 29일 광화문 도착을 마지막으로 국토대장정은 마무리된다고 한다.
사랑이 아버지는 어떻게 이런 추진력과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사랑이를 향한 아버지의 진정성 때문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 들을 묵묵히 해내 가며 기적을 만들어 가는 동안 우리 사회는 사랑이 아버지의 진정한 사랑을 느끼며 함께 사랑이의 완치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행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양육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생명을 책임지는 부모의 역할을 배우면서도 제대로 된 어른으로서 성장을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수많은 연구에 의한 ‘아버지의 양육 참여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자료는 많지만 ‘아이가 아버지의 성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랑이의 사례만 보더라도 아빠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허나 사랑이의 경우는 특수한 경우라고 이야기한다면 우리 사회 이웃들의 사례들도 참고해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운영하는 “100인의 아빠단” 이라는 전국 유일 아빠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재홍 멘토는 회사에 다니며 아이를 통해 동기부여를 받아 좋은 성과로 이어진 사례에 대해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조직에 피해가 없도록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고 낭비하는 일이 없게 자기관리를 더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 회사 총무 파트 행사 담당으로서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빠를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부서장을 설득해 직원 가족 초청행사를 올해 처음으로 개최하여 회사 가족들로부터 좋은 반응과 가족 친화 분위기의 회사 이미지를 부각시킨 값진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양육 중인 서울시 100인의 아빠단 배영 단장은 ‘회사 이외의 아이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킨 결과물이 있다면 어떤 동기부여를 받아 결과로 이어졌는가?’라는 질문에 ‘만 4세 첫째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와 공감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만 0세 둘째 아이의 울음 음색을 통해 상대방의 불편함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경청과 공감 능력이 향상되었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자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실패와 성장을 반복하며 아빠로서 아이에게 모범이 되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아이가 아빠와 사회에 미치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은 매우 많다.
아빠는 물론, 엄마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SNS에서 활동하는 한 인플루언서 어머니는 오히려 자녀가 있었기 때문에 육아와 교육에 대해 공부를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두 아이를 양육하며 시간이 부족하고, 외부적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아이의 성장 과정을 촬영하다 재택근무로 할 수 있는 영상 촬영, 편집 기술을 습득하고 온라인 소통의 장단 점을 파악해 수익화하는 성장을 이루었는데 아이가 없었다면 이러한 도전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부모는 아이를 통해 성장하며 성장한 부모는 사회에 좋은 시너지(synergy) 효과를 가지고 온다. 우리는 이제 아빠의 양육 참여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서 한발 짝 더 나아가 “아이가 아빠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에 대한 연구 자료들을 확대하여 부모와 사회를 성장시킨 동기부여의 사례들을 활용해 아이가 부모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 더 큰 성장과 행복을 가져다 주는 사회 존재의 핵심으로 부각시켜 저출생 극복을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본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이자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하며 세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빠육아와 남성육아휴직 인식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