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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우리가 도서관으로 향하는 이유

[공직단상] 사서의 단상, 도서관의 역할이란

2025.03.11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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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의 장소 혹은 '정숙'의 장소를 넘어 도서관을 다시 그려내는 것이 사서의 일은 아닐까? 보이지 않는 장벽을 거두어내기 위해서는 도서 대여를 제외한 도서관에 가기 위한 온갖 핑계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눈 내리는 삼월에
텅 빈 항아리에 눈이 내리고
쌓인 그리움은 비가 된다
허허로움을 차곡차곡 접어
젖은 편지를 쓴다

어둠에 잠긴 세상에
수묵의 그림이 펼쳐진다
눈꽃이 피고 떨어지고
쓰러져 있는 봄을 일으킨다

- 한숙희 詩 '도서관의 러브레터'

언젠가 영재를 대상으로 하는 한 방송국의 프로그램에서 공공도서관을 본 적이 있다.

꽤 오래전 일인 것 같은데도 기억이 온전한 것은 그 내용이 주는 신선함 때문이었다.

아버지만의 공부법을 상세하게 설명해 줬는데, 그 공부법은 다름 아닌 공공도서관과 관계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공공도서관을 찾아 열 차례 넘게 이사를 다녔고 도서관 앞에서 소소한 일상을 보낸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대신 도서관을 즐거운 곳으로 만든다.

도서관 앞에서 아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같이 하거나, 땀을 흘린 후에 도서관에 있는 식당에서 간식을 먹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한 아버지의 공부법에 마음을 빼앗겼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의 이유는 그 프로그램이 방영될 즈음 생겨난 도서관에 대한 인식 변화였다.

과거까지 도서관은 긍정적인 장소였던 것 같다.

무미건조에 가까웠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우리 집 앞에 도서관이 있다면?'은 한 번쯤 고려해 볼 수도 있은 옵션이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이 방영되던 시기에 도서관은 님비(NIMBY)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도서관 이용자 수의 증가가 소음과 교통 체증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썼다.

이 때문에,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는 도서관 건립이 반대되는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 시점에 한 아버지의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그리고 그 종착지가 도서관이라는 점이 사서인 나로서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둘째의 이유는 프로그램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도서관에서 보내는 장면을 보며 이제는 다 커버린 나의 아들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봄을 기다리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전경.(필자 제공)
봄을 기다리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전경.(필자 제공)

두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나는 특근으로 인하여 주말에 자주 도서관으로 출근했다.

남편은 아들들을 데리고 퇴근 시간 1~2 시간 전에 도서관으로 놀러 오곤 했었는데, 보통은 도서관 어귀에서 간단한 운동을 했던 것 같다.

내가 퇴근길에 도서관을 나와 먼저 마주치는 것은 도서관 앞에서 재밌게 놀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이따금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도서관 주위에서 노는 아이들이 괜스레 반가울 때가 있다.

그렇게 세월은 더 흘렀고, 사서들은 더 커져 버린 도서관에 대한 통념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소란'의 장소 혹은 '정숙'의 장소를 넘어 도서관을 다시 그려내는 것이 사서의 일은 아닐까?

2017년에 개봉한 프레더릭 와이즈먼(Frederick Wiseman)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EX LBRIS : The New York Public Library)>는 같은 지점에서 큰 도전을 안겨주었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의 도전은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업무들을 있는 그대로 소개해주었다는 점에 있다.

돌봄 교육, 강연, 예술·전시, 채용·상담, 오락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이 일상과 맞닿아서 가지는 업무들을 소개한다.

안타까운 것은 뉴욕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한국의 공공 도서관들도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이와 같은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쩌면 낡은 이미지를 청산하는 작업이 필요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장벽을 거두어내기 위해서는 도서 대여를 제외한 도서관에 가기 위한 온갖 핑계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소박하지만 참해요
만나보면 좋아질 거예요
자꾸자꾸
빠져들 거예요

비벼서 펼쳐보면
향기에 눈이 부실 거예요
낯설지 않은 미소
행복해질 거예요

그렇게 만나면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요

한가운데에 멈춰요

잠시 가지런히 하고서
다시 가면 돼요

- 한숙희 詩, '이달의 추천도서'


한숙희

◆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국립중앙도서관 국제교류홍보팀 근무, 2021년 공직문학상 시 부문 은상 수상, 같은 해 <시인정신>으로 등단했다. '우리가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출근하는 35 년 차 사서이자 도서관에서의 일상을 시로 구현해내는 시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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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의7. 제104조의7을 위반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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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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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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