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연일 화제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1960~1970년대 어렵게 살던 시절의 여성 서사, 성공 서사가 근간이다.
주연과 조연의 조화, 감칠 맛 나는 대사로 눈길을 끌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라는 제목은 제주도 사투리로 '수고(受苦)를 많이 했다', '고생을 많이 했다'라는 뜻이다.
'수고했수다'가 음운 탈락 등으로 '속앗수다'로 변했다는 설명도 있다.
덩달아 외국어 번역도 주목을 받는다.
이 드라마의 영어 제목은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이다.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줄 때', 혹은 '살다가 귤이 생기면'이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이는 '상황이 어려워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극복하라'라는 뜻인데 미국 철학자 앨버트 허버드가 남긴 명언인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인생이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에서 왔다고 한다.
말인즉슨 당신이 원치 않는 '레몬' 즉 어떤 역경이 오더라도, 적극적으로 임해 이를 '레모네이드' 즉 좋은 기회로 바꾸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드라마의 영어 제목은 여기서 '레몬'을 제주도 특산물인 '귤'로 재치있게 바꾼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귤은 레몬보다는 먹기에 좋은 듯한데, 제작설명회에서 연기자 아이유는 "인생이 떫은 귤을 던지더라도, 그걸로 귤청을 만들어 따뜻한 귤차를 만들어 먹자"라는 뜻으로 풀이해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구글링을 해 보니 연관검색어로 "When life gives you lemons, grab salt & tequila."라는 말도 보인다.
'인생이 당신에게 레몬을 주면, 소금과 테킬라를 잡아라'는 얘기다. 유머러스한 표현이라고 할까.
이 버전은 '힘든 일이 생기면 그냥 즐기면서 넘겨라'는 태도를 말해 주는 듯하다.
테킬라를 마실 때 잔 주둥이에 레몬을 바른 다음 소금을 뿌린 접시에 테킬라를 따라 마시는 것에서 착안한 위트 있는 표현이다. 한술 더뜬다고나 할까.
나아가 이런 말도 있다. "When life gives you lemons, ask for tequila and make it a party!"
'인생이 레몬을 주면, 테킬라를 달라고 해서 파티를 열어라!'
즉 힘든 상황을 유머로 넘기거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라는 얘기다.
테킬라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나라가 있다.
바로 멕시코다. 테킬라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술로, 블루 아가베 선인장의 밑동(피냐)을 증류해 만든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멕시코 이민 120주년이다.
기실 2025년에는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 중 10년 단위의 정주년(整週年)에 해당하는 계기들이 많이 있다.
운요호 사건 150주년(1875)을 필두로, 명성황후 시해130주년(1895), 을사늑약 120주년(1905), 을축년 대홍수 100주년(1925) 등 근대사의 어두운 사건들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광복 80주년(1945)을 비롯해, 6.25 발발 75주년(1950),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1965) 등이 뒤를 잇는다. 대부분 한국 현대사에 획을 긋는 굵직굵직한 일들이다.
여기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1905년의 멕시코 이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120주년이다.
60 갑자(甲子)가 정확히 두 번을 돌았다.
멕시코 이민은 '에네켄 이민'으로 잘 알려진 대로 한인들이 처하고 겪은 인고와 수난의 역정(歷程)이다.
개인적으로 2005년 MBC에서 방송된 '이민 100주년 특집'을 제작한 인연이 있다.
제목도 '에네켄(henequen)'이다.
이 프로그램은 1부 코레아노의 노래, 2부 백년의 유랑, 3부 비바! 메히코레아노 등 3부작으로 구성되었다.

이민으로 보자면 1903년의 하와이 이민이 있었다.
사탕수수 농장의 계약노동자로 시작한 하와이 이민은 간난신고가 없지 않았지만 약 3년간 이민이 계속되는 등 비교적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중 황성신문에 실린 '묵서가(墨西哥, 멕시코를 뜻하는 한자어) 노동자'를 모집하는 '4년 계약. 주택 무료임대, 높은 임금, 질병시 의약 무료'의 광고는 한인들을 미혹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기성 높은 과장광고, 말하자면 '미끼'였다.
하와이 이민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면 멕시코 이민은 마이어스(J. Meyers)라는 이민브로커가 진행한 것이었다.
러일전쟁, 한일의정서 등 격동기에 처해 있던 대한제국은 이를 엄정하게 관리할 줄 몰랐던 것 같다.
광고에 현혹된 백성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고향을 떠났다. 1905년 4월 1033명의 한인들이 영국 상선 일포드호에 몸을 싣고 인천항을 출발했다.
가족 단위가 많았고 퇴역군인, 농부, 소수의 양반계급에 무당, 내시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태평양을 건너 멕시코 서해안 살리나 크루스에 상륙했고 이후 육로로 동해안 베라 크루스로 이동했다.
여기서 다시 배로 멕시코만의 프로그레소항에 도착한 후 기차를 타고 메리다에 도착했다. 한 달이 넘는 대장정이었다.
2005년에 한인 후손들은 100년 전 선조들이 처음 상륙한 살리나 크루스 항구를 답사했는데 당시 우리 해군의 '양만춘함'이 기념 운항을 통해 선상에서 이들을 반기기도 했다.
메리다에 도착한 한인들은 근동에 있는 20여개의 에네켄 농장에 배치되었다.
에네켄은 한때 '애니깽'으로 알려졌던 것으로,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선인장의 일종이다.
테킬라의 원료가 되는 아가베와는 종류가 다르다.
에네켄은 우리말로는 어저귀, 한자말로는 용설란(龍舌蘭)이다.
영어로는 사이잘삼(sisal hemp)으로서 선박용 로프로 쓰이던 식물이다.
해운산업에서 에네껜은 중요한 자원이었고, 유카탄에서는 이를 플랜테이션 작물로 재배하고 있었다.

농장이 있던 곳은 열대기후 지역이다.
한인들은 오전 4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여름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아래에서 에네켄 잎을 잘랐다.
날카로운 가시로 인해 손에서 피가 나기 일쑤였다.
변변한 치료약도 없던 시절이다.
광고와 달리 임금 체불에 임대주택과 식량도 직접 구입해야 했다. 농장에 고용되었으나 사실상 '농노(農奴)'의 처우에 가까웠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인천이민사박물관에 가면 이들의 신산스런 삶을 생생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누구입니까.
한인들은 열악한 환경과 노동에 적응을 해나갔다.
그야말로 "살면 살아진다"(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중에서).
이들은 '고생을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로 학교를 설립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나아가 언젠가의 그날을 위해 무관 양성기관인 숭무학교(崇武學校)를 세워 군인을 양성했다.
십시일반 독립운동자금을 모금해 상해 임시정부에 보내기도 했다.
100주년 특집 제작시 현지에서 이러한 흔적을 답사하면서 숙연한 감정이 들었다.

현재 멕시코에는 에네켄 후손이 3만여 명 정도 살고 있다.
4세, 5세 등 세대가 진행되면서 외모나 언어는 현지화했으나, 한인후손회를 조직해 활동하거나 한류 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기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견인하고 있다.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한인 출신으로 상원의원, 주대법원장, 병원장에 오른 이들을 만난 적도 있다.
멕시코 아시엔다(hacienda 농장)의 임노동자로 출발한 한인들은 120년간의 이민 역사 속에서 그들만의 '성공 서사'를 이루었다.
그러던 사이 조국 대한민국은 멕시코의 5대 교역상대국으로 성장했다.
화학섬유의 발달로 이제 선박용 로프를 위한 에네켄은 더 이상 재배되지 않는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선인장은 '블루 아가베'다.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증류주 테킬라(tequila)의 원료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테킬라의 본고장 멕시코에서 K-브랜드로 도전장을 내민 교포 사업가도 있다고 한다.
이민 1.5세 이종훈 대표가 만든 '카사 피나(Casa Fina)' 브랜드다.
멕시코에 정식 등록된 테킬라 상표라고 한다.
테킬라는 할리스코 등에서 재배한 아가베로 제조한 것만 브랜드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품질관리와 인증이 까다롭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K-테킬라'를 표방하고 나섰다.
마치 멕시코 사람이 한국에 이민을 와서 전통 소주나 막걸리 브랜드를 만든 것과 다름 없다.
한국인이 만든 테킬라가 앞으로 얼마나 현지인과 세계인들을 사로잡을지 주목된다.
그렇다면 "When life gives you lemons, ask for tequila and make it a party."라는 속담은 멕시코 한인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 정길화 동국대학교 한류융합학술원장, 전 한국국제문화교류원장
MBC 교양PD로 '인간시대', 'PD수첩' 등의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다. '중남미 한류 팬덤 연구'로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MBC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거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으로 K-콘텐츠와 한류정책을 연구하면서 '공감 한류' 전파에 기여하고 있다.
- 공공누리 출처표시의 조건에 따라 자유이용이 가능합니다. (텍스트)
-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전부를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뉴스 |
|
---|---|
멀티미디어 |
|
브리핑룸 |
|
정책자료 |
|
정부기관 SNS |
|
※ 브리핑룸 보도자료는 각 부·처·기관으로부터 연계로 자동유입되는 자료로 보도자료에 포함된 연락처로 문의
※ 전문자료와 전자책의 이용은 각 자료를 발간한 해당 부처로 문의
- 제136조(벌칙)
-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개정 2011. 12. 2.>
1.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제93조에 따른 권리는 제외한다)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
2. 제129조의3제1항에 따른 법원의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한 자 -
②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개정 2009. 4. 22., 2011. 6. 30., 2011. 12. 2.>
1.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
2. 제53조 및 제54조(제90조 및 제98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른 등록을 거짓으로 한 자
3. 제93조에 따라 보호되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를 복제ㆍ배포ㆍ방송 또는 전송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
3의2. 제103조의3제4항을 위반한 자
3의3.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제104조의2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한 자
3의4.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제104조의3제1항을 위반한 자. 다만, 과실로 저작권 또는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 침해를 유발 또는 은닉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자는 제외한다.
3의5. 제104조의4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
3의6. 제104조의5를 위반한 자
3의7. 제104조의7을 위반한 자
4. 제124조제1항에 따른 침해행위로 보는 행위를 한 자
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이전다음기사
다음기사평생 현역의 꿈을 실천하려면?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 또는 계정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1. 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