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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공직단상] 소통은 '이해하는 태도'로부터…민원창구가 소통창구가 되기까지

2025.06.13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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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에는 서로의 감정과 생각, 말투, 말의 빠르기, 높낮이, 그리고 표정. 모든 반언어적이고 비언어적인 소통이 함께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그 사이의 틈을 헤아려보며 이제는 말보다 말이 닿을 마음을 먼저 떠올리려 노력한다…아마도 우리는 말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먼저 배워야 할지 모른다.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예전 TV 예능 프로그램에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게임이 있었다. 

한 사람은 소리를 지르고, 다른 한 사람은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낀 채 상대방의 입 모양만 보고 그 말을 유추한다. 

둘다 최선을 다하지만, 웃지 못할 오답이 속출한다. 

요즘 나는 그 게임을 매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민원 창구에 앉아 말을 전하고 있지만, 때때로 그 말은 왜곡되어 전달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말들로 되돌아온다. 

민원인도, 담당공무원인 나도 말하고 있지만 그 말은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 닿지 못하고 흩어졌다.

오늘이 '가족관계등록 신고의 날'이라고 정해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사망신고와 출생신고, 자주 들어오지 않았던 개명신고까지 있었던 날이다. 

가족관계 업무는 팀장님께서 처리하시지만, 사망신고에 따른 민원인의 상속 관련 서류들을 함께 발급해야 했기에 창구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바빴다. 

사망신고를 마친 민원인도 우리 팀 직원들만큼이나 바빠 보였다. 고인의 제적등본, 전제적등본,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등 평소에 뗄 일이 없었던 서류들을 떼야 했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한다.

인감위임장 서식.(필자 제공)
인감위임장 서식.(필자 제공)

민원인은 창구에서 한참 기다리다가 내 앞에 서류 목록이 적힌 종이를 주셨다. 

다른 서류들은 금방 발급해 드릴 수 있었지만, 상속인이 여러 명이었기에 이 자리에 있지 않은 분들의 인감증명서는 위임장 없이는 바로 발급이 어려웠다.

민원인께 인감증명서 위임장 서식을 드리며 이 위임장은 위임자가 자필로 쓰셔야 하며, 추후에 위임자의 신분증과 함께 가져오시면 발급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알겠다고 답한 민원인은 여전히 내가 발급한 서류들을 목록과 대조하며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하느라 바빠 보였다. 그렇게 그 민원이 마무리된 듯했다. 

그런데, 잠시 뒤 민원서식대에서 아까 그 민원인이 인감증명서 위임장을 작성하고 계신 것을 보게 됐다. 아까의 안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민원인의 바쁜 사정은 공감이 가고, 이해가 갔지만 그렇다고 법을 무시할 순 없었다. 

민원인께 위임자의 자필로 작성되어야 하는 서류임을 다시 안내드리며, 이 위임장은 이곳에서 대리인에 의해 작성되었기 때문에 발급해 드릴 수 없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법규에 대해 안내하는 내가 앵무새 같았다. 민원인은 대답 대신 나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긴 한숨과 함께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그 한숨이 방금 전의 상황을 한참 생각나게 했다. 

같은 공간에 있었고, 같은 상황 안에 있었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달랐던 날이었다.

그때 일 말고도 민원인과 담당공무원인 나의 소통에는 오류가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내가 설명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인지 생각하며 자책했었다. 

그러다 문득 민원인과 공무원 사이의 소통에는 '말'도 중요하지만, 말 이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민원인은 급할 때, 필요한 서류가 있을 때, 도움을 원할 때 관공서에 방문한다. 

그런데 떼야 할 서류들은 생소한 것들이다 보니 담당 공무원의 도움과 친절한 안내를 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땠는지 생각하게 된다. 똑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말이 빨랐을 수도, 장황했을 수도 있다. 소통에는 서로의 감정과 생각, 말투, 말의 빠르기, 높낮이, 그리고 표정. 모든 반언어적이고 비언어적인 소통이 함께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인과 소통하는 민원 창구.(필자 제공)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인과 소통하는 민원 창구.(필자 제공)

그 사이의 틈을 헤아려보며 이제는 말보다 말이 닿을 마음을 먼저 떠올리려 노력한다. 

나도 실수를 할 수 있고, 민원인도 지쳐 있었을지 모른다. 

무엇이 우리에게 헤드폰을 씌웠나. 

고민하고 따지기엔 창구의 하루가 바삐 흘러간다. 

아마도 우리는 말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먼저 배워야 할지 모른다.

김윤서

◆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충주시에서 민원담당으로 일하며 겪은 일상을 수필로 쓴 글이 등단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공직 업무의 꽃인 '민원 업무'로 만난 수많은 일화들이 매일 성장통이자 글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가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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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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