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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

한류의 미래를 위한 재원, 한류펀드가 필요하다

2026.01.22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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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것은 '한류'라는 과실이 다시 씨앗이 되도록 만드는 제도적 상상력이다. 이에 한류창의산업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얻은 수혜를 환류하는 제도를 마련해서 '한류펀드'를 형성하고, 이것을 한류창의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지난 칼럼에서 한류창의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구조적인 위기에 대해 분석하며, 이제는 정부지원과 같은 외적 수혈이 아니라 시스템 내에서 선순환이 가능한 한류의 장기적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한류의 성공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장기적 정책이 필요한 바,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미 모든 산업영역과 문화영역에서 적용되고있는 원칙인 '수혜의 환류' 정책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25 마이케이 페스타'에서 외국인 관광객 등이 한류 팬 사인회를 기다리고 있다. 2025.6.19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25 마이케이 페스타'에서 외국인 관광객 등이 한류 팬 사인회를 기다리고 있다. 2025.6.19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류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의 성과가 아니다. 드라마와 음악을 중심으로 시작된 한국 콘텐츠는 관광, 항공, 플랫폼, 뷰티, 식품 등 광범위한 산업에 파급효과를 만들어 왔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상당수가 K-콘텐츠를 계기로 여행을 결정하고, K-드라마와 K-pop은 한국 화장품과 식품의 글로벌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한류는 이제 국가 브랜드이자 다산업 연쇄 가치사슬의 핵심 자산이다. 다시 말해서 이 유관산업들은 K-드라마와 K-pop의 오늘을 가능케 한 한류창의산업과 이해를 같이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성공이 과연 지속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전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한류의 중심인 콘텐츠 산업은 여전히 제작 편수 감소, 인력 소진, 중소 제작사 붕괴 등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다. 한류로 이익을 얻는 산업은 늘어났지만, 그 이익이 다시 콘텐츠 생산 조건으로 돌아오는 경로는 거의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해서 수혜는 확산되었으나, 재투자는 자발성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환류'라는 정책 개념이 중요해진다. 환류란 성공한 산업의 이익 일부를 다시 그 성공의 원천이 된 영역으로 되돌리는 장치다. 환경 분야의 탄소 비용 내부화나 금융 규제에서 익숙한 개념이지만, 문화산업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고,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적용되고 있다. 

프랑스는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은 영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텔레비전이 자국영화의 방송편성과 프로모션, 제작투자를 하도록 의무화했고, 캐나다와 유럽국가들은 플랫폼의 국내수익 중 일부를 국재에 재투자하도록 의무화했다. 문화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인력, 시간, 창작 환경이라는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공공적 자산이며, 한류의 경우 명백히 한류창의산업의 성공으로부터 수혜를 입은 연관 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넷플릭스 사례는 이 논의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고, 그 결과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위상도 높아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넷플릭스는 이미 한류 드라마로서 명성을 얻고 있던 K 드라마의 명성과 제작 노하우의 덕을 보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기존 한국드라마의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과와 스트리밍 영향력이 없었다면 절대로 이런 투자를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넷플릭스 시스템 속에서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시청자에 도달하는 동시에 제작비 급등, 방송 편성 축소, 즉 드라마 제작의 급격한 감소, IP의 플랫폼 집중이라는 구조 변화가 가속되었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한국내 제작에 투자를 했느냐가 아니라, 그 투자 방식이 산업 전체의 재생산 구조를 강화했느냐는 점이다. 

개별 프로젝트에는 자본이 투입되어 해마다 넷플릭스 한국투자액이 트로피처럼 전시되지만, 인력 양성, 중소 제작사 존속, 장기 IP 축적과 같은 기반 영역에는 충분한 자원이 돌아가지 않았다. 제작비 상승과 제작편수의 감소는 한류창의산업 내 노동자들에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낳았고, 많은 청년들이 산업에서 떠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었다. 청년들이 유입되어 분투할 수 없는 산업의 미래는 없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이미 투자했으니 더 요구할 수 없다"는 주장은 논점을 비켜간다. 정책이 다루어야 할 대상은 기업의 의도가 아니라 그 결과다. 환경 규제가 오염 의도를 묻지 않듯, 문화정책 역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만들어낸 구조적 효과를 교정할 책임을 논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환류 정책은 투자를 처벌하는 장치가 아니라, 투자의 효과를 산업 전체로 확장하기 위한 균형 장치다.

이 원리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한류 수혜 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해 매출을 창출하는 관광 상품, 항공·숙박 패키지, K-뷰티·K-푸드 마케팅, 플랫폼 광고 수익 등은 모두 콘텐츠라는 공통의 원천에 기대고 있다. 

이들 기업이 일정 부분을 콘텐츠 인력, IP 개발, 중소 제작 금융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하거나 선택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 아니라 가치사슬의 재균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은 한류 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밀접하게 이해를 공유하는 운명공동체임을 이해시켜야한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다. 모든 기업에 일률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투자와 기금 출연 중 선택권을 주고, IP 국내 잔존이나 인력 보호에 기여할수록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구조 등 서로 수용가능한 방식이 있을 것이다.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현실적인 해법을 고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류는 우연한 성공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인력과 창작의 축적 위에 형성된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공의 과실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그 과실이 다시 씨앗이 되도록 만드는 제도적 상상력이다. 한류 수혜의 환류를 제도화하는 일은 문화산업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축적한 문화 자산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선택이다. 

한류창의산업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얻은 수혜를 환류하는 제도를 마련해서 '(가칭) 한류펀드'를 형성하고, 이것을 한류창의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홍석경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 연구자로 정진하면서 팬덤 온라인 참여관찰로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방법을 거쳤으나 스스로는 여전히 세상 속 의미의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라고 이해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BTS길 위에서>를 출판했고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문화산업, 한류현상의 이론화를 위해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다년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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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삭제 <2011.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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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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