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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발표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끝날 줄을 모르고, 트럼프 정부는 예측하기 어려워 북미 관계의 앞날을 알 수 없고, 남북 관계의 두꺼운 얼음도 녹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안개가 자욱할수록 나침반이 필요하듯이, 예측이 어려운 정세를 헤쳐 나가려면 정책이 중요하다.
'평화·통일·비핵화·번영' 균형적 접근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미래의 목표와 현실의 과제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한다. 언제나 장기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정책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현재 남북 관계의 시대정신은 평화공존이다. 1971년 남북 적십자 회담 이후 남북 관계는 가다 서다 현상을 되풀이했지만, 지금이 역사적으로 대화 중단 기간이 가장 길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도 국면이 아니라 구조가 변화하는 역사의 변곡점에서 정책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첫째, 평화공존과 통일의 관계다. 목표로서의 통일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당면한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강조했다. 평화공존의 추진 원칙으로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적대행위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래의 통일이 아니라 당면한 평화 정착을 중시하겠다는 뜻이다.
공존의 추구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원칙을 합의하고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한 이후 주요 남북 합의에서 재확인한 바 있다. 북한이 2024년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면서 평화공존의 과제가 중요해졌지만, 체제 인정과 공존의 제도화는 남북 관계에서 오랜 역사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했고, 민간 차원의 대북 전단과 무인기를 단속하면서 적대행위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둘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관계다. 목표로서의 비핵화를 유지하면서, 당면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강조했다. 북한은 핵 보유를 헌법과 당규약에 명시했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 북한 핵 문제가 1990년대 이후 한반도의 외교, 경제, 군사 질서를 규정했다는 점에서, 달라진 현실을 고려하는 새로운 협상의 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평화 체제의 구축과 핵 없는 한반도의 실현 과정이 상호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를 만들어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핵 위협을 완화할 수 있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고, 재래식 분야의 군사적 신뢰 구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평화와 경제 번영의 관계다. 평화라는 땅에서 번영이라는 꽃이 핀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은 남북 공동 번영뿐만 아니라, 동북아 경제협력의 필수 요소다. 올해 1월 초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했던 남·북·중 삼각 협력 방안도 남북 관계 개선과 평화 정착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물론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완화돼야 한다. 제재 완화의 수준은 북미 관계에 달려 있고, 이를 위해서는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적대에서 '공존'으로의 전환을 위한 과제
북한은 무인기 사태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9차 당대회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유지했다. 다만, 9차 당대회에서 대남정책과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4월 미·중 정상회담 계기에 있을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러·우 전쟁의 종전 이후 한반도 질서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판단이다.
남북 관계는 당분간 대화 없는 긴장 완화 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는 먼저 긴장 완화 조치를 하고 북한의 호응을 유도해 왔다. 방송과 전단, 무인기에 대한 조치는 북한의 호응을 끌어냈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 관계 악화 시기에 발언의 공격성에도 불구하고 군사적으로 긴장감을 높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정한 수준까지는 대화가 없어도 긴장 완화 조치를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9·19 군사합의 중에서 서로 호응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를 선도적으로 조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 없는 긴장 완화 단계'에서 '대화 있는 신뢰 구축 단계'로 얼마나 빨리 전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한반도 정세의 특징을 고려하면, 군사적 신뢰 구축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은 북미 관계를 포함해서 주변 정세의 변화에 영향받지만, 군사적 신뢰 구축은 남북 모두 서로 이익이 있고 남북 양자 차원에서 합의할 문제다.
재래식 분야의 군사적 신뢰 구축에서 진도가 나가면 당연히 핵 위협 감소를 포함하는 핵무기의 군사적 신뢰 구축 분야도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남북 관계없이 한반도 평화 정착이 이뤄질 수 없다. 북한이 이러한 한반도 질서의 현실과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평화공존정책
대북정책은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도 국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사회적 대화를 확대하고, 새로운 세대의 참여를 보장하며, 지역별 통일 플러스 센터의 운영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빛나고 있다. 내란을 극복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세계 곳곳에서 혐오와 대결의 정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요한 국가 과제를 두고 얼마든지 의견 차이가 발생한다.
소음이 아니라 화음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반영한다. 평화의 국민적 공감대는 매우 높다. 공존의 공감도 높아지고 있다. 평화공존의 국민적 합의가 높을수록 남북 관계의 얼음도 서서히 녹을 것이다.
◆ 김연철 인제대 교수 / 전 통일부 장관
성균관대에서 북한의 정치경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문재인 정부때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이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전략>(2016), <70년의 대화: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등이 있다.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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