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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

한류가 문화유산이라고?

2026.02.26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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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현상은 하나의 문화적 유산으로, 전승될 가치가 있는 '무엇'으로 인정되었다. 이에 한국인들의 자긍심과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을 박물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절호의 콘텐츠인 한류의 유산화는 이제 우물쭈물할 일이 아니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와 관련된 최근의 가장 큰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중앙박물관의 급격한 위상변화다. 2025년 중앙박물관 방문객 수는 650만을 넘어서며 루브르 박물관과 바티칸 박물관에 이어 영국박물관과 세계 3위를 다투는 박물관이 되었다. 이 기록은 박물관의 소장품을 고려하면 더욱 특별하다. 

세계 최대 박물관들이 식민시대 강대국들이 힘으로 수집한 유물들로 대부분 채워졌다면, 중앙박물관은 기증이나 수집을 통해 소수 외국 유물을 전시하고는 있으나 거의 한국 유물들만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2024년에 비해 1.7배가 증가한 2025년의 폭발적인 기록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성공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이지만, 이전에도 팬데믹 기간의 감소를 제외하고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2024년엔 방문객 378만 명으로 이미 세계 6위의 거대 박물관 위치에 도달해 있었다. 단지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한 편의 영화의 성공이 이룬 결과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한 중앙박물관 방문자들은 절대다수가 한국인들이고, 외국인은 4%에 미치지 못한다. 즉, 한국의 문화적 매력이 세계적으로 어필한다는 한류 현상이 무엇보다 한국인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호기심과 자긍심을 갖도록 했음을 말해준다. 

중앙박물관뿐만 아니라 진주박물관, 부여박물관 등 젊은 학예사들의 새로운 역사접근법이 빛나는 여러 시도들도 그동안 현대사의 굴곡에 침착해 있던 우리의 역사 지평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부의 문화와 외교, 교육 관계자들과 정치인들은 이러한 국민의 시선과 역사 인식 변화를 깊이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 해 동안 한국을 방문한 1900만 명 외국인 관광객도 디지털 한류 콘텐츠 속에서 접한 한국 문화의 아날로그 체험뿐 아니라, 굿즈의 매력을 통해서든 콘텐츠에 끌려서든 박물관과 역사로 관심을 확대해 나가도록 박물관을 준비해야 할 단계다.

주말인 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일 2025년 연간 관람객 수(2025년 12월 31일 기준)가 총 650만 748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6.1.4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주말인 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일 2025년 연간 관람객 수(2025년 12월 31일 기준)가 총 650만 748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6.1.4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한류 콘텐츠가 기존 박물관으로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것뿐 아니라 한류 스스로 박물관 안으로 초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한류 현상이 하나의 문화적 유산으로 인정되어, 기록되고 보존되고 전시될 가치가 있는 무엇,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전승될 가치가 있는 '무엇'으로 인정되었다는 사실이다. 

한류가 전 지구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현상으로 인정된 데에는 한국어와 한글의 힘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동시대 문화 다양성과 보존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는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는 디지털 환경 속 인류의 언어 환경이 대형 언어 중심으로 재편되어 군소언어들이 사라져 가고 문화생태계가 다양성을 잃어가는 것을 경계해 왔다. 

사라져가는 언어를 수집 보관하고 지역어 등 소수어를 학교에서 교육하도록 장려해 왔는데, 한국어야말로 이러한 거대 언어 중심의 환경적 변화를 역주행하며 한국어 사용 인구와 배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중소 언어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어의 역주행은 한류가 추동하고 있기에, 한류의 문화적 하부구조와 작동 방식에 대한 관심도 높다. 

2022년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은 <Hallyu! The Korean Wave>라는 세계 최초 한류 전시를 시작했다. 이 전시는 지금 유럽과 북미의 대도시를 순회하고 있고, 한류에 대한 다른 소소한 전시들도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류의 전시는 그동안 서구 박물관들이 일본의 망가와 애니메이션, 기모노, 중국의 공예물이나 디자인, 디지털 문화 등 동아시아 다른 동시대 문화들을 수집, 전시해 온 데 비해 더욱 복잡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류는 콘텐츠나 특별한 형식, 미디어 상품이 아닌 가치, 정서, 인간관계, 경험이 핵심적 중요성을 띠는 문화현상이기 때문이다. 즉, 문화 생산자가 부여한 가치뿐 아니라 전 지구적 수용과정에서의 재창조와 이해도 이 현상의 일부인 상호 관계적 현상이다. 

또한 케이 뷰티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미적 감수성, 실천과 기준(norms), 그것이 생산하는 매력 및 창출하는 새로운 젠더와 인종에 대한 상상력과 정체성이 중요한 요소다. 이 문화는 무엇보다 디지털 기술을 새롭게 소화해서 세계의 청년들에게 전례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측면에서 세계사의 변방에서 탄생한 21세기 글로벌 컬쳐로서 한류의 문화유산적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류의 유산화를 대한민국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한국인들의 자긍심과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을 박물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절호의 콘텐츠인 한류의 유산화는 이제 우물쭈물할 일이 아니다. 

한류를 가능케 한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문서와 물질 자료를 수집, 보관, 전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텐데, 어느 주체가 어디까지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또한 한류 현상으로서의 케이팝은 어떻게 수집, 보관, 전시할 것인가? 

보관과 전시의 문제를 뒤로하더라도 어떻게 무엇을 수집할 것인가는 그간의 케이팝에 대한 문화연구 전체를 참조해야 하는 일이다. 

케이팝 음원과 뮤직비디오, 방송영상을 수집하는 것으로 족한가? 세계의 청년이 열광하는 케이팝 댄스 실천은 어떻게 수집해야 하나? 글로벌 OTT 등장 전부터 스스로 자막을 달면서 이해하고 수용해 온 한국 드라마 수용 현상은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가? 유명한 한류 드라마들의 디지털 판본을 수집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저작권을 지닌 방송사와 기획사들에게 이러한 공적 활용의 중요성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무엇보다 정부는 한국 역사상 초유의 이 작업에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부여하고 재원을 동원할 것인가? 케이팝 공연장 문제에서 불거졌듯, 정부의 공적 대응이 더 이상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공연장 부족으로 케이팝 행사를 도쿄, 홍콩, 싱가포르에서 해왔듯, 세계인이 한류 전시를 런던과 파리 샌프란시스코에 보러 가도록 두지 말아야 한다.

홍석경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 연구자로 정진하면서 팬덤 온라인 참여관찰로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방법을 거쳤으나 스스로는 여전히 세상 속 의미의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라고 이해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BTS길 위에서>를 출판했고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문화산업, 한류현상의 이론화를 위해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다년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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