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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고기구이 집을 간다. 브라질 특유의 꼬치구이를 파는. 그곳에서 함께 웃고 울고 인생의 시간을 보낸다. 친구를 환영하는 곳도 꼬치구이집, 즉 슈하스카리아이거나 집안 뜰에 마련한 화덕이다. 한국에서 집들이에 밥을 짓거나 삼겹살을 굽듯, 브라질에서는 손님이 오면 슈하스쿠를 준비한다. 주말이면 마당이나 아파트 발코니에 딸린 작은 화덕에 불을 피우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이는 외식 메뉴이기 이전에 가정의 의례에 가깝다. 친구에게 잘 구운 꼬치 한 점을 내미는 마음, 그 행위에 브라질 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한국에 사는 브라질 친구들을 몇 사귈 기회가 있었다. 한번은 강남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이보라는 멋진 친구였다. 브라질식으로 고기를 구워 파는 집이었고 그는 숙련된 요리사 겸 파사도르였다. 파사도르의 의미는 뒤에 쓴다.
"원래는 프로리그 축구선수였어요. 부상으로 그만두었지만요."
기저귀도 떼지 않은 아기 시절부터 공을 찬다는 나라 출신이었다. 조국에서 낮에는 축구를 하고 저녁에는 슈하스카리아에서 고기를 굽고 썰었다. 한국인과 결혼해서 서울에 정착하게 됐다.
"슈하스카리아죠. 제일 그리운 것은 말이죠."
서울에도 슈하스카리아가 여럿 있지만, 브라질만 하겠는가. 게다가 아직 우리나라는 브라질 음식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 나라다.
그가 그 공간을 그리워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겨우(?) 식당이라니.
"브라질 사람에게 슈하스카리아는 그냥 식당이나 고깃집이 아니에요. 뭐랄까, 가장 정겨운 공간입니다. 가족과 친구들과 직장 동료와 데이트의 기억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에요."기념일과 축제와 일상을 그 식당과 함께 한다. 우리가 삼겹살과 돼지갈빗집을 옆에 두듯이, 그들도 그런 공간이 있다.
브라질의 슈하스케리아(Churrascaria)는 단순한 고깃집이 아니다. 드넓은 초원과 소 기르기, 이민의 역사, 공동체 식문화를 압축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관광객에게는 이국적인 레스토랑이지만, 브라질 사람들에게는 승진 턱을 쏘거나 생일, 축구 경기 관람과 가족 모임이 모두 이루어지는 생활문화의 중심이다. 고급 집과 아주 저렴한 대중적인 집이 다 있어서 형편에 맞게 이용한다. 어떤 경우든 기쁘고 신나는 곳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슈하스쿠는 한국에 소개된 것은 꽤 오래전이다. 다만, 좀 더 본격적인 가게는 요즘 들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기다란 꼬치에 고기를 꽂아 구운 후 웨이터가 손님의 탁자에 와서 직접 썰어주는 서비스가 슈하스카리아의 핵심이다. 그런 웨이터를 파사도르라고 부른다. 날카로운 칼을 놀려 맵시있게 고기를 썰어 서빙하는 기술이 아주 노련하고 빠르다. 우리 고깃집에서도 몇 해 전부터 세련된 동작으로 고기를 썰어주는 직원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생각하면 될 듯하다. 파사도르는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배역'이다. 손님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단골을 관리하고 가게의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역이다. 인기 있는 파사도르를 스카우트하려는 가게들의 눈치 싸움도 심하다고 한다.
그가 슈하스쿠를 구워 내왔다. 소 우둔살을 먼저 썰었다. 지방을 두툼하게 붙인 채 굽는 게 특징이다. 고소한 지방이 붉은 살코기를 단단히 붙들어둔다. 우둔살은 지방이 거의 없어서 자칫 지루한 맛을 줄 수 있는데, 표면에 붙은 지방을 그대로 살려서 잘라 구우면 맛이 아주 좋다. 그가 섬세하게 칼을 들어 고기를 저몄다. 겉은 미디엄웰, 그다음 부위는 미디엄. 천천히 숯불에 굽기 때문에 우둔살인데도 질기지 않았다.
"슈하스쿠를 하는 집이 브라질에는 아주 많죠. 한국의 고깃집만큼 많아요. 제일 인기 있는 부위는 이 우둔살이에요. 아, 브라질 집 근처 잘하는 집에 가서 이 부위를 먹고 싶어지네요."
브라질에는 "일찍 오는 사람이 피카냐를 먹는다"는 말이 있다. 인기 있는 부위란 뜻인데,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먼저 먹이를 먹는다"라는 말처럼 은유로 쓰인다고 한다. 오늘날 브라질은 세계 최대 상업적 소 사육 국가 중 하나다. 브라질 지리통계원(IBGE) 집계에 따르면 최근 소 사육 두수는 2억 3000만 마리를 넘어서며, 이는 브라질 전체 인구를 웃도는 수치다.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종교·문화적 이유로 대부분 도축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식용을 위해 사육되는 소의 규모에서는 브라질이 세계 최대로 꼽힌다. 광대한 목초지와 대규모 목축 산업을 기반으로 중국, 미국, 중동, 동남아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쇠고기를 공급하며 세계 소고기 무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사람들에게 쇠고기는 단순한 수출품이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문화적 상징이다. 슈하스카리아에서는 다양한 직업과 세대의 사람들이 같은 화덕에서 익은 고기를 함께 나눈다. 식사는 서두르지 않는다. 화덕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이어진다. 손님은 원하는 만큼만 받고, 서버는 가장 좋은 익힘 상태의 고기만 잘라 준다. 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식사는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대화와 만남의 시간이 된다.
우둔살, 즉 피카냐(Picanha) 부위 말고도 치맛살도 높이 친다. 갈비로 많이 먹는다. 돼지, 닭도 굽지만, 기본적으로 슈하스쿠는 소고기를 의미한다. 왜 소고기일까. 역사가 있다. 브라질에는 원래 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16세기 포르투갈 식민지 개척자들이 이베리아반도의 소를 들여오면서 브라질의 목축이 시작됐다. 광대한 초원에서 방목된 소들이 빠르게 번식하며 거대한 야생 소 떼가 형성됐고, 이를 몰고 관리하는 목동들이 등장했다. 이들이 바로 가우초다. 즉, 카우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초원을 이동하며 소를 몰았고, 장기간의 유목 생활 중 필요할 때마다 현장에서 소를 도축해 식사를 해결했다. 복잡한 조리도구를 지니고 다닐 수 없는 이동 생활이었기에 가장 단순한 방법이 자연스럽게 선택됐다. 고기를 큰 덩어리째 쇠꼬치나 나뭇가지에 꽂아 숯불 가까이 비스듬히 세워 천천히 익히는 방식이었다. 바비큐와 그릴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브라질은 엄청난 양의 소를 기른다. 값도 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본 기억이 없다. 이보는 웃으며 말했다.
"브라질 사람들이 다 먹어버려서 수출할 고기가 없을 거예요."
가우초의 야성이 살아 있는 슈하스쿠를 이해하면 브라질도 더 가까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 박찬일 셰프
셰프로 오래 일하며 음식 재료와 사람의 이야기에 매달리고 있다. 전국의 노포식당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일을 오래 맡아 왔다.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의 저작물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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