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 정은주 대위(진). 그는 훈련병이 개인특기와 적성에 알맞은 주특기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육군훈련소 정은주(27) 대위(진급예정)는 1주일에 800여 명의 장병을 만난다. 그것도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한 명 한 명 시간을 내어 따로 만난다.

1주일에 100여 명을 보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정 대위의 업무를 보면 이해가 간다. 그의 직책은 특기분류심사대 면담장교.

듣기에도 생소한 면담장교는 징집병을 대상으로 학과·학력·자격과 면허·사회경력 등 개인자력을 바탕으로 입영장정들과 면담을 통해 자력과 관련된 검사실(공병·통신·기갑·항공·화학·수송·행정어학)을 지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육·해·공 전군을 통틀어 유일하게 육군훈련소에서만 볼 수 있는 직책이다.

입영한 장정들이 차례로 줄을 서며 면담실로 들어오면 정 대위는 약 20분간 특기검사절차 소개교육 뒤 전반적인 검사절차와 특기검사 간 유의사항을 설명한다. 이어 입영장정들과 1 대 1 면담을 한다. 입대 전 병무청과 입소대대에서 입력한 전산자력과 입영장정들이 직접 작성해 온 개인자력표를 대조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개인특기와 적성에 맞는 최적의 맞춤형 주특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과나 면허, 자격증 취득 사실이 불분명할 경우에 대비해 사전 준비된 인터넷 PC로 관련기관이나 학교(과)를 직접 조회해 혹시 모를 행정 착오를 방지한다.입영할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은 장정들은 군병원에서 별도로 진료받게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들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개인면담을 하며 군생활에 대한 자신감과 사기를 높여주는 일도 도맡아 한다.

이러다 보니 매주 정 대위가 만나서 면담하는 장정이 1주일에 적어도 600명에서 800명에 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특히 친누나같이 항상 밝은 미소로 입영장정들을 대하다 보니 장정들은 물론, 병사들까지 정 대위의 사무실을 찾아와 고충을 털어놓거나 고민을 상담해 와 어느 순간부터 부대 ‘병영생활상담사’라는 1인 2역의 역할까지 하게 됐다.

심사반장 박정자(30) 대위는 “부대에서는 상냥하고 미소가 아름다워 ‘친절한 정 대위’ 그리고 ‘미소천사’로 불린다”며 “바쁜 일과 중에도 항상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같은 여군으로서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지금도 정 대위의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고 가끔 자대배치받은 병사들로부터 격려전화나 메시지를 받을 때면 피곤한 것도 금세 잊고 일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한다.

800여 명에 이르는 면담은 여군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전군에서 육군훈련소에만 있는 단 하나의 직책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항상 밝은 미소로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게 정 대위의 각오다. 그는 “초조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군에 입대한 장정들이 조금이나마 안정되고 빨리 적응해 건강하게 군생활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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