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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즉문즉답 보다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과정 거쳐야”

“순간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매달리지 않는 것 중요”

한국문학 발전 기여 공로 ‘은관 문화훈장’ 수훈

2015.11.20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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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기리는 ‘2015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시상식’이 지난 12일 개최됐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최고의 영광된 자리인 이날 시상식에서 이문열 작가는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관 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획을 그은 그의 문학세계와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한국 문학역사 이래로 가장 많은 2800만여 부의 책을 판매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손꼽히는 이문열 씨(67). 1982년 동인문학상, 1987년 이상문학상 등을 받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간행된 작품마다 화제를 몰고 왔다.

은관문화훈장 수훈…한국문학 발전에 기여

이문열 소설가.
경기도 이천 설봉산 자락에 있는 부악문원에서 만난 이문열 작가. 2015 문화예술발전 유공자로 선정됐다.

이 씨는 1977년 등단한 이래 ‘사람의 아들(1979)’, ‘젊은날의 초상(1981)’, ‘영웅시대(1984)’,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변경(1988)’ 등의 베스트셀러들을 내놨다.

그의 작품은 1990년 프랑스에서 ‘금시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번역돼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 25개국 70여권 작품이 번역·출간돼 있다. 1987년 이문열 씨가 발표한 중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그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1992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지방 소도시의 한 학교에서 급장이자 대장 노릇을 하며 친구들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엄석대라는 인물을 그린 이 소설은 권력의 형성과 붕괴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담아내 지금까지 우리나라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높이 평가해 이문열 씨에게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때마침 그를 만나러 16일 경기도 이천 설봉산 자락의 부악문원(負岳文院)으로 찾아갔다. 그의 자택과 집필실, 문인들의 창작 레지던스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입구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들과 고심한 흔적들로 가득 메운 원고 등 그의 집필실은 우리 시대를 써내려간 작가의 혼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 했다. 일흔을 앞둔 나이지만 흐트러짐 없이 단정했다. 눈빛은 또렷하고 선명했다. 그는 두시간에 걸쳐 소탈하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당대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문화예술유공자라는 부름이 익숙치 않은 듯 멋쩍게 웃었다. 은관문화훈장 수상을 축하드린다는 말에 겸손함을 잊지 않으며 소감을 전했다.

“사회적으로 기여한 바가 있는 가 싶어 그간 사양해왔는데 이제 내 나이 칠십이 다 돼 가고 모든 사람에게 다 주는 것도 아니고 나라가 주는 상인데 더 이상 사양하면 안될 것 같았어요. 어떤 경우에는 상을 받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수 있거든요. 이 상을 받는 분들에게 욕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노력해야 겠죠.”  

문단 데뷔 후 해박한 지식·필력으로 명성

이 씨는 1977년 대구매일신문에 ‘나자레를 아십니까’로 가작 입선,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중편소설 ‘새하곡’이 당선되고 뒤이어 ‘사람의 아들’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그의 본명은 이열(李烈)이며 문단 활동을 시작하면서 ‘글월 문(文)’자를 가운데 넣어 이문열(李文烈)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문단에 데뷔하면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필력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 씨의 데뷔는 나이 만 서른한 살 때였다. 동년배 작가들에 비해 그의 등단은 빠른 편은 아니었다. 1977년 문단에 첫 선을 보인 후 어느 새 4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반평생 넘게 글을 업으로 삼은 것에 대한 소회를 물어보니 이 씨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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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작가는 40여년을 소설가로 살아왔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변경’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내놨다.

“1977년부터 하면 38년, 1979년부터 해도 36년, 서른 둘에 문단에 나왔어요. 동배의 다른 문인들은 이십대 초반에 나오는데 그렇게 따지면 좀 늦은 편이었죠. 선택이 있다면 다른 길로 가고 싶었어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글을 쓴다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유리할 것 같지도, 쉬운 일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미뤄오다 스무살 이후 글을 써야 겠다는 결심이 들었죠. 그 전에도 글은 썼지만 문학적 양식을 갖춘 글을 처음 쓴 것은 스무살 이후였어요.”

그에게 ‘문학은 숙명’이라고 표현해도 되겠다는 물음에 이 씨는 호탕하게 웃었다.  

“숙명이란 표현은 거창하고.(웃음) 자칫하면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겠고 유명하다고 으스댄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글을 쓰게 될 것이라는 예감은 계속해서 들곤 했었어요.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대단히 유용하고 힘 있는 도구를 가지는 것이잖아요. 학자가 되던 정치가, 혹은 종교인 등 무엇이 되더라도 기본적으로 글을 잘 써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훨씬 유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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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긴 시간 동안 글을 쓸 때 창작의 고통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오히려 글 때문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공허함을 잊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가 그렇게 선택한 평생의 업(業)이 바로 작가였다.

“작가를 한다는 것이, 글을 쓴다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쓸데없는 공허함이나 세상에 대한 의심을 잊게 해주는 등 글이 주는 많은 보답이 있어요. 뼈를 깎는 고통이라면 그거 한 두번 하지 누가 평생의 업으로 삼겠습니까. 글을 쓰고 나면 글이 주는 보답이 있기 때문에 또 시작하고 또 했죠. 글 때문에 오히려 받았던 것이 더 많네요.”

그러면서 그는 글 쓰는 행위 자체의 어려움 보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글이 세상의 가치판단 시비에 얽히게 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피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잖아요. 어쩔 수 없이 그 시대의 시비와 부딪히게 되거든요. 글을 쓰는 것 때문에 힘든 것 보다 문학 외적인 것 때문에 훨씬 어려웠죠.”

“편리하지만 치명적인 SNS, 숙고하는 과정 거쳐야”

종이책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서 인터넷과 모바일이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시대를 맞은 그에게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읽고 있는 지 물어보니, 문장이 가진 아름다움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염려스럽다고 전했다.  

“예전과 달리 현 시대는 사고의 형태도 많이 변화됐어요. 작가로서 이런 흐름을 보면 장문이나 중문은 사라지고 단문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싶어요. 문장이 가진 중후함, 문장의 배열의 아름다움을 느낄 기회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장중하면서도 우아한 실사들의 직조, 관계사와 접속사들로 웅장하게 짜여진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겠습니까.”

그는 인터넷과 SNS 활성화 등 새로운 변화를 맞은 현 시대에서 감각적인 것만 치중하지 않도록 충분히 숙고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시대에 와있고 편리하지만 치명적이죠. 즉문즉답, 즉물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과정들을 고쳐줄 만한 제도나 장치들이 생겨야 해요. 진지하게 고민하는 과정들을 거치지 않고 순간적으로 내리꽂는 즉문즉답, 그런 과정들이 이어지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어요. 원하는 것을 쉽게 보여주기 때문에 당장 보이는 것에만 얽매여 살게 되거든요. 문화가 발전하려면 안 보이는 것을 연구해야 해요.”

부악문원에 자리한 그의 집필실. 빼곡한 책들이 가득하다.
책들로 가득 채워진 그의 집필실. 이문열 작가는 ‘변경’ 이후 새 작품을 준비 중이다.

문단 데뷔 후 40여년.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고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왔다. 현재 그는 대하소설 변경 이후 후속작에 해당되는 삼부작을 준비하고 있다. 1980년대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다 같은 말을 쓰지만 그러나 말에 대한 단련은 다르죠. 많은 시간과 힘을 들여 나만의 말에 대한 단련을 해 왔어요. 굳이 손꼽으라면 ‘사람의 아들’ ‘시인’ ‘변경’ 등 작품을 꼽을 수 있겠죠. 그 작품 속 세계는 원래 있지 않은 세계인데 제가 열심히 생각하며 노력한 결과물이거든요. 지금쯤 마감 작품의 삼분의 일 정도 써야 했는데 바쁘게 지내다 보니 그러질 못했네요.(웃음) 차기작은 작품 계획에 따라, 집필 전략에 따라 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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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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