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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무환이란 이런 것! 대심도 빗물터널 가보니~

2022.09.28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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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신월동과 강서구 화곡동 일대는 지난 2010년에 이어 2011년에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빗물의 양은 당시 하수 처리 능력을 초과했고 곳곳에서 침수가 발생했다. 이곳은 해마다 물난리를 겪고 있는 상습 침수지역에 속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저지대인 데다가 빗물이 흘러 들어가야 할 안양천과의 높이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올해 8월엔 어땠을까? 

지난 8월 8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TV에서 속보로 뜨는 뉴스를 시청하면서 마음을 졸여야 했다. 강남역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남편의 안전한 귀가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날 외근 후 귀가하는 일정이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내부(사진=양천구청)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내부.(사진=양천구청)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장마, 폭우, 태풍 등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여름철에 풍수해가 빈번하다. 올여름은 유독 거센 비가 자주 내렸다. 집중강우라고 표현할 만큼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렸다. 8월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역에 폭우가, 9월엔 남동지역 해안가에 태풍이 몰아쳐서 피해가 심각했다. 내가 사는 서울은 강남구, 동작구, 영등포구 일부 지역에서 폭우로 인한 하수 역류 현상이 더해져 물난리를 겪었다. 그런데 양천구는 이 피해에서 비껴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문득 지난 2020년 하반기에 방문했던 양천구가 생각났다. 당시 양천구는 환경부 공모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그린시티로 선정됐다. 양천구는 서쪽이 산지, 동쪽이 안양천으로 둘러싸인 저지대로 비만 오면 침수가 반복되었던 곳이다. 그런데 2010년에 이어 2011년에 대규모 침수 피해를 겪은 뒤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빗물저류배수시설은 편의상 빗물터널이라고 부른다.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내 빗물유입 및 배수 모식도(사진=양천구청)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내 빗물 유입 및 배수 모식도.(사진=양천구청)


2013년 5월에 시작해서 2020년 5월 11일 준공했다. 약 7년 간의 공사를 거쳐서 국내 최초로 대심도 빗물터널을 완공하기에 이르렀다. 빗물터널은 도로 위, 공원 등 공공부지를 활용해서 그 아래 설치했다. 지하 40m 깊이에 지름 10m 규모로 설치된 빗물터널은 최대 32만 톤의 빗물을 저장해 시간당 100mm로 내리는 비를 처리할 수 있다. 그동안 폭우가 내리면 도로가 하천으로 변해 버렸지만 이번 폭우에는 단 한 건의 침수 피해도 없었다고 한다. 

마침 환경부에서 ‘도시침수 및 하천홍수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거기에 서울 시내 상습 침수지역에 대한 빗물터널 구축도 포함되어 있다.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목동빗물펌프장에 도착했다. 

안양천 건너편에 목동빗물펌프장이 있다.
안양천 건너편에 목동빗물펌프장이 있다.


빗물펌프장은 홍수에 따른 침수를 막기 위해서 빗물을 강제적으로 하천이나 강으로 퍼내는 시설이다. 장마철이나 비가 많이 오게 되면 하천이나 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물이 배수로를 타고 지반이 낮은 곳으로 역류할 수 있다. 그래서 수문을 설치하고 펌프장 안에 배수펌프를 설치해 빗물을 하천이나 강으로 방류시키는 역할을 한다. 서울 곳곳 하천이 인접한 곳에 총 120개의 빗물펌프장이 있다. 그런데 빗물펌프장만으론 이번과 같은 집중강우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목동빗물펌프장 인근 지하에 유수지가 있어서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방류한다.
목동빗물펌프장 인근 지하에 유수지가 있어서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방류한다.


강종구 팀장(양천구 치수과 배수시설팀)의 안내로 목동빗물펌프장 인근에 있는 유수지로 들어갔다. 유수지로 입장할 때 직원은 안전모와 장화를 착용해야 한다. 평상시엔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경사진 길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공간인데도 지상의 빛을 전면 차단하지 않아 통행하기 수월했다.     

유수지는 유수시설과 저류시설로 구분할 수 있다. 유수시설은 집중강우로 인하여 급증하는 저지대의 배수량을 조절하고 이를 하천에 방류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시설이다. 반면에 저류시설은 빗물을 일시적으로 모아 두었다가 바깥 수위가 낮아진 후에 방류하기 위한 시설이다. 즉 유수지는 빗물을 일시 저장해뒀다가 방류하는 시설이다.

유수지에 지하 40m 빗물터널과 연결된 수직구가 있다.
유수지 지하 40m 아래 빗물터널과 연결된 수직구가 있다.


유수지의 특성상 곳곳에 물이 고여 있다. 장화를 신고 걸어가니 물이 철벅거려도 바지가 젖지 않았다. 유수지의 안쪽에 수직구가 있었다.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에는 곳곳에 6개의 수직구가 있다. 빗물이 유입되는 수직구 3개, 환기에 필요한 수직구 1개, 빗물이 유출되는 수직구 1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유지관리 수직구 1개가 있다.  

수직구에서 내려다보니 빗물터널과 연결된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깊었다.
수직구에서 내려다보니 빗물터널과 연결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깊었다.


수직구는 우물처럼 아래로 깊게 파여 있다. 수직구에서 내려다보니 밑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깊었다. 지하 40m 아래 빗물터널까지 뚫려 있는 수직구다. 유지관리 수직구는 유수지에서 지하의 빗물터널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직원들이 지상에서 지하로 오가면서 빗물터널을 관리할 수 있다.

집중강우 등으로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면 빗물이 수직구를 통해 빗물터널로 흐른다. 빗물터널은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32만 톤에 달한다. 잠실올림픽 수영장 85개를 합친 용량과 비슷하다고 하니 감이 좀 잡힌다.

작년 상반기 양천구 직원들이 풍수해 대비 방재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양천구청)
양천구 직원들이 풍수해 대비 방재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양천구청)


집중강우가 내린 뒤 직원들이 지하의 빗물터널로 내려가 빗물에 딸려온 각종 뻘이나 쓰레기 등을 치운다고 했다. 지하 40m까지 내려가면 무서울 것 같단 말에 강종구 팀장은 “고속도로 곳곳에 터널이 뚫려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출퇴근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잖아요. 거기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해요”라고 말한다. 

유수지에 설치된 배관은 빗물터널에 저장된 빗물을 지상으로 내보낸다.
유수지에 설치된 배관은 빗물터널에 저장된 빗물을 지상으로 내보낸다.


유수지에는 배관도 있다. 빗물터널에 저장된 빗물을 안양천 일대로 내보내기 위한 관이다. 물론 목동빗물펌프장이 있어서 펌프를 돌려 지하의 빗물을 내보내고 있다.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을 살펴보니 학창 시절에 배웠던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유비무환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일컫는 말일 것이다. 강종구 팀장은 시민들에게 간곡히 당부하는 말을 남겼다. 

강종구 팀장을 비롯한 양천구 직원들이 빗물터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강종구 팀장을 비롯한 양천구 직원들이 빗물터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빗물터널을 설치했어도 집중강우 시 빗물이 유입되는 하수구를 막아두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않고 역류할 수 있어요. 담배꽁초나 비닐 등의 쓰레기가 문제가 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어서 “시장이나 상가가 있는 곳은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막기 위해 덮개를 덮어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일기예보를 듣고 집중강우나 태풍 등이 발생한다고 하면 덮개를 치워두세요”라고 말한다. 

환경부는 이번 방지대책에 따라 내년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 전까지 신림동 도림천 유역에 디지털 트윈과 연계한 인공지능(AI) 홍수예보 체계를 시범 구축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도시 침수 및 하천 범람을 방지하는 기반시설 대책으로 도림천 지하방수로, 강남역·광화문 대심도 빗물터널 등 3곳의 선도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해 우선 추진하되 단계적으로 전국으로 확산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남역, 광화문 등에 빗물터널 우선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했다.(사진=KTV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강남역, 광화문 등에 빗물터널 우선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했다.(사진=KTV)


여름철에 빈번한 집중강우는 천재지변에 해당한다. 그래서 인간의 힘으로 자연발생적인 집중강우 자체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집중강우로 인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는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면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에서 유비무환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윤혜숙
정책기자단|윤혜숙
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메일 연락처: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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