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전력공사가 가스절연개폐장치의 구매를 위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실시한 일반경쟁입찰과 지역제한입찰에서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한 10개 사업자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91억 원을 부과하고 6개 사업자를 고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사건 법 위반 사업자는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4개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 주식회사 동남, 디투엔지니어링, 서전기전, 인텍전기전자, 제룡전기 등 5개 중소기업 및 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입니다.
참고로, 중전기조합은 이 사건 중소기업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사업자단체입니다.
자료 4쪽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가스절연개폐장치의 개념 및 시장 현황입니다.
GIS라고도 불리는 가스절연개폐장치는 발전소나 변전소에 설치되는 전력 설비의 주 보호장치로서 과도한 전류를 신속하게 차단시켜 전력계통을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GIS는 정격전압에 따라 제품군이 구분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170kV 제품이 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신규 GIS 설치는 입찰을 통해 구매하지만 증설·대체의 경우에는 기존 설치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구매합니다.
한전 발주 입찰은 일반경쟁입찰과 지역제한경쟁입찰로 구분되는데 일반경쟁입찰은 종류별로 업체의 신청을 받아 입찰 참가자격을 부여하며 지역제한경쟁입찰은 전남 나주시에 공장을 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연도 전체 물량의 20% 이내에서 발주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전은 2025년부터는 이 사건 170kV 발주 전량을 친환경 GIS로 대체할 예정입니다.
다음으로, 합의 배경입니다.
이 사건 합의는 10개 사업자가 모두 참여한 일반경쟁입찰에서의 합의와 3개 중소기업만 참여한 제한경쟁입찰에서의 합의의 2개 행위로 구성됩니다.
먼저, 일반경쟁입찰에서는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4개사만 참여하던 입찰 시장에 2014년 10월 중소기업 동남이 진입하여 저가로 투찰하면서 치열한 가격경쟁이 발생하였습니다.
친환경 GIS를 개발하지 못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친환경 전환 이전에 기존 GIS에 소요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므로 이 사건 합의가 없었다면 저가 투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대기업들은 경쟁입찰보다는 수의계약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경쟁입찰에서의 계약 금액과 수의계약 금액이 서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물량 일부를 중소기업에 양보하더라도 저가 수주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GIS 입찰에 참여하는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 모두 저가 수주 방지 및 안정적인 물량 확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지역제한입찰에서는 2019년 3월 이전까지는 동남이 유일한 유자격자였으나 이후 디투, 인텍전기전자 등이 참가자격을 취득하자 동남 등 3개사는 가격경쟁을 회피하고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자 하였습니다.
법 위반 내용입니다.
먼저, 일반경쟁입찰에서 이 사건 10개 사업자들은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전이 발주한 134건의 입찰에서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 간에 일정한 비율로 낙찰 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입찰별로 낙찰 기업군을 정하고 투찰 가격을 공유하였습니다.
자료 6페이지입니다.
대기업군 4개사와 중소기업 동남이 최초로 87:13으로 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하였고 이후 중소기업 제룡, 서전, 디투, 인텍 등 4개사가 순차적으로 합의에 가담하면서 대·중소기업 간 물량배분비율은 60:40, 55:45까지 조정되었습니다.
이 사건 합의는 담합 적발 위험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합의와 실행을 위해 각 기업군의 총무를 중심으로 의사 연락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합의 초기에는 아래 그림3과 같이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기업들이 직접 대기업군 총무인 일진전기와 합의하였습니다. 이후 중소기업 수 증가에 따른 대기업군의 창구 단일화 요구와 수수료 수입 창출이라는 중전기조합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중소기업군은 2018년 6월부터 중전기조합을 총무로 하고 조합 대행으로 입찰에 참가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조합 대행이란 조합원사의 위임을 받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신 입찰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국가 계약 법령에 따라 허용되며 공기업 입찰에서도 준용됩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134건의 입찰 중 후기 57건의 입찰에서 중소기업들은 조합 대행으로 투찰하거나 미응찰하였습니다.
7쪽 상단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조합 대행하에서 대기업군은 LS 또는 일진전기가, 중소기업군은 중전기조합이 각각 총무 역할을 수행하였고 제룡전기 실무자가 중소기업 측 총무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습니다.
합의 가담 기업들은 기업군별 총무를 통해 대·중소기업 간 물량배분 비율을 합의한 후 합의된 비율에 맞춰 입찰 건별 낙찰 순번인 기업군을 정하고 투찰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하였습니다.
각 기업군에서 총무가 아닌 기업들은 해당 기업군 총무하고만 의사 연락을 하고 다른 기업군의 합의 가담자들과는 전혀 소통하지 않았으며, 특히 이 사건 대기업들은 투찰 자료조차 남기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담합을 은폐하고자 하였습니다.
8쪽입니다.
이 사건 합의 실행 결과 합의 가담 기업들은 134건의 입찰에서 합의된 대·중소기업 물량비율과 낙찰 순번에 따라 낙찰받았고 이 사건 평균 낙찰률은 96.2%로서 본 건 합의 종료 이후 실시된 11건 입찰의 평균 낙찰률 73.6%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중소기업들은 총 134건의 입찰 중 자신의 낙찰 순번인 42건 입찰에서 예외 없이 수주하였고 대기업군 순번에는 들러리 투찰하거나 미응찰하여 모두 탈락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지역제한입찰에서는 동남, 디투엔지니어링, 인텍전기전자 등 3개 중소기업들이 2019년 3월부터 2021년 10월 기간 중 발주한 지역제한입찰 11건에 대하여 각 사가 균등하게 낙찰받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동남만 유자격자였던 지역제한입찰에 2019년 3월 디투가 참가하게 되자 동남과 디투는 누적 계약금액이 적은 입찰을 낙찰 순번으로 하고 투찰가격을 공유하면서 입찰에 참가하기로 합의하였고, 이후 2021년 8월 인텍이 지역제한입찰에 참가하면서 인텍도 이 사건 합의에 가담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적용 법조 및 조치 내용입니다.
일반경쟁입찰 관련 제1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3호인 물량 담합 규정이 적용되었고, 제한경쟁입찰 관련 제2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3호가 적용되었습니다.
공정위는 10개 사업자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91억 원을 부과하고 법 위반 가담 정도, 조사 협조 정도, 과거 법 위반 전력 등을 종합 고려하여 대기업군 4개사, 중전기조합, 제룡전기 등 6개 사업자를 고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번 조치는 담합 적발 회피를 위해 합의 가담자들이 직접적인 의사 연락을 최소화하면서 총무 역할을 하는 연락책 중심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은밀한 담합을 공정위의 끈질긴 조사와 여러 부분적인 담합 증거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법 위반을 입증하고 제재한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조합이 대기업과 공모하여 공기업이 발주하는 입찰에서의 경쟁을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공기업의 비용 상승과 공공요금의 원가 인상을 초래하는 담합행위를 엄정 제재한 사례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정위는 이 사건과 같이 담합 가담자들이 은밀하고 지능적인 방법으로 연락하면서 합의를 실행하는 등 점점 더 고도화되는 담합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사 역량을 강화하고 담합 적발 시 엄정하게 제재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