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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부동산정책 40년

“강남 공룡에 소 몇 마리 던져준들…”

[실록 부동산정책 40년(16)] 뜨거운 감자, 재건축-개발이익 환수

2007.03.16 특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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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브리핑이 주택도시연구원·국토연구원·금융연구원과 공동으로 기획한 <실록 부동산정책 40년>은 ‘제1부, 왜 올랐나’에 이어 '제2부, 어떤 정책을 폈고, 왜 못잡았나' 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떤 우여곡절 끝에 탄생 했으며 역사적 의미와 쟁점은 무엇인지 점검한다. 2부의 세번째 주제로 <가수요억제와 실수요 전환>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제2부 어떤 정책 폈고, 왜 못잡았나
1.<투명성과 형평성 제고 정책>
2.<안정적 주택공급 정책>
3.<가수요억제와 실수요 전환 정책>
① 분양가규제 논란의 역사
② 실수요자에게 혜택을-주택청약제도 변천
③ 토지투기 억제와 토지공개념의 변형
④ 뜨거운 감자,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의 역사
⑤ 교육과 부동산
⑥ 균형발전

2006년 1월 초,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정점을 향해 치닫던 정부의 재건축 규제 흐름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보고서를 냈다.

“재건축은 재개발과 더불어 이미 개발이 완료된 기성 시가지에서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지만 우리 사회는 재건축 그 자체를 규제하고 있다. 재건축을 억제하면 결국 강남과 같은 지역의 주택가격은 더욱 상승한다. 강남과 같은 기성 시가지에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재건축이 억제되기보다 오히려 활성화되어야 한다.”(재건축 규제의 허와 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주택가격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재건축을 억제하면 주택 공급이 확대될 수 있는 길을 봉쇄해버려 오히려 강남과 같은 기성 시가지의 집값은 더욱 상승한다는 논리다.

주거복지연대가 이보다 조금 앞서 내놓은 <참여정부의 주택정책 평가와 과제>(2005.11.4)는 이 같은 공급론적 시각과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재건축 억제에 비판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신규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에서 재건축 규제는 공급 부족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건축 딜레마, 한여름의 뜨거운 논쟁

과연 정부는 재건축의 공급적 측면이나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규제 일변도 정책을 선택한 것일까.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보자.

강남 재건축은 공급이 조금 늘어나는 효과보다 시세차익 기대로 인한 투기적 수요가 더 크다. 사진은 서울 잠실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8·31 정책을 한창 준비 중이던 2005년 7월 어느 날. 각 부처 장관들의 격론을 듣고 있던 이해찬 총리가 이날 회의를 이렇게 매듭짓는다. “현 시점에서 섣불리 재건축 이야기를 꺼내면 다시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재건축을 통한 공급확대 방안은 안정기조가 확고히 자리 잡은 뒤 다시 논의키로 합시다.”

한 달 전 “다시 원점에서 근본대책을 마련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부동산대책회의는 재경부, 건교부, 행자부 등 관계부처들이 그때까지 불거진 모든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식으로 진행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회의는 언제나 격론으로 치달았지만 재건축을 주제로 한 이날 회의는 특히 뜨거웠다. 업계의 주장처럼 재건축이 강남 지역의 주택공급과 직결된 문제라는 걸 잘 알기에 더욱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

건교부 측의 기본 입장은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한 용적률 확대’였다. 당시 건교부 측 실무자였던 박선호 주택정책과장의 회고다.
“임대주택 의무건립 등을 통해 재건축 개발이익만 철저히 환수할 수 있다면 일정 수준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을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경우 임대주택도 확보할 수 있고, 강남지역 주택공급도 숨통이 트일 테니 일석이조라는 판단에서였다. 7월 당시의 고위당정협의 때도 그런 방안을 내놓았다.”

“개발이익만 환수한다면…”

이는 2005년 6월 당시 김수현 국민경제비서관이 재건축을 특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주택정책 기조와 맥락을 같이한다. “개발이익을 합리적으로 환수하고, 공공이 직접 나서서 주택을 공급한다면 설령 고층아파트를 짓더라도 국민적 동의가 가능하다. 개발이익을 환수하면서 주택공급도 늘리는 패키지 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재건축의 딜레마’라고 부를만한 당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였다.
시장이 정부 정책을 재건축 완화 신호로 받아들이면 또다시 투기세력이 달려들어 재건축 집값이 상승하고, 반대로 규제 신호로 받아들이면 공급 부족을 예상해 미래 수익을 노린 돈이 몰려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오를 태세였다. 이 문제는 달궈질 만큼 달궈진 터라 어떻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 상황이었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당시의 선택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박선호 주택정책 과장이 잘 말해준다.

“강남 재건축 허용은 집값 안정에 도움 안 돼”

2005년 7월13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2차 부동산정책 당정협의회에서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가 관계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남의 주택시장이라는 것이 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것만 가지고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냐는 부분을 가지고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강남에 대한 주택수요는 이제 지역적인 부분에 국한된 시장이라기보다는 서울과 수도권, 더 나아가서 지방의 돈 있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투자를 하려는 그런 특성을 가진 시장이기 때문에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을 조금 늘려서 집값을 잡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오히려 재건축으로 인한 시세차익 기대가 훨씬 커지기 때문에 투기적인 수요가 대거 유입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보게 됐다.”

‘강남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급 확대가 능사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김수현 비서관의 회고가 당시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김병준 정책실장이 건교부가 원했던 강남 대체를 반박했다. ‘강남은 공룡이다. 그 공룡에다가 소 몇 마리 먹으라고 던져준들 공룡이 배가 차지 않는다, 우리가 국가균형을 이야기하면서 수도권 균형은 왜 생각 안하느냐, 급하다고 이걸 먹으면 안 된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대처했다.”

이런 판단을 내리기까지 실증적인 분석도 이뤄졌다. 예를 들어 특정 기간 중 강남에 집을 산 사람들 중 강남에 원래 살던 사람이 산 집이 얼마를 차지하고,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 강남으로 들어온 사람이 얼마며, 또 다주택자가 산 부분이 얼마고, 또 지방에서 산 사람이 얼마인지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 결과 공급확대를 통해서 해당지역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적정한 수준의 수요관리정책이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먼저 강구되어야 될 부분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재건축 논의 아예 없던 일로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하지 않는다는 한덕수 당시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전한 2005년 7월 27일자 신문기사.
2005년 7월말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현재 서울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는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으며 8월 말 부동산 종합대책에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건축에 관한 한 논의 여부조차 밝히기 곤란할 만큼 민감했던 것이다.

당시 고위당정협의에서조차 재건축 방안에 관한 한 서류를 회수하고 “논의 자체를 없었던 일”로 했다. 8·31 정책 실무 기획단 팀장이었던 김석동 현 재경부차관는 당시 재건축에 관해 논의됐던 방안은 8·31 정책 발표 때 제외시켰고 이듬해 발표한 3·30 대책의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장치는 사실 8·31때 준비됐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오래돼 낡을수록 비싼 아파트

사실 재건축 딜레마의 뿌리는 역사적이다. 준공된 지 20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한 준공연수 제도는 재건축 허용 초기부터 주요 통제수단으로 이용됐지만 이 제도가 오히려 투기를 부추겨왔다. 노후화에 비례하여 떨어져야할 아파트 가격이 준공된 지 20년에 가까울수록 치솟고, 용적률이 낮은 아파트일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법적인 규정은 1984년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법 집행을 위한 구체적인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못해 1987년 주택건설촉진법에 재건축의 법적 근거를 도입하기 전까지 재건축 사업은 원활하지 못했다.

주민-건설업체-정부의 3박자 이해관계

재건축에 대한 요구는 1960년대와 7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일부가 노후화로 질적인 문제를 겪으면서 높아졌다. 사진은 1962년 지어진 마포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요구는 1960년대와 7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일부가 노후화로 질적인 문제를 겪으면서 높아졌다. 특히 마포 아파트, 잠실 1단지, 동부이촌동의 공무원 아파트 등이 거론됐다.

1960년대에 지어진 대부분의 아파트는 용적률(전체건축연면적/대지면적*100)이 100% 미만으로, 1987년 당시 건축법에서 허용하는 용적률 250%에 높이 25층까지 건설할 경우 2~3배 이상의 면적 증가를 가져올 수 있었다. 결국 면적증가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의 욕구가 재건축 제도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건설업체의 입장도 이와 맞아떨어졌다. 신규택지조달 문제와 택지구입비용 문제가 일정 부분 해결되는 재건축 사업의 장점 때문에 주택업체의 경쟁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공동주택의 부실 문제를 방치할 경우 대규모 단지가 슬럼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노후 주택을 재건축할 경우 기존 주택보다 많은 수의 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정부의 자금 및 행정 지원 없이도 손쉽게 주택공급을 진행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1988년 12월 마포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최초로 사업인가를 받은 이후 재건축사업은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재건축 적용대상을 확대해주거나 재건축 사업촉진책을 펴는 등 비교적 일관된 장려책이 줄을 잇는다.

당초 재건축 대상주택은 엄격하게 규정돼 있었다. 구조적으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거나, 준공 후 20년이 경과하고 유지관리비가 많이 소요되거나, 주변 환경에 비해 현저하게 효용이 낮게 이용되고 있는 주택에 대해서만 재건축을 허용했다. 이 허용요건은 1993년 3월 주택건설촉진법이 개정되면서 20년이 경과하지 않아도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완화된다.

용적률과 소형주택의무 완화

개발이익이 조합과 주택업자에게만 돌아가는 재건축 사업의 특성에 결정적으로 불을 댕긴 건 수익성을 크게 높여준 두 가지 정책이었다.
첫 번째는 건축법. 1988년 주택건설 200만호 계획이 추진되면서 건축법이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1988년 주거지역의 용적률 상한이 400%로 완화된 것을 비롯하여 용도지역지구제가 대폭 완화됐다.

그리고 1992년 이후부터는 초고층 아파트의 건설이 가능하도록 동과 동 사이의 거리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건축법의 두 조항이 만나는 1992년부터 용적률 300%가 넘는 고밀도 개발과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가능해진 것이다.

두 번째는 소형주택 건설 의무비율을 완화해 중대형아파트를 짓기 쉽도록 한 조치다. 1994년 12월까지만 해도 재건축 아파트는 75% 이상을 전용면적 25.7평 이하로 지어야하고, 40% 이상은 18평 이하로 건설해야했다. 따라서 기존 주택의 면적이 큰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는 수익성이 떨어졌다.

그렇지만 1995년 1월부터는 소형주택 건설의무비율과 관계없이 기존 주택 수만큼 중대형아파트를 건설하거나 모든 조합원이 기존 평수의 1.5배 큰 주택을 가질 수 있도록 건설하는 두개의 방안 중 하나를 재건축조합이 실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아파트 공화국'…재건축 물량 급증

'아파트단지 개발의 역사는 끊임없이 건축되고 재건축된 한 도시의 역사이다'-발레리 줄레조 <아파트공화국>58쪽
이런 조치들에 힘입어 1995년 주택 재건축사업물량은 전년의 2.7배로 늘어난다. 1995년 서울시가 재건축사업 승인을 해준 물량은 총 1만1357가구로 1994년의 4215가구에 비해 169.4%나 증가했다. 이는 1990년부터 1994년까지 5년간의 재건축사업 승인물량 1만2895가구에 육박하는 양이었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저서 <아파트 공화국>에서 “서울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아파트 단지들은 강력한 권위주의 정부가 재벌과 손을 잡고 급격한 성장을 추구하면서 만들어낸 한국형 발전모델의 압축적 표상”이라고 했다. 특히 “서울의 가옥 갱신 주기는 서구 도시보다 훨씬 짧다”며 “도시가옥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한국인 대다수의 무심함”을 언급하는 대목은 재건축의 사례와 잘 맞아떨어진다.

초고층 아파트 바벨탑

봇물 터진 재건축 사업의 와중에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1988년 이후 10여 년 동안 재건축은 보통 집을 짓듯이 사업계획을 세워 구청장의 승인을 받으면 할 수 있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지자체의 권한 안에 있던 재건축은 무수히 많은 논란을 낳아왔다. 1996년 11월 서울시가 잠실 등 5개 저밀도 아파트지구를 재건축할 때 용적률을 285%로 높여 최고 25층의 중대형 아파트 지역으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하자 여론이 악화된다.

봇물터진 재건축 사업의 부작용을 지적한 1996년 11월 16일자 중앙일보.
11월16일자 서울신문은 ‘아파트 초고층화 문제 많다’는 사설을 통해 “그간의 고밀도 재건축 불가원칙 위배와 교통난 및 자연경관 훼손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 용적률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분당신도시 아파트 용적률이나 고층아파트 군이 있는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과 대치동보다 80% 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이들 지역에 대한 투기 조짐까지 일자 서울시는 구청 직원들을 현장에 집중투입, 투기혐의자를 찾아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재건축기간과 물량 등의 계획을 보완해 3일 만에 수정안을 내놓는다.

같은 달, 강남구는 15년밖에 안된 10~12층짜리 고층아파트를 25층 안팎의 초고층으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를 두고 언론은 강남구가 건물 안전에 지장이 없다며 재건축조합 인가를 보류했다가 1년 만에 번복한 경위에 의혹을 제기했다.

강남구의 불씨 지피기

강남 중층아파트 초고층 재건축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2005년 4월28일자 서울신문 기사가 그 단면을 잘 보여준다.

“강남 압구정동 일대 한강변 아파트에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소문은 지난해 말부터 솔솔 피어나기 시작했다. 불씨는 강남구가 지폈다. 올 2월에는 그럴듯한 그림까지 제시하면서 초고층 아파트 건립 분위기를 띄웠다. 강남구는 압구정동 일대 현대·한양·미성 아파트 11개 단지 1만여 가구가 오는 7월쯤부터 30~60층의 탑상형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된다고 밝혔다. (중략) 시장은 요동쳤다. 압구정동 구현대 1차 65평형 시세는 연초 12억 5000만원했던 것이 초고층 재건축 허용 발표 이후 껑충껑충 올라 4개월 동안 1억 2000만원이나 폭등했다.”

강남 압구정동 일대 한강변 아파트 초고층 재건축 조감도

“가구당 3억4000만원의 개발이익”

그사이 재건축 시장에 불었던 ‘묻지마 투자열풍’이 집값 상승의 주범이란 인식이 확산됐다. 2003년 11월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2002년 9월 잠실 주공 2·3단지 총 7730채의 등기부등본을 떼어 분석한 결과, 실제 거주자는 13.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비거주 소유자 중 59%가 강남권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에 살면서 재건축 아파트를 또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2005년 5월에는 경실련이 강남지역 5개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생길 총 개발이익이 6조5000여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경실련은 “단지 당 1조원 이상의 개발이익이 발생해 한 가구당 3억400만원, 평당 2200만원의 개발이익이 생기며, 이 개발이익은 아파트 소유자와 시공사 등 사업주체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고 말했다.

비리의 복마전 속으로 성큼성큼

재건축을 둘러싼 각종 비리 사건이 주기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재건축은 일종의 복마전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2003년 7월 검찰은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20억원대의 금품을 상납 받은 재건축조합 간부와, 인허가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은 시청 간부, 조합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10억원대를 뜯어낸 은행원 등 10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2004년 10월에는 야당의 전 당 대표 보좌역이 재건축 사업승인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사건도 터졌다.

재건축이 초기에 주택공급이라는 순기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복마전처럼 돼버린데는 건설사의 수익 챙기기에 따른 조합으로의 비용 전가, 이에 따른 주택가격의 상승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재건축 시공사들이 조합과의 본계약 이후 갖가지 명목으로 수십억~수백억원의 추가정산금을 요구하고, 조합이 이를 거부하면 공사 자체를 중단하겠다고 나오기 때문에 추가부담을 피해갈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체의 흙탕물 싸움

서울 반포 주공2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된 다음날인 2001년 7월 15일 아파트 입구에 건설사들이 내세운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2000년1월21일 동아일보는 “재건축이 진행 중인 서울 16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에서 시공사가 가구당 2000만원 이상의 추가정산금을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5000만원 이상을 받은 곳도 4곳이나 됐으며 무려 9000만원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행정당국은 ‘사인(私人) 간의 계약’이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재건축 사업의 이권을 놓고 ‘흙탕물 싸움’을 펼치기도 했다. 2000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개포 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경쟁을 벌이면서 상대 업체에 불리한 거짓광고를 한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에 대해 광고 금지와 법 위반사실 신문공표 명령을 내렸다.

같은 해 9월에는 서울 강동 시영 1차 아파트 재건축 수주경쟁을 놓고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법정 싸움을 벌였다. 시공사 선정투표가 잘못됐다며 투표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소송이 벌어진 것이다.

강남 재건축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

10여 년간 지속된 재건축 완화의 흐름이 규제 강화라는 긴 파동을 타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값이 들썩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01년 상반기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7.74%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는데, 같은 시기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률은 그보다 3배 가량인 21%에 이르렀다.

그러자 7월말 건교부는 ‘소형주택 건설 의무제’를 부활하겠다고 발표한다. 이어 8월말에는 서울시가 고밀도 지구의 재건축 용적률을 25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조치를 확정한다. 주춤했던 재건축 시장은 반년이 채 못 가 다시 급등세를 보였다.

2001년 말 반포주공 3단지의 시공사가 선정되자 16평형 아파트 시세가 불과 한 달 만에 1억3000만원이나 뛰었다. 기본계획도 나오지 않고, 안전진단도 통과하지 않은 상태였다. 강남 재건축 시장은 ‘상식과 분석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재건축이 집값 폭등의 발화점으로

해를 넘겨서도 재건축 아파트의 집값 상승 주도는 여전했다. 2002년 상반기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서울지역 일반 아파트에 비해 1.5배가량 높았다. 한 부동산정보제공업체가 재건축 조합 추진위가 결성된 서울 137개 단지 시세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1년 말 평당 1347만원에서 이듬해 8월초 1695만원으로 평균 25.8% 상승했다.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한 다른 아파트들의 평균 상승률 17.9%보다 44% 높은 것이다.

2002년 8월 정부는 잇따라 재건축 사업을 규제하는 방안을 내놨다. 건교부는 “실제 사업기간이나 개발이익에 관계없이 일단 시공사만 선정하면 집값이 올랐던 게 현실”이라며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들이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뒤에만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재건축 사업을 규제하는 조치는 줄곧 이어졌다. 2003년 5·23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후분양제를 실시하기로 했고, 같은 해 9·5 대책에서는 수도권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시키고 전체 건설예정 세대수의 50% 이상을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 평형으로 짓도록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확대하였다.

재건축에 도시계획 심의 규제 적용

이때까지, 즉 국민의 정부 말기부터 참여정부 초반까지 이어진 재건축 규제 강화는 지자체를 제치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재건축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 추진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재건축 사업 자체는 주춤했지만 집값 상승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고, 2003년 들어 재건축에 관한 정책이 근본적이면서 실질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2002년 12월 법제화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이 출발선을 끊었다. 도정법 이전까지 재건축 사업은 구역지정 절차 등 도시계획적 심의 없이 안전진단에 의해 이뤄졌다. 도시계획적 규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고밀개발로 주변에 미치는 악영향을 합리적으로 해소할 틀이 없었다는 뜻이다. 재건축사업의 수혜와는 상관없는 주변 지역이 기반시설 부족이나 경관악화 등의 불이익을 당했던 것이다. 도정법을 통해 재건축 사업도 정비기본계획·정비구역지정 등 도시계획적 규제를 받도록 바뀌었다.

마지막 카드 ‘초과이익 환수’

도정법은 이런 거시적 변화와 더불어 미시적으로는 개발이익을 간접적으로 환수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25%를 임대아파트로 짓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이는 재개발로 인해 주거공간을 잃게 되는 세입자에 대한 주거안정대책으로 임대주택 건설을 의무화해왔던 방식을 재건축에도 적용한 것이다. 그동안 조합과 주택업자에게만 돌아가던 재건축의 개발이익 일부를 간접적으로 환수해 이를 공공적 성격을 띠는 임대주택 공급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소형평형 의무비율에 소형평형 면적 기준을 더했다. 25.7평 이하 소형 평형의 연면적을 전체 면적의 50%가 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일부 재건축 조합이 18평 이하 소형 아파트 의무건설 비율을 형식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8평이나 12평 등 초소형으로 짓고, 대신 남는 용적률로 중대형 평형을 건설해 수익률을 높이는 편법을 쓰자 이를 막기 위한 조처였다.
한편에선 임대주택 의무건립에 따라 늘어난 용적률의 25%만큼 임대주택을 짓더라도 이를 정부가 원가에 매입하기 때문에 실제 개발이익환수 효과는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위헌론 제기하며 격렬히 반대

선 개발이익 환수, 후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이란 정책 기조는 2006년 3·30 대책의 핵심적 후속 입법으로 그해 5월 국회를 통과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로 절정에 달했다. 글자 그대로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익의 일정 부분을 직접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부담금은 준공시점의 주택가격에서 개시시점(추진위 승인일)의 주택가격과 정상집값 상승분 및 개발비용을 공제하여 산정되는 초과이익을 기초로 부과된다. 조합원당 평균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이익 규모에 따라 0~50%의 누진률을 적용한다. 건교부는 징수된 부담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주거환경 정비, 임대주택 건설, 저소득층 주거지원 등 주거복지 증진을 위해 전액 쓰인다”고 밝혔다.

처음 3·30 대책이 발표되자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재건축 규제와 관련한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로 재건축이 몹시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과 개발부담금 제도가 언급될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한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며 법제화에 회의를 품는 것이었다. 후자의 경우,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여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재건축 조합은 헌법 소원을 내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2004년 8월3일 재건축아파트 조합원들이 용적률 300% 인상과 임대주택 건설 의무화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6개월 전부터 위헌론에 대비

건교부는 즉각 진화에 나서 “예상되는 위헌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법무법인, 변호사 등 6개의 전문기관 또는 전문가들이 이익환수자체의 합헌성은 물론, 부담금의 산정방법 등까지 자문해 골격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또는 부담금 부과는 계측에 있어 고도의 객관성이 요구되나, 실현된 이득에 대해서만 부과할지, 미실현이득에 대해서도 부과를 할지는 입법정책적인 문제로 그 자체로 헌법상 조세원리에 위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3·30 대책이 사실은 반년 이른 8·31 때 이미 내용적으로 마련했던 것이라는 김석동 차관의 앞선 증언이나 위헌 여부에 대한 치밀한 사전 점검은 정부 안에서도 재건축이 얼마나 ‘뜨거운 감자’였는지를 반증한다.

돌아가는 길, 기반시설 부담금

이재영 건교부 전 토지국장에 따르면, 개발이익 환수 장치가 본격적으로 준비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5월 무렵이다. “정문수 보좌관이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 부담금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법리상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개발 이익이 발생하는 시점을 어떻게 잡느냐의 문제 등을 내세워 부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워낙 완강했다. 그래서 싱가포르의 디벨로퍼 차지(developer charge)제도를 원용해보자며 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지역별로 지수를 달리 매겨 개발 부담금을 물렸는데, 이를 근거로 계산해보니 강남 32평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1억~1억5000만원 정도의 부담금이 산출됐다. 강남의 재건축 개발이익은 확실히 환수되지만 전국적으로 계산해보니 파장이 너무 커보였다. “다시 조정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흉내만 낸다고 질책 당해 또 다시 안을 만드는 과정을 5월에 3차례 정도했다. 결국 정문수 보좌관도 당장 재건축 부담금을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알리는 2006년 8월 3일자 중앙일보.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기반시설 부담금이었다. 당초 2003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기반시설연동제도’의 일환으로 시설부담금이 도입됐지만 전면적으로 시행된 적은 없었다. 이는 도시별로 수용인구 등을 감안해 도시에 필요한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의 총량을 정한 뒤 건축 행위로 인해 유발되는 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을 개발행위자에게 부담시키는 제도다.

건교부는 여기에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도 해당될 수 있도록 보완작업을 했고 2006년 1월에 제정된 ‘기반시설부담금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기반시설부담금’이 도입됐다. 하지만 2006년 초부터 강남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이상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자 이런 간접적인 개발이익 환수장치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보다 강화된 개발이익환수제를 만들겠다는 3·30 대책이 나오기에 이른 것이다.

개발이익의 사유화와 주택공급 사이의 딜레마

2006년 8월 건교부가 마련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시행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재건축의 딜레마가 한눈에 보인다. 2000년 이후 서울시에 공급된 신규주택의 40%가 주택재건축에 의한 것이었다. 2000~2002년 강남구에 공급된 주택의 총수는 1만119호이며 이 가운데 아파트는 2558호였다. 그중 재건축 아파트가 2026호로 아파트만 따지면 79%에 이르렀고, 같은 기준으로 송파구는 88%에 달했다.

“재건축은 앞으로도 유력한 대도시 내 주택공급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보고서의 전제는 그래서 타당하다. 앞으로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가 대부분 중밀도 아파트이기 때문에 재건축 때 용적률을 대폭 상향조정하지 않는 한 주택 순증효과는 크지 않다.

보고서는 또 동시에 “재건축주택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초과 이익의 독점적 사유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건축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해소를 통한 재건축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나 조세정의를 위해서도 재건축 초과이익의 독점적 사유화는 반드시 근절해야 될 사항”이라고 말하고 있다.

개발이익을 공익으로 환원하는 길

그 예로 사업이 진행 중인 잠실저밀도 지구 재건축의 초과이익을 산정해놓고 있다. “13평 기준으로 최근 3년간 2억4000만원에서 7억으로 상승함에 따라 동 아파트의 소유자는 개인적으로 별다른 노력 없이 3년간 4억6000만원의 재산이 증식되었다. 잠실저밀도 세대수가 21,250세대임을 감안하면 총 초과이익은 약 10조원에 달한다. 서울시의 2006년 예산이 약 15조원임을 감안하면, 이들 재건축아파트 소유자들이 향유하는 초과이익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 수 있다.”

과다한 개발이익이 공익으로 환원될 장치가 완비되고 나서야 재건축을 주택공급의 요긴한 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시각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주택업계와 일부 언론의 일방적인 공급확대론에 경계를 보여온 김용창 서울대 교수는 용적률 증가분을 기존 소유자의 이익에서 배제하고 분양값 상한제를 적용한다면 “재건축을 주택 신규공급의 원천으로 유용하게 활용한다는 관점을 가져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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