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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부동산정책 40년

대통령도 깨지 못했던 ‘8학군’

‘교육특구 강남’과 학군 조정의 역사

[실록 부동산정책 40년 (17)] 교육과 부동산

2007.03.19 특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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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브리핑이 주택도시연구원·국토연구원·금융연구원과 공동으로 기획한 <실록 부동산정책 40년>은 ‘제1부, 왜 올랐나’에 이어 '제2부, 어떤 정책을 폈고, 왜 못잡았나' 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떤 우여곡절 끝에 탄생 했으며 역사적 의미와 쟁점은 무엇인지 점검한다. 2부의 세번째 주제로 <가수요억제와 실수요 전환>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제2부 어떤 정책 폈고, 왜 못잡았나
1.<투명성과 형평성 제고 정책>
2.<안정적 주택공급 정책>
3.<가수요억제와 실수요 전환 정책>
① 분양가규제 논란의 역사
② 실수요자에게 혜택을-주택청약제도 변천
③ 토지투기 억제와 토지공개념의 변형
④ 뜨거운 감자 재건축
⑤ 교육과 부동산
⑥ 균형발전

‘강북에서 용났다. XX학원 출신 서울대 합격생 총 141명’
최근 서울의 버스에 붙여진 학원 광고는 강남·북 간의 교육 문제를 잘 보여준다. 강북 지역의 고등학교에 다녀서는 공부를 잘해도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대로 유명한 사설학원이 몰려있고 교육환경이 좋은 강남의 학교에 다니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도 높다는 것이 거의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강남의 학교에 다니려면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에서 살아야 하고, 결국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자녀의 명문대학 진학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소위 ‘개천에서 용나는’ 우리 사회 ‘기회균등’의 신화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 부모의 자녀 교육열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부모세대는 교육이 출세의 확실한 사닥다리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좋은 교육시설이 몰려있는 강남으로 진입하려는 노력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이유에서든 '강남의 집중화'는 여러가지 사회경제적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특구 강남의 수요가 이 지역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또 주변 지역과 수도권의 집값을 차례로 밀어올리는 동심원 현상을 일으킨다. 주택수요를 좌우하는 ‘입지여건’ 측면에서 부동산 가격변동의 핵심 요인 중 하나가 교육인 셈이다.

반면 강남에 진입할 수 없는 대다수 보통 부모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다. 부동산 정책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 문제와 8학군 조정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8학군병’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강남이 교육특구로 자리잡은 1980년대 이후, 이 두가지 상반된 시각의 이해충돌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강남 이전 명문고를 다시 강북으로 옮길 계획은?”

2003년 9월 23일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 현장.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강남의 교육환경이 지목받을 때였다. 당시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유인종 서울시교육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혹시 강남에 이전했던 명문고들을 다시 강북으로 옮겨올 계획은 가지고 계시지 않나요? 과거에 강북에 있던 학교들 가운데 일부 강남으로 이전했던 학교들을 다시 강북으로 환원시킬 수 있는 방안은 한번 연구해볼만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입니다.” 유인종 교육감은 이렇게 답했다. “그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연구의 가치는 있습니다만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남 8학군 신화는 명문고 이전으로부터 시작됐다. 서울 경기고의 강남 이전을 알리는 1972년 2월 29일자 조선일보.
이날 이 의원이 말한 ‘강남으로 이전했던 학교들’이란 1974년 평준화되기 이전까지 전국적인 명문고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던 경기고·서울고·휘문고 등이다. 이 학교들은 1970년대 서울시 인구분산책의 하나로 강남으로 이전돼 강남 8학군 신화 탄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학군이 중요하게 된 것은 1980년부터. 당시 서울시교육위원회는 고등학교 배정기준을 출신중학교 중심에서 거주지 중심으로 바꾸고 공동학군제를 폐지했다. 공동학군제란 정부가 1974년 평준화를 도입할 때 ‘도심지역 거주학생만 도심지에 몰린 명문고에 지원하면 불공평하다’는 외곽 지역의 불만을 고려, 서울의 모든 중 3학생에게 문호를 개방한 제도를 말한다. 당시 서울시교위가 학군제를 변경한 것은 통학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8학군의 탄생…현대판 ‘맹모삼천지교’

학군배정 기준이 거주지 중심으로 바뀌자 강남지역에 8학군이 탄생하고 8학군 지역에 몰린 명문고를 쫓아 사람들이 이동하는 ‘8학군병’이 태동했다. 평준화 이후에도 학교간의 우열차가 나타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같은 해 과외금지조치가 취해지면서 학교 교육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해졌다. 교육열에 불타는 한국의 ‘맹모’에게 명문고가 몰려있는 8학군이 커다란 유혹으로 작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1981년 10월 중앙일보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고교평준화 후 명문고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주민등록을 허위로 옮기는 현상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대치동·삼성동·서초동·청담동 등 명문고들이 몰려 있는 지역은 허위세입자가 많아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이 학교배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먼 곳의 학교로 배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허위전입이 부쩍 늘자 서울 대치동 한 아파트 주민들은 며칠 전 반상회에서 ‘친척·친지들의 허위전입 부탁을 받지 말자’는 색다른 건의를 하고 관할 동사무소에 허위 전입자를 철저히 가려내줄 것을 요청했다.”

부동산 투기꾼 8학군에 눈독

근거리 배정 원칙의 평준화가 자리잡으면서 명문고 주변으로 위장전입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1981년 10월 30일자 중앙일보.
이후 위장전입자 단속은 연례행사처럼 계속된다. 1982년 9월 명문고 배정을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 관련자는 모두 처벌한다는 발표가 나자 8학군 명문고 주변 동사무소에 전출 신청자의 긴 행렬이 늘어서기도 했다. 이처럼 교육열을 가진 중산층 학부모가 몰리면서 경기고·서울고 등 기존 명문고에 이어 신흥 명문고가 하나둘 등장했다. 곧 8학군은 대입에서 단연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투기꾼이 명문고가 몰린 8학군을 놓칠 리 없었다. 게다가 8학군 지역은 계획개발 덕택에 쾌적한 주거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이 지역에 눈독을 들인 투기꾼은 1982년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자 본색을 드러낸다. 당시 정부는 1978년 이후 침체된 주택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힘겹게 노력하고 있었다. 8학군에 되살아난 주택경기가 더해지자 ‘상승작용’이 발생했다. 서울 개포동 등 강남지역에 투기판이 벌어진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투기대책으로 8학군 조정 등장

부동산 투기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8학군 조정 문제가 대두했다. 1983년 9월 8일자 중앙일보.
1982년 10월 27일 국회 건설위원회. 민주한국당 최수환 의원이 당시 횡행하던 투기의 원인을 캐묻고 있었다. “개포동이나 압구정동에 수요자가 몰리는 것은 바로 학군이 좋기 때문입니다. 학군이 좋다는 것은 건설부와 관계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건설부는 엉뚱한 곳에서 문제점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이관영 당시 건설부 차관도 학군 문제를 수요 집중 원인 중 하나로 인정했다. “투기발생 원인을 살펴봤습니다. 첫째 학군 등 주변 환경으로 인해 주택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원인의 하나라고 분석했습니다.”

곧 8학군 조정 문제가 등장한다. 1983년 9월 당시 구본석 서울시교육감은 명문고가 밀집돼 있는 8학군 등의 학군이 아파트 투기붐과 전입학 적체현상을 빚는 등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 1985년부터는 이를 대폭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하철 3, 4호선이 개통되면 통학거리와 학군에 따른 아파트 투기 우려 등을 고려, 1985년부터 고교의 경우 2개 학군 정도를 추가해 8학군 학교의 분산을 꾀한다는 내용이었다.

강남 전입 신참 527명 강제로 강북 배정

서울시교위는 산하에 ‘서울시내 인문계 고등학교 학군조정위원회’를 발족해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1985년 10월 이 방침은 보류된다. ▲신설 지하철의 통학 기여도가 4.6%로 예상보다 낮게 나타났고 ▲문교부 산하 교육개혁심의회에서 선지원 후선발 등 고입제도 자체를 바꿀 움직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문교부는 1984년부터 학력저하 등을 이유로 고교평준화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 지역에 선지원 후시험제를 도입하자는 문교부의 논의는 결국 무산됐다. 이에 연계해 학군조정을 하기로 했던 서울시교위도 ‘뜨거운 감자’였던 학군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

1986년 서울시교위는 8학군 등 특정학군에 학부모들이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일종의 대안을 내놓는다. 바로 전입학생의 거주기간 원칙 적용이었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서 1986년 8학군 졸업생 중 거주기간이 1년 이내였던 527명이 강북의 다른 학군 학교로 배정됐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었다. 강남 교육수요는 해마다 늘어났고 1990년대에 이르자 강제로 타학군에 배정된 학생의 수는 3000여 명을 훌쩍 넘어섰다. 40개월이 넘는 거주기간이 적용됐으나 강남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8학군병'·'강남특구' 신조어…8학군발 부동산 가격 폭등

1987년 중반에 이르면서 ‘강남 가면 명문대 간다’는 ‘8학군병’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8학군병’ 기획시리즈를 보도한 1987년 3월 3일자 중앙일보.
1987년에는 ‘8학군병’, ‘서울교육시 강남특별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평준화 실시 이후 ‘학교차’가 해소된 반면 ‘지역차’가 생긴 셈이다. 비평준화 시절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실력이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평준화 이후에는 ‘돈이 없어서 강남에 못 갔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8학군은 많은 이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1987년 고등학교 배정통지서를 나눠주던 날, 서울 강남의 중학교 담임교사는 학생들을 달래야 했다. “흔히 강남의 고교라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타학군에 진학하면 크게 낙담하는데 그 생각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타학군 배정통지서를 받아든 한 학생은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당시 학생들이 8학군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짐작케 하는 장면이다.

8학군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 불씨만 댕기면 언제든지 주택가격 폭발로 이어질 기세였다. 8학군인 서울 강남의 삼성동, 역삼동, 청담동, 서초동 등 명문고 배정 안정지대에서는 전세값이 집값과 비슷해졌다. 4년 전부터 매물이 없어 거래가 끊긴 상태라 전세값만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세 입주자의 40%가 “학군 때문에”

당시 주택공급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다. 반면 3저 호황으로 소득이 늘어나 주택수요는 계속 늘어났다. 곧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 그중에서도 8학군의 대형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1989년 2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51평형은 2억9000만원으로 보름 사이에 3000만원이 올랐다. 하룻밤 사이에 넉 달 치 월급만큼 집값이 오른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당시 평균임금은 한달 43만여 원이었다.

집값이 오르자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전세 수요자가 늘었다. 8학군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명문고를 찾아온 전세수요자로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1989년 3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48평형은 1988년 12월 8000만원이었던 전세값이 1억원에도 물건을 구하기 힘든 상태가 됐고, 대치동 쌍용아파트 31평형은 같은 기간 1500만원이 오른 5500만~6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이 시기 주택사업협회가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6개 아파트단지 955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39.9%가 학군 때문에 강남에 살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기획원이 나서 다시 학군조정 논의 시작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선지원 후시험제를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다룬 1989년 2월 4일자 경향신문.
정부는 1989년 2월 이형구 경제기획원 차관 주재로 부동산실무대책위원회를 열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안 중의 하나로 학군조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서울 강남 지역의 8학군이 인기가 높아 이곳 아파트가 투기대상이 되고 있다”며 “8학군 학교의 일부 학생을 지역에 관계없이 선지원 후시험 방식으로 뽑거나 서울 강북 지역 학교를 명문 학교로 중점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원식 문교부장관도 같은 해 4월 경제·사회균형발전확대회의에서 “학군문제는 투기뿐 아니라 교육 차원에서도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서울 강남의 8학군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장관은 평준화 정책은 유지하면서 학군의 광역화와 수험생의 학교선택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마련해 다음해부터 시행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서울시교위가 마련한 안은 ▲서울 전역 단일학군제 ▲4~5개의 광역학군제 ▲혼합학군제(1지망은 학군 관계없이 지원하고 2지망부터 소속 학군 학교에 지원하는 방식)였다. 그러나 8월 서울시교위는 ‘서울시 고교의 학군조정방안은 문교부가 내신제의 등급간 격차를 높이는 방향으로 대학입시제도를 개선해 시행하겠다는 계획과 맞춰 제시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다시 학군조정방안을 보류한다.

대통령도 깨지 못한 8학군

막강한 대통령의 힘도 8학군을 깰 수는 없었다. 1990년 2월 노태우 대통령은 “서울의 8학군은 이상과열로 아파트 가격을 자극하고 사회적 위화감을 초래했다”며 새로운 방안이 내년부터 실시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문교부는 곧 행동에 나섰고 서울시교위는 고교학군제를 재조정하기 위해 다시 ▲단일학군제 ▲5개 광역학군제 ▲혼합학군제를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서울 시내 314개 중학교 3학년생 14만명을 대상으로 모의배정을 실시했다.

결과는 학군 조정에 부정적이었다. 학생들은 인기 학교를 선호했고 통학거리는 2배 이상 늘어났다. 8학군의 한 학교는 단일학군으로 했을 때 1지망자가 정원의 14배를 넘었다. 결국 조정 시도는 무산됐다.

통학거리가 늘어나고, 30%에 달하는 학생이 원치 않은 학군에 배정돼 어떤 안을 선택하더라도 심한 반발과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문교부는 8학군 폐지 대신 비8학군 지역, 특히 강북지역에 제2과학고를 설립하는 등 지원을 통해 서울 시내 모든 학군을 8학군 수준이 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계획을 밝힌다.

잠잠해진 ‘8학군병’

1991년에 접어들면서 ‘8학군병’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8학군 거주배정자 수를 살펴보면 이런 현상이 잘 드러난다. 1980년 이후 1990년까지 매년 1200~3000명 가량 늘어나던 8학군 고교배정 대상자 수는 1991년 상승세가 둔화하더니 이듬해에는 처음으로 감소해 124명이 줄었고 1993년에는 267명이 줄었다. 1998년 8학군 지역 중학교 졸업생이 고교 정원에 크게 미달해 인근지역에서 역배정되는 현상을 빚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내신 반영 비중 강화라는 대입정책 변화의 영향이 컸다. 1994학년도 대학입시(대학수학능력시험 1세대로 1991년 고등학교 1학년)에서 내신의 비중이 높아졌다. 경쟁이 치열한 8학군 학교에서 나쁜 내신 성적을 받느니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다른 학군 학교에서 좋은 내신 성적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정부의 공급 확대와 투기수요 억제 정책이 힘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8학군병이 가라앉자 8학군 지역 집값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1994년 다른 지역의 아파트값이 8학군 지역보다 비싼 ‘기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서울 대방 대림아파트, 마포 삼성단지 등의 아파트값은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등 8학군 아파트값을 앞질렀다.

1995년 3월 한 건설사가 실시한 조사는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당시 조사에서 서울 사람은 집을 살 때 교통환경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1980년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학군은 겨우 3%를 차지한데 반해 교통환경은 45%를 차지해 대비를 보였다.

강남 명예회복의 일등공신 ‘대치동 아줌마’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는 강남의 명성을 되살렸다. 사진은 2003년 6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로 옆 건물에 입주한 학원들.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사교육이 강남 인기를 주도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학원가는 2000년 4월 헌법재판소의 과외 금지 위헌 결정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명실상부 ‘사교육 1번지’가 된다. 2001년 말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사교육의 중요성이 절실해지자 너나할 것 없이 학부모와 학생이 대치동 부근으로 몰려들었다.

여기에는 분당과 일산 등 경기도 신도시 지역에서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분당· 일산의 명문고 진학을 노리던 신도시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거 강남으로 진입했다. 사교육 뿐 아니라 이 지역에 나타난 명문 초등·중학교도 ‘교육1번지’의 가치를 높였다. 2001년 말 이후 강남구 대치동은 언론의 단골메뉴로 등장, 더욱 인기를 끌게 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의 스타로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은마아파트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주변 아파트에 밀려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평수만으로 구성된 오래된 아파트라는 점, 주차시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은마아파트 34평형은 2001년 11월 3억8000만원이었는데 이는 근처 우성아파트 31평형과 같은 가격이었다.

그런데 수능시험 여파가 몰아닥친 2001년 12월 가격은 4억2500만원으로 한 달 사이에 4500만원이 훌쩍 뛰어올랐다. 2007년 1월 현재 13억4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1979년 12월 입주 당시 2139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공할만한 가격상승이다. 이는 재건축 기대효과도 있겠지만 전국 최강의 사교육과 공교육 여건이라는 프리미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평가가 많다.

사교육 1번지, 집값 폭등 1번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3년 6~7월 학원이 강남 부동산 시세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인 433명의 38.2%가 유명학원이 집값에 20~40%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23.8%는 60% 이상, 22.8%는 40~60%라고 대답했다. 사교육 시장이 집값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강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 목동이나 중계동처럼 사교육 시장이 발달한 지역의 집값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이 비싼 목동과 강남구 뿐 아니라 서울 중계동도 학원이 밀집한 ‘은행사거리’ 학원 근처 아파트는 30평형의 경우 5억원을 넘어서지만 지역을 벗어나면 가격이 2000만~5000만원 이상 떨어진다고 한다.

최근에는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에서 좋은 학교로 진학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수요는 더욱 몰리고 있다. 2006학년 서울 지역 6개 외고와 경기 용인시 한국외대부속외고 입학생의 출신지를 비교해본 결과 노원구와 강남구, 양천구 순으로 드러났다. 모두 학원 밀집지역으로 유명한 지역들이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대구 수성구나 대전 서구 둔산동 등 대표적인 지방 8학군으로 불리는 이 지역에는 명문 학교 뿐 아니라 사교육 환경까지 발달해 있어 학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해법에서 교육은 빼라”

2002년부터 정부는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한 아파트값 상승을 막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는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에 교육문제를 포함할지를 놓고 부처간에 이견이 존재했다. 경제부처는 강남 집값 상승의 중요한 원인으로 학원 등 교육문제를 들었으나 교육부는 집값 문제 때문에 교육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다는 인식을 보였다. 게다가 학원 등 사교육에 손을 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2000년 헌법재판소의 과외 금지 위헌 결정 이후 학원 통제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03년 10월 24일 오후 정부 종합청사 9층 회의실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 참석한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육문제를 직접적으로 손댈 수 없었던 경제부처는 우회로를 택했다. 판교신도시에 강남의 사교육 수요를 분산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학원단지를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2003년 9월 건교부가 밝힌 이 계획은 교육부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된다. 이후 부동산 대책을 준비할 때마다 교육문제가 거론됐지만 대책에 포함되지는 못했다.

강팔문 전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현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의 말이다. “강남 문제를 해결하면 전체적인 핵심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강남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 공급 부족은 사실 수요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수요를 차단하려고 할 때 가장 큰 원인이 교육에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교육 문제를 계속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러면 교육부나 언론 등에서 강하게 비판합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건드리느냐는 주장이었습니다. 언제나 대책 마련 초기에는 교육 문제가 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발표할 때에는 결국 빠지고 말았습니다.”

EBS 수능방송과 고1 자퇴생

부동산 문제 때문에 백년대계를 망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교육부는 정공법을 내놓는다. 우선 2002년 3월 18일 ‘공교육 내실화 대책’을 발표했다. 학교의 입시교육 경쟁력을 강화해 과외 등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강남 수요가 줄어들지 않자 교육부는 2004년 2월 17일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마련했다. EBS와 연계해 수능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대입에 내신 비중을 더 높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곧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교육부는 2004년 6월 대입에 내신 반영 비중을 50% 이상 강화한다는 내용을 내놓았다. 내신 강화는 1990년대 초 강남 지역의 인기가 수그러들었던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매년 1~2월이면 강남 등 학군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움직이던 현상이 2007년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발생했다.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해 휴학하는 고교 1년생이 등장했다. ‘새 학기가 다가오면서 휴학하거나 자퇴 뒤 재입학하는 방법에 대해 문의하는 학부모의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의 이야기는 이런 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내신을 믿을 수 없다며 대학들이 논술시험을 강화하기로 해 한바탕 ‘본고사’ 부활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기적 대안과 단기적 대안

2006년 12월 7일 오후 서울 방배동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서울 지역 후기일반계고교 학교선택권 확대를 위한 제2차 공청회장에 조속한 학군조정을 촉구하는 피켓이 내걸려 있다.

강남 8학군 조정 문제는 2003년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교육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던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가 2005년 교육부총리로 취임한 뒤 또다시 거론됐다. 그해 8월 23일 국회 예결산위원회에서 김진표 당시 교육부총리는 학군 조정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현재도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좀 넓혀주기 위한 방법으로 평준화 지역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선복수지원을 할수 있게 해주고 나서 추첨배정을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우선 확대시행하면서, 학군을 조정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으로 서울시교육감·교육위원회와 함께 협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남·북간 차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강북의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강북에 강남과 같은 교육환경을 갖추도록 한다는 것은 교육부의 오랜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는 확실한 정책적 의지와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1990년 문교부가 서울 시내 모든 학군을 8학군 수준이 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15년이나 지났지만 현실적인 격차는 여전한 상태였다. 그러는 동안 강남 지역의 집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김 부총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 학군 조정이 ‘단기적으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용역작업을 거쳐 2007년 2월 27일 학군조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2010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학군제에 따르면 서울의 중3 학생은 강남을 포함한 서울 전역의 고교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각 고교는 1단계에서 서울 전 지역 학생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정원의 20~30%를 추첨을 통해 배정한다. 2단계에서는 거주지 학군 학생의 지원을 받아 정원의 30~40%를 추첨 배정한다. 나머지는 3단계에서 희망과 관계없이 거주지 및 인접학교에 배정된다.

이같은 ‘학교선택권 확대안’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교육사(史)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날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큰 의미를 갖고 있다. 1983년 이래 논의만 무성했던 8학군 조정문제가 24년만에 이뤄졌고, 8학군 등장 30년만에 ‘강남구에 거주해야 8학군에 간다’는 원칙이 깨졌기 때문이다.

학군조정은 강남 8학군 지역 고교에 가정 형편상 갈 수 없었던 교육수요를 해결하고 집값에서의 ‘교육 프리미엄’을 낮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통학거리가 길어져서 생기는 부작용과 사교육 시장의 변수는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회의 거듭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 2005년 8월 김진표 당시 교육부총리는 국회에서 “장기적으로는 강북 지역의 교육환경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군 조정으로 8학군에 대한 갈증은 해소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전 지역의 교육환경이 8학군 수준으로 좋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8학군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 부분은 교육 당국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사교육 환경이나 학부모의 열의 등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조성하기 힘들다.

흔히 교육문제는 부동산문제보다 풀기 어려운 숙제라고 한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의 말은 정부가 처한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교육 문제는 부동산 문제보다 상위의 고질병입니다. 이는 현재의 부와 그 부를 자녀에게 물려주길 원하는 한국적 특성, 그리고 그것이 발달시키는 사교육 체계에 원인이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뭔가를 재생산하려는 욕구를 눌러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교육부나 몇 개 교육청이 가진 제도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8·31정책을 준비하는 관계부처 회의에 참여한 교육부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풀기 힘든 교육문제는 부동산 문제와 연결돼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학교차는 지역차로 변질됐고, 지역차는 계층화로 고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 지역에 모여든 부유층은 좋은 교육환경을 독점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부를 세습한다는 ‘질시’를 받고 있다.

강남역사=중산층 역사, 부촌 이미지로 강남수요 이끌어

중산층 중심으로 시작된 서울 강남의 역사는 아파트 단지의 영향이 크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나. 강남의 형성 과정을 본다면 장기적인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강남의 역사는 중산층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는 서울 강남과 서초 지역의 대졸 이상 학력 소유자의 비율을 보면 잘 드러난다. 1980년 서울 강남과 서초 지역의 대졸 이상 학력 소유자의 비율은 25.3%로 서울 전 지역 평균(8.6%)의 4배에 달했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6.2%로 오히려 서울 전체 평균(6.7%)보다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세다.

이는 이 시기 조성된 아파트 단지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1980년 강남 지역 내에서 방 4개 이상을 가진 아파트 점유율을 보면 60%에 달했다. ‘잘사는 사람’이 많이 사는 부촌의 이미지가 형성돼 중산층의 눈길을 끌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1970년대 정부의 강북 억제 정책으로 여러 서비스산업이 강남으로 유입되면서 생활의 편리함까지 갖춰진 상태였다. 이 지역에 몰린 중산층이 가진 구매력은 새로운 상업시설을 들여오는데 큰 영향을 미쳤고 이는 또다른 강남 수요를 이끌어냈다.

장기적 해법을 찾아라

1970년대 이후 학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등장한 신중산층에게 자녀교육은 물론 주거 등 생활의 편리함까지 고루 갖춘 강남 지역은 커다란 흡입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한정된 공간에 모여들면서 보다 좋은 교육여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서울 목동 지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거 대학 입시 성적이 좋지 않았던 학교나 신생 학교가 명문고로 부상한 데에는 중산층의 힘이 작용했다.

해법은 중산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만드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살기 좋은 강남대체 신도시 개발을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강북 지역을 강남 수준으로 재개발하면 될 것 같지만, 이는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서울 집중 현상을 폭발시킬 수 있다. 이는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과 교통 문제 악화 등 갖가지 부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만은 아니다.

정부는 당장 학군 조정으로 실마리를 찾았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 영국도 ‘학군’ 정상화 노력

영국에서도 학군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발생,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2007년 1월 영국의 앨런 존슨 교육부장관은 공립학교 학생 선발 때 추첨제를 실시하고 각종 ‘보이지 않는 장벽’을 없애, 모든 학생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녀의 학교가 결정되는 기존 방식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영국의 명문 공립학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는 강남 지역에 살면 강남의 고교에입학할 수 있다. 그러나 영국에선 그럴 수 없다. 학군 내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지 못하면 입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거리 배정으로 명문학교 주변 집값 상승을 경험한 영국도 학군조정에 나섰다. 이를 보도한 2007년 1월 10일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지.

영국의 소수 명문학교가 학생을 선발할 때 성적이 우수한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가족을 면담, 경제적으로 학교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수학여행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374곳의 학교 중 약 25% 가량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잠재적으로 선택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영국 교육부는 2006년 9월 이런 관행을 철폐하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그러나 장벽을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사립학교와 달리 영국의 공립학교는 학교와 가까운 곳에 사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근거리 배정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명문 공립학교 근처 주택은 교육열이 높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집값도 비싸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2006년 3월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8학군’인 런던과 남동부 지역의 톱클래스 초등학교 인근 집의 프리미엄은 집값 평균의 25%에 해당하는 6만1000파운드(우리돈 1억405만원)를 호가할 정도라고 한다. 학교에서 100m 멀어질 때마다 프리미엄은 8% 가량씩 떨어진다고 한다. 주로 중산층의 자녀가 지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은 큰 편이다.

중산층 가정 출신의 학생들은 명문학교에, 가난한 집 출신은 성적이 좋지 못한 학교에 몰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전체 공립학교에서 무료급식을 받는 학생은 전체의 17%이지만 명문 공립학교에서 이런 학생은 전체의 3%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 교육부는 ‘장벽’을 제거하는 한편 신청자가 학교 정원을 넘는 경우 추첨을 실시해 학생을 선발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굳이 명문 공립학교와 가까운 곳에 살지 않아도 명문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제도는 2월부터 실시돼 2008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할 때부터 적용된다. 각 학교들은 이 기준에 따라 학생 선발에 관한 세부지침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이런 정책은 물론 반발을 사고 있다. 근처에 사는 학생을 멀리 떨어진 학교로 보내야하고 멀리 살고 있는 학생을 버스에 태워 수송해야 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비판이다.
‘더 타임스’는 2007년 1월 11일자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부모들이 평등이라는 명제 하에 자녀들에게 유리한 위치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좋지 않은 학교에 보내려고 할까? 물론 아니다. 그들은 아마 멀리 떨어진 시골지방으로 이사해 그곳에 있는 학교를 대신 ‘식민지화’ 할 것이다.” 도심 지역보다 넓은 시골 지역은 통학 문제 때문에 거주지 중심 배정원칙이 계속 적용될 예정인데, 학부모들이 이 틈을 파고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사는 이어진다. “부모들이 사악하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녀에게 최고를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학교를 선택하고 학교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나쁜 학교는 발전하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모든 이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존슨 교육부장관은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존슨 장관은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마련한 기준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 등 개인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그들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갖는 시스템을 만든다”고 말했다. 교통문제 등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모든 학생이 부모의 능력에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정책을 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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