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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해결 현장을 찾아서

이제 TV 깨끗하게 나오네요~ 고맙소!

[민원 해결 현장을 찾아서] ⑩ 도서지역 TV수신불량 해결

전국 231개 유인도에 텔레비전 시청권 보장 위한 디지털 안테나 설치 마쳐

2013.08.30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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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접수되는 민원은 국민들이 정부에 보내는 SOS다. 박근혜정부는 작은 민원이라도 반드시 해결한다는 각오다. 민원이 해결돼 한 사람 한 사람의 국민이 행복해질 때, 모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현장에서 민원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정책브리핑과 위클리공감이 함께 취재했다.(편집자 주)

“안테나 달러 왔습니다아~!”

미래창조과학부 광주전파관리소 손서중 운영지원과장은 뱃전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하지만 애처로운 목소리는 선박 엔진음에 부서진다. 손 과장 손나팔 소리에 반응하는 주민이 없다. 손과장은 애가 탄다. 2시간 뒤 배가 돌아가기 전까지 섬 안에 안테나를 모두 달아야 한다. 주민들이 부두로 나와주면 그나마 일이 수월해지겠는데, 주민들 마음이 손 과장 같지 않다. 천성이 부지런한 섬마을 사람들은 주간에 바다나 밭으로 일 나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루에 배가 4~5차례 오가는 섬이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작은 섬들은 하루에 배가 1대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새벽 5시에 나와 섬으로 출근을 해도 돌아오는 배를 놓치면 섬에서 자야 한다. 하루를 허망하게 날리는 것이다. 배가 섬에 다다를 때마다 손 과장 마음은 급해진다.

손 과장은 함께 간 파트너 한 명과 함께 짐을 내린다. 케이블, 지지봉, 드릴세트, 공구가방세트, 디지털 컨버터 등 족히 15~20킬로그램이 넘는 짐을 들고 배에서 내린다. 숙박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개인 짐을 담은 가방도 내린다. 한 사람이 큰 가방 3개를 메거나 끈다. 도로와 자동차가 있는 섬이면 그나마 사정이 낫다. 작은 섬에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는 섬 주민을 찾아다니며 자전거나 손수레를 빌려야 한다.

안테나를 달아야 하는 가구가 산속에 있으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거운 장비를 메고 산길을 헤치며 찾아 들어가야 한다. 고생 끝에 갔는데도 집주인이 바다에 나가 있으면 난감하다. 섬마을 이장이 전화며 무전기를 총동원해 집주인을 찾아도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배를 놓친 손과장은 낯선 섬마을 이장 댁 작은 방을 치우며 내일을 기약한다.

 
 
 
 
디지털 텔레비전 시대 개막을 대비해 전국 도서지역 곳곳에 디지털방송 안테나가 세워지고 있다.
디지털 텔레비전 시대 개막을 대비해 전국 도서지역 곳곳에 디지털방송 안테나가 세워지고 있다.
 
손수레 끌고 산길 헤매며 안테나 설치

정부는 2012년 1월부터 안테나를 통해 아날로그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는 가구에 대해 디지털 텔레비전 구매 비용을 보조해주고 디지털 컨버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아날로그 방송이 올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아날로그 텔레비전을 가진 가구에 디지털 안테나를 달아주고 있다. 특히 텔레비전 전파 수신이 잘 되지 않는 도서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손 과장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 말까지 전국 11개 시·군에 속한 231개 유인도(전국 382개 유인도의 60퍼센트)의 텔레비전시청권 보장을 위한 지원사업을 담당했다. 손 과장을 포함한 광주·전남지역 디지털전환센터 직원 8명(4개팀, 2인 1조)은 231개 유인도 중 129개 섬 1,719가구를 방문, 디지털 안테나 설치를 완료했다.

센터 한 팀이 일평균 5가구 이상에 디지털 안테나를 단다. 섬마을 곳곳을 뛰어다니며 안테나를 설치하고 끝나자마자 부두까지 뛰어가야 한다. 배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여수시청이나 진도군청에서 행정선을 빌려주는 날은 직원들에게 ‘계탄 날’이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자주 오지 않는다.

남해안 쪽 섬은 안테나 설치가 어려운 편이다. 북쪽 내륙에서 남쪽으로 전파를 쏘는데, 대부분 남향으로 앉은 가구들이 뒤로 산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파를 제대로 수신하려면 전파 발신방향을 고려해 20~30미터 떨어진 산 능선까지 올라가 안테나를 설치한다. 안테나에 케이블을 연결해 가구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손 과장은 “어렵게 연결하고 나서 텔레비전을 딱 켰을 때 깨끗한 화면이 뜨면 고생한 기억이 싹 가신다”며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텔레비전을 다시 볼 수 있게 돼 고맙다고 말씀해 주시면 즐거운 발걸음으로 배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홉 가구 위해 가파른 산에 25미터 철탑 세우기도

특별히 안테나 설치가 어려운 섬이 있다. 전남 여수시 운두도가 그렇다. 9가구의 위치가 가파른 산을 등지고 있어 전파 수신이 어렵다. 산을 피해 능선에 설치할 수도 없다.

디지털 전환업무를 맡고 있는 박철수 기술반장(61)은 이 섬에 25미터 철탑을 만들어 안테나를 연장했다. 섬에 안전장비가 없어 밧줄에 안테나를 달아 올려 설치했다. 덕분에 운두도 주민들도 선명한 화면의 공중파 방송을 디지털로 볼 수 있게 됐다.

여러 작은 섬들 중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곳도 제법 많다. 수확철에만 잠시 주민이 오가거나 노인들이 내륙에 장기간 입원해 집을 비워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섬마을은 잠시라도 언제든 방송을 접할 수 있도록 디지털 안테나를 달아둬야 한다. 각종 기상예보와 재난상황, 내륙 소식은 섬마을 주민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정보이고 방송 외에는 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디지털 안테나는 낙도 주민들의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이고 방송은 적적한 섬마을의 유일한 오락이다. 이 때문에 나발도처럼 노인 혼자 사는 곳에도 디지털 안테나를 설치했다.

낙도에 사는 주민들을 일일이 직접 찾아가 민원을 해결하다보니 섬마을 주민들과 친분도 생긴다. 손 과장은 “낙도 노인분들과 만나면 그렇게 반가워할 수가 없다. 말 상대를 해드리고 전구도 갈아드리면 참 좋아하신다”면서 “민박이나 식당이 없는 섬이라도 푸근한 인심 덕에 굶거나 노숙하며 일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안테나를 설치하고 나서 시간이 남으면 밭의 일손을 덜어드리거나 양식장 일을 돕기도 한다. 전기도 놓아주고 창문도 고쳐주며 외로운 섬 주민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현재 전국 섬 지역 디지털 안테나 설치는 완료됐다. 디지털전환센터는 이제 애프터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루 15통 내외로 전화가 걸려온다. 그러나 안테나를 새로 달아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거시기(디지털 컨버터)가 뭐여?” “어메, 워쩌케 킨다냐? 버튼이 뭔지 모르겠당께”라거나 달라진 채널 번호를 몰라서 ‘왜 우리집 텔레비전 채널을 바꿨냐’는 불평이다. 전화로 설명해서 이 불만이 해결되지 않으면? 배를 타고 나가서 버튼을 눌러주고, 채널을 맞춰주고 와야 한다.

[글·사진: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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