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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인천발 명량’이 기다려지는 이유

[김한석 기자의 스포츠 공감] ‘명량’과 스포츠 리더십

2014.08.26 김한석 스포츠Q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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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2014년 여름 한국 사회를 강타한 영화 ‘명량’. 한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다 관객에 1500만 고지도 돌파하며 각종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불후의 흥행작에서 고뇌에 찬 이순신 장군이 읖조리는 이 화두는 관객들 스스로도 자문자답해 볼만큼 울림이 컸다.

진도 울돌목에서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에 맞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려는 성웅 이순신. 그 앞에는 두려움에 가득찬 백성, 전의를 상실한 병사, 승산없는 싸움에 대놓고 불신을 드러내는 부하장수들, 그 어느 것 하나 최악의 상황을 반전시킬 게 없었다.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수군 해체를 명한 선조에게 올린 장계에서 희부윰한 가능성이라도 붙들고 난국을 돌파하려는 행동가의 결연한 의지가 묻어난다. 죽기를 각오한다면 불가능은 없다는 긍정의 힘이다.

울돌목의 회오리를 이용하는 전략가로만 머물지 않는 충무공이다. 자신이 솔선하고 희생해서 부하와 병사들이 두려움을 떨쳐내 용기로 뭉치게 하는 리더십을 실천한 진정한 리더였다.

통쾌한 명량대첩을 그린 이 영화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태릉과 진천 선수촌에서 구슬땀을 쏟고 있는 태극전사들에게도 특별시사회를 통해 상영됐다.

열악한 환경이나, 결코 넘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경쟁 상대의 전력 등에 혹시 움츠러들거나 두려움을 애써 숨기고 있지나 않은지를 자신들에게 되묻게 하고 가슴을 당당히 펴게 했다면 아시안게임 도전에서도 분명히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가슴 속에 명량의 회오리가 휘몰아친 쪽은 선수들만이 아닐 게다. 지도자들에게는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해 큰 화두를 던졌으리라.

이제라도 달라질 수 있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용기를 불러 일으키며 선수들에게 확고한 믿음과 희망을 심어준다면 명량의 여운은 자신감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리더는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그 변화를 돕는 사람이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1000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며 대장선에서 고군분투함으로써 겁먹고 뒤에 물러섰던 부하들의 용기를 끌어내는 희생의 리더십,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 참여로 진정한 믿음과 소통을 이뤄내는 통합의 리더십, 모두 난세의 성웅이 보여준 덕목이다.

지난 20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D-30일 국가대표 임원ㆍ선수 기자회견’에서 박순호 선수단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아시안게임의 선전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지난 20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D-30일 국가대표 임원·선수 기자회견’에서 박순호 선수단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아시안게임의 선전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금세기 들어 한국 스포츠에서 이런 감동의 리더십을 보여준 대표적인 국내외 지도자는 김인식 전 한화 감독과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2006년 4강에 이어 2009년 준우승 위업을 이룬 김인식 감독은 소속팀 성적의 추락 우려와 뇌경색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팀이나 자신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며 다들 꺼리던 감독직을 수락하고 ‘믿음의 야구’로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했다.

선수가 부진할 때 “사람이 던지는 건데 왜 못쳐?”라며 분발을 촉구하고 성공을 기다려주는 믿음의 야구. 자신의 야구철학을 묻는 미국 기자에게 “약팀하고 붙을 때는 좀 긴장하자고 말하고, 강팀과 붙을 때는 맘 푹 놓고 자자고 주문한다”고 답했던 ‘국민감독’이다.

히딩크 감독은 펀더멘탈(기본)에 충실하며 무한경쟁을 통해 강점을 극대화해 성과를 내는 실용적인 리더십으로 2002 한일 월드컵 4강 대업을 이뤄냈다.

능력위주의 선발, 자율 속에 엄정한 기율 확립, 수평적인 의사소통, 단순체력보다 회복을 중시한 복합체력의 도입, 시련에도 흔들림 없이 혁신 등을 추구하며 한국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아시안게임에서도 스포츠를 통해 ‘명랑’에 버금가는 감동을 국민들에게 전해줄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기대가 모아진다.

특히 각기 개성 강한 선수들의 응집력을 끌어내야 하는 단체 구기종목의 대표팀 사령탑들이 어떤 전략과 리더십으로 성공과 감동 스토리를 쓸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만리장성이니, 모래바람이니, 오일달러 위세니, 난공불락이니 하는 악조건들을 넘어서야 하는 도전일수록 말이다.

프로야구 삼성의 통합 3연패를 이룬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야구 2연패를 노리는데 훌륭한 자양분이다.

다른 종목과 달리 23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이 된 남자 축구대표팀의 이광종 감독은 스타 출신은 아니지만 연령대별 대표팀 지도자를 단계별로 밟아오면서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 리더십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28년만의 우승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병역 미필자들에 대한 배려를 단호히 거부하고 높이와 힘에서 앞서는 경쟁 상대를 넘어서기 위해 지옥훈련으로 40분 내내 풀코트 프레싱을 유지하는 압박농구를 완성해가고 있는 유재학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은 노장들의 희생으로 성취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체질변화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농구는 신장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NBA 가드 앨런 아이버슨(183cm)의 말처럼 객관적으로 턱없이 밀리는 조건에도 NBA 스타 야오밍을 앞세운 중국에 대역전승을 거뒀던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 드라마를 다시 쓰기 위해 투혼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역시 단내나는 지옥훈련으로 꼴찌 우리은행을 리그 2연패로 이끈 위성우 여자 농구대표팀 감독도 진천선수촌에서 유 감독의 철학을 공유할 정도로 남녀 동반 우승의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배구 대표팀에선 해외에서 지도자로 성가를 높였던 남자 박기원, 여자 이선구 감독이 저마다 연륜을 통해 선수들에게 배구를 보는 철학을 새롭게 인식시키며 각각 월드리그와 그랑프리대회에서 세계 강호와 맞서 두려움 없는 도전을 보여주며 인천 아시아드의 정상 의지를 끌어올렸다.

핸드볼은 한국 단체 구기종목 중 최다 메달(금 11개, 동 2개)을 수확한 효자종목. 남자 김태훈, 여자 임영철 감독이 2016 리우올림픽을 겨냥해 안정적으로 지도력을 다져가고 있다.

2002년까지 남녀 동반 우승 4연패를 이룩했던 저력은 중동세 등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지만 두 사령탑은 신구의 조화를 통한 결속력으로 ‘우생순’의 감동 드라마 재연을 노린다.

두려움은 서둘러 찾아오고 용기는 더디게 힘을 낸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 용기를 항상 유지하는 도전이지만 지도자들이 ‘명량’의 화두를 끊임없이 던지고 솔선한다면 그 결과는 분명히 환희로 빛날 수 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다면”이라는 화두에 이순신 장군은 “그 용기는 백배 천배, 큰 용기로 배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넬슨 만델라는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두려움을 극복한 용기 있는 도전, ‘인천판 명량’이 기다려진다.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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