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12월 11~12일 부산에서 개최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한국과 아세안간의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해 한 자리에 모여 지역과 국제현안들을 논의한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개최 의미와 중요성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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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 |
궁적상적(弓的相適)이란 말이 있다. ‘활과 과녁이 딱 들어맞는다’는 뜻으로, 서로 기회가 잘 맞아 궁합이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로 대화 관계 수립 25주년을 맞는 한·아세안(ASEAN) 관계를 보면서 궁적상적이란 말이 떠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25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한·아세안 관계는 초기 통상·투자 중심에서 오늘날은 경제만 아니라 정치·안보, 사회·문화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양측이 대화 관계를 수립한 1989년 대비 상호 방문자 수는 25배, 교역 규모는 16배, 투자 규모는 19배 확대됐으며 중국에 이은 제2 교역 상대, 중동에 이은 제2 건설 수주 지역, 미국과 중국에 이어 제3 투자대상지로서 아세안의 경제적 위상은 높아졌다.
또 양측은 ASEAN+3, EAS, ARF, ASEM 등 다양한 다자 정치·안보 협의체에서 긴밀히 협력해 왔으며 아세안은 우리의 제1 방문지이자 국내 외국인 근로자 최대 배출 지역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아세안이 내년 말 단일 공동체로 출범하게 된다. 냉전이 본격화한 1960년대 말 안보적 공동 대응 필요성에 따라 창설돼 1990년대 지역협의체로 확대 발전했으며 2000년대 들어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3개 범주에서 아세안 공동체 창설을 꾸준히 추진해 온 가운데 이룩한 결실이다. 향후 인구 6억4000만명 이상, GDP 규모 약 3조달러인 거대 단일시장 형성을 예고하는 아세안 공동체 출범은 침체된 세계 경제에 새로운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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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 개막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회의장인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광장에 환영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사진=저작권자(c)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지난해 한·아세안 교역량은 FTA 발효 직전 해에 비해 2배를 넘었다. 아세안과 FTA 기본협정, 상품협정, 서비스협정, 투자협정 체결을 완료한 우리는 풍부한 노동력과 급속히 성장하는 중산층을 가진 새로운 공룡 경제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것이다. 아울러 아세안이 추진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체결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3년 연속 100% 넘는 대외무역의존도를 기록한 우리에게 아세안의 전략적 함의는 더욱 커진다.
그런 점에서 아세안 공동체 출범을 1년여 앞두고 오는 12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한국과 아세안 관계의 새로운 도약대가 될 것이다.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가 긴밀히 협조하는 가운데 지난 25년간 협력 관계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25년을 위한 전략적 연결 고리로서 이번 회의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선 경제협력 확대·심화를 위해 2020년까지 2000억달러 교역 목표 설정, 한·아세안 FTA 추가 자유화 진전 노력, 한·아세안 비즈니스 협의회 출범, CEO 서밋(Summit)을 계획하고 있다. 또 정치·안보 분야에서 북한 핵 문제, 통일 정책 등 우리 외교정책에 대한 아세안 측 지지를 보다 공고히 하고, 기후 변화와 재난 대응 등 비전통적인 위협 분야에서도 안보 협력 저변을 넓힐 예정이다. 사회·문화와 개발 협력 차원에서도 양방향 교류를 통한 인적 연계성 증진을 목표로 아세안 문화원 건립, 한·아세안 차세대 인적 네트워크 구축, 아세안 공동체 건설에 특화한 맞춤형 개발 협력 등에 대한 지혜를 모을 것이다.
우리와 아세안은 역사적 부채 없이 식민주의와 빈곤이라는 비슷한 시련의 길을 걸어온 동병상련의 친구다. 아울러 우리 경제 발전과 아세안의 통합 경험은 궁적상적 같은 최적 기회의 조합이다. 양측 관계가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처럼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그 도약대가 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