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던 날, 강원 홍천군 소매곡리를 찾았다. 먼저 친환경에너지타운의 카페테리아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잠시 더위를 식혔다. 그리고 환한 빛으로 마을을 소개하고 있는 홍보관에서 친환경에너지타운 면면을 구경했다. 이곳에서는 냉·난방비도, 전기세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친환경에너지타운 내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100% 자가 공급하기때문이다. 소매곡리 마을은 버려지는 부산물들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고, 남은 에너지는 강원도시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등에 판매하며 친환경 에너지 마을 선두주자로서의 명성을 쌓고 있다.

국내 최초로 문을 연 홍천 소매곡리 마을의 친환경에너지타운이 개소 8개월을 맞았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은 하수처리장, 쓰레기매립장과 같은 기피·혐오시설 부지를 활용해 바이오가스, 태양광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판매해 주민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다.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음식물, 가축 분뇨 등을 활용해 도시가스로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태양광과 소수력 발전 등으로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이오가스 공정에서 남은 찌꺼기는 퇴비나 액비 제품으로가공해 현재 주변 지역 농가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 컨트롤타워에서 직원들이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강원도시가스, 한전 등에 판매
바이오가스 하루 생산량 700가구 공급량 해당

마을에서 활용하고도 남은 바이오가스는 강원도시가스에, 태양광에서 얻은 전기는 한국전력공사 등에 판매하고 있다. 강원도시가스에 판매하는 바이오가스는 하루 기준 7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를 통해 마을이 얻는 연간 기대 수익은 약 1억9000만 원 규모다. 판매한 수익금은 시설비 등으로 재투자하고, 남은 수익은 마을협동조합을 통해 소매곡리 마을 주민들에게 분배한다.  

홍천 소매곡리는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조성되기 전에는 하수처리장, 가축분뇨처리장 등 기피시설이 입지해 악취가 심하고 이 때문에 땅값이 하락하면서 주민들이 떠나는 소외지역이었다. 게다가 에너지 고립지역으로 도시가스도 공급되지 않았고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어왔다.

하지만 친환경에너지타운이 들어선 뒤로는 악취, 에너지 불균형 문제가 해소됐을뿐더러 새롭게 에너지 사업을 이끌어가게 되면서 마을에 활력이 생겼다. 당초 57가구였던 마을 전체 가구 수도 70가구로 늘었다.

올해 5월 소매곡리 마을로 귀촌한 김수예(63) 씨는 “귀촌을 생각하면서 여러 곳을 알아보다 지인의 소개로 소매곡리를 알게 됐다”며 “마을 분위기도 좋고, 상하수도 시설은 물론 도시가스, 전기 등을 자급자족할 수 있어 편리하고 경제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모형도.

실시간으로 에너지 발전량과 이산화탄소 저감량 등을 볼 수 있는 태양광 시설.

환경부는 홍천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2015년 5개소(청주, 아산, 경주, 영천, 양산), 2016년 5개소(인제, 음성, 보령, 완주, 제주) 등 총 10개소의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추가 선정해 전국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8개를 선정해 전체 사업 규모가 총 19개소로 늘어나며 사업 추진에 가속이 붙었다.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은 2017년까지는 정부 주도로 약 20개소의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 기반을 마련하고, 2018년부터는 민간 주도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약 1300명의 개발도상국 공무원, 지방자치단체·기업 관계자 등이 친환경에너지타운을 견학하기 위해 홍천을 찾았다. 중국에서는 중국형 새마을운동인 ‘농촌 환경 종합정비 생태 건설사업’에국내 친환경에너지타운 모델을 접목하기 위한 한·중 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이란과도 지난 5월 체결한 한·이란 환경부 장관 양해각서를 바탕으로 친환경에너지타운 관련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친환경에너지타운과 연관된 국산 기술과 설비를 개발도상국에 수출하기 위한 종합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환경부 신진수 자원순환국장은 “홍천 시범사업이 님비(혐오시설 기피) 현상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환경·에너지 문제 해결, 마을 소득 향상, 일자리 창출, 농촌 관광 활성화 등 1석5조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앞으로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완공된 지 8개월이 흘렀다. 지진수(41) 소매곡리 이장은 우선 마을의 고질적 문제였던 악취가 말끔히 해소돼 마을 주민들의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자립적으로 에너지를 창출해 활용하게 되면서 전기료가 대폭 줄었을 뿐 아니라 삶의 질이 훨씬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저희는 바이오가스 시설에서 발생된 가스로 난방을 하고, 태양광에서 발생된 전기로 냉방을 포함한 모든 전기를 사용해요. 그렇게 되면서 에너지 관련 요금을 줄일 수 있게 됐고 주민들이신재생에너지를 만드는 마을의 구성원으로서 자부심도 가지게 됐습니다.”

소매곡리 마을은 연간 한두 번 열었던 마을 회의를 친환경에너지타운 준공 이후 한 달에 세 번씩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정기 회의에는 모든 주민들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처음 친환경에너지타운을 만든다고 할 때는 주민들의반대가 심했다. 이미 하수처리장, 가축분뇨처리장 등으로 악취가 심한데 또 어떤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부터 앞섰던 것이다. 하지만 마을 이장이 직접 정부 부처가 진행한 친환경에너지타운 관련 교육도 받고, 일일이 주민들을 찾아 나서 사업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동의를 얻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제는 마을 주민들이 저보고 잘했다는 말씀 많이 하세요. 잘 안 들어오던 도시가스도 잘들어오지, 전기료 적게 나오지, 악취도 안 나지, 마을에 꽃길이 생기면서 깨끗해졌지, 여기에 수익까지 생기지. 싫어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현재 소매곡리 마을은 친환경에너지타운에서 운영하고 있는 바이오가스화 시설, 태양광 시설, 퇴·액비 제조시설외에도 부산물을 에너지화하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한 농산물 가공사업 등도 구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마을 꽃길 조성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며 친환경에너지타운을 관광명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제 저희 마을은 악취, 에너지 불균형 등의 문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살기 좋은 환경을 선물해준 친환경에너지타운이 다른 농촌 마을에도 활성화됐으면 합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