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이던 캐럿 양준식(43) 대표가 의류관리기인 런드리를 개발한 계기는 ‘본인의 불편함’ 때문이었다. 직업교육 강사로 활동하던 그는 날마다 정장을 입어야 했는데 와이셔츠를 하루 이틀꼴로 물빨래하다 보니 어떤 날은 덜 마르거나 잔뜩 구겨진 셔츠를 입고 출근해야 했다. 매번 다림질을 하는 것도 일이었다.
대안을 찾아야 했다. 마침 구김이 덜 가고 빨아도 다릴 필요가 없는 링클 프리 셔츠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었다. 큰마음 먹고 몇 벌 구입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일반 셔츠보다 구김이 덜했지만 칼라나 소매 끝은 여전히 구겨져 있었다. 강단에 올라 강의해야 하는 그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장마철,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젖은 빨래를 실내에서 말리는데 옷마다 꿉꿉하고 냄새가 났다. 양대표는 궁여지책으로 빨래를 흔들었다. 그러자 빨래가 빠르게 건조되고 구김이 펴졌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형광등이 켜졌다.
“빨래를 흔들어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면 전날 밤늦게 빨아도 다음 날 아침에 입을 수 있으면서도 옷의 구김을 펼 수 있을 것같았어요.”
2013년 8월 양 대표는 창조경제타운의 문을 두드렸다. 아이디어 이름은 ‘빨래 안 다려’.
“초창기 고안한 아이디어는 대형 세탁소 옷걸이 모양의 구김 방지장치였어요. 셔츠를 최대한 넓게 펼쳐 구김 없이 마르도록 설계한 건데,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양산했을 때 가로 2m, 세로 1m에 달하더군요. 셔츠의 크기나 종류에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품명도 ‘런드리’라고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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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를 한 방향으로 계속 털어줌으로써 먼지, 냄새, 구김을 제거하고 젖은 빨래를 빠르게 건조해주는 의류관리기 런드리. |
와이셔츠 건조·구김 고민하다 진동 효과 발견
아이템 평가받고 싶어 창조경제타운에 아이디어 제안
창조경제타운 역시 그의 아이디어를 눈여겨봤다. 두 가지 측면을 주목했는데 바로 기능성과 독창성이었다. 아울러 구김 방지장치를 장착한 의류관리기는 수요자의 니즈가 분명해 시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우선 제품의 크기가 너무 컸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창조경제타운이 양 대표에게아이디어의 방향을 재설정할 것을 권했다. 그날 이후 런드리는 소형 가전제품으로 재탄생했다.
“기존 제품에 비해 매우 작고 충전 배터리를 장착해 무선 작동이 가능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아울러 가정용 런드리는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5~6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발광다이오드(LED) 표시 장치가 완료·충전 필요를 안내하도록 했어요. 반면 숙박업소용은 배터리 유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유선 제품으로 만들었고요.”
개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섬유 구조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일반적으로 의류에 한 방향으로 힘이 집중적으로 가해지면 섬유 구조가 늘어진다. 이를 바꿔 말하면 의류에 힘을 가하면 어긋난 섬유 구조를 재배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고른 힘(진동)과 수분 공급이고, 특히 무거운 옷에도 강한 진동을 고르게 전달할 수 있어야 했다. 고성능 모터와 새로운 작동방식을 개발하는 데 2년여가 걸린 이유다. 양대표가 개발한 고성능 모터는 190rpm(아르피엠 : 회전 속도의 단위)의 강한 진동을 자랑한다.
이는 1분 동안 190회 진동이 가해진다는 뜻이다. 의복 리프레시 장치도 개발했는데, 옷걸이의 하중부를 고정하고 하중이 없는 목 부분을 밀어서 움직이는 기술이다. 덕분에 모터만으로 2kg에 달하는 겨울용 코트를 최대 4시간 진동시켜 말릴 수 있다. 현재 이기술은 국내와 일본에 특허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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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식 대표는 “머릿속의 아이디어가 기술이 되고 경제 가치 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창조경제타운은 열린 창구”라고 말했다. |
멘토링 통해 시장성 분석·사업자금 로드맵 구상
홈쇼핑 론칭 앞둬… “창조경제타운은 열린 창구”
사업은 연속성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양 대표는 런드리 2탄을 개발해야 했다. 하지만 사업자금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4년 6월 중소기업청 창업맞춤형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4800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창조경제타운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만난 경영 컨설팅 기업인 비즈니스포커스 대표인 원종표 멘토였다. 그는 양 대표의 아이디어가 제품화될 경우 시장성이 얼마나 될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를 받아 창업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과정을 통해 창업자금을 확보하는 로드맵을 구상할 수 있었다. 마침 운도 따랐다. 양 대표는 2015년 6월 중소기업청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에 선정돼 1억 원을 확보했다.
양 대표는 2015년 두 번째 런드리 개발에 착수했다. 업그레이드형인 런드리 핫 윈드다. 기본형인 런드리에 회전 날개를 도입하고 열풍 기능을 추가해 의류 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까다로운 양복은 물론 하루만 입어도 무릎이 튀어나오는 청바지, 전날 저녁에 빤셔츠까지 관리가 가능하다. 디자인과 실용성에도 신경 썼다. 런드리 핫 윈드는 거추장스럽고 미관을 해치는 어댑터 케이블 대신 대용량 배터리를 넣었다. 대용량 배터리로 최대 5~6시간 사용이 가능하고, 1회 20분가량 작동할 경우 총 18회 사용할 수 있다.
특허도 등록했다. 2015년 9월 양 대표는 특허청 국민행복기술구현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다림질이 필요 없는 옷걸이’와 ‘다림질이 필요 없는 분리형 옷걸이’의 특허를 각각 출원했다. 창조경제타운에 아이디어를 제안한 지 2년 만에 이뤄낸 결실이었다.
런드리는 꾸준히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오픈마켓과 행복한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런드리는 홈쇼핑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해외 시장도 공략한다. 미국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과 중국 쇼핑몰인 궈메이에 입점하기 위해 마케팅과 론칭 준비를 하고 있다.
양 대표는 “창조경제타운이야말로 열린 창구”라며 “머릿속의 아이디어가 기술이 되고, 경제 가치를 창출하며, 사업화를 이룰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가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연결할 수 있었던 이유다.
[위클리공감]